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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하룻밤 부산여행

   김해에서 해운대까지는 매우 길고 지루한 길이었다. 평일 낮임에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 차량들이 어찌나 붐비고 밀리는지, 가다 서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기만 했다. 택시와 버스들의 운전매너는 서울만큼이나 좋지 않았다. 양보는 없고 머리 먼저 들이미는 식이어서 익숙지 않은 길이 더 어렵고 힘들었다. 더욱이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고 가는 길이라 중간에 폐쇄된 길이 나타나면 속수무책이었다. 지루한 운전 끝에 해운대 공영주차장에 차를 두고 곧장 해변으로 나섰다. 바닷가는 벌써 여름이었다. 부모들과 함께 나온 어린이들이 물가로 뛰어들었다. 남쪽으로 탁 터진 바다. 도심 속의 바다임에도 바닷물은 맑고 깨끗했다. 백만 인파가 몰린다는 여름바다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겠고,  어린애들이 뛰노는 봄 해운대의 여유로운 풍경을 한동안 음미했다.    

 

  해운대

 

  해운대에서 자리를 옮겨 동백섬 바다 건너 마린시티를 촬영하려 했으나, 예전에 빈 공간이었던 곳이 주차장과 방파제 구조물인 트라이 포트를 찍어내는 공장으로 변해 있었다. 주차 후, 사진을 포기하고 동백섬으로 갔다. 때마침 2005년 APEC총회가 열렸던 동백섬 누리마루를 공개하고 있어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건물을 안으로 들어가 관람할 수 있었다.  APEC 회의장과 참석했던 정상들의 모습들을 보며 동백섬 부근의 아름다운 해안가를 감상했다. 외국 관광객들도 제법 많아서 이국적 정취마저 느낄 수 있던 풍경이었다.   

 

 광안리 해변, 햇살이 기울자 바닷바람이 차가웠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참 머무르려 했으나 길어지는 빌딩들의 그림자에 바닷바람만 차가워서 해변만 잠시 둘러보고 광안리를 떠났다. 남쪽지방답게 해변의 가로수들이 야자수 같은 열대 나무들이었다.

 

  자갈치역 부근에서 잠을 자려고 숙소를 찾았으나, 큰길에선 모텔 간판들이 보이지 않았다. 차를 타고 주변을 돌며 검색하자, 지도 위엔 모텔들이 수없이 뜨는데, 간판이 보이지 않아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차를 길가에 멈출 수도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골목길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길에 일방통행길도 많아 위험하기까지 했다. 골목 안 용두산 언덕 아래는 숫제 모텔촌이었다. 깨끗해 보이는 첫 집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숙소는 현대적 건물로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유럽 도시의 호텔보다 깨끗하고 쾌적해서 어렵게 찾은 결과에 만족했다. 다만, 첫 번째 들었던 방에 담배냄새가 대단해서 방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주인도 상냥하고 친절해서 대체로 만족했다. 

  자갈치시장까지 걸어가서 시장 1층, 활어가계에서 붉은 돔과 광어로 회를 뜨고 2층에서 회를 먹었는데, 반찬차림이 시원치 않았다. 1인당 4천 원에 매운탕 7천 원이라는데, 상추를 비롯한 반찬들이 그리 싱싱하지도 않았고 회를 건네주는 주인남자 태도도 맘에 들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가져온 회접시를 불쑥 한 손으로 내미는 모습에 기분이 언짢았다. 나중에 내오는 공깃밥은 죽처럼 질어서 모처럼 즐거웠던 부산여행의 기분이 가라앉았다. 아래층에서 떠온 횟감도 꼭꼭 짜지 않아 쫄깃하지 않았고...  자갈치 시장의 명성도 옛날과 같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시장에서 성의 없이 떠주는 회보다 횟집에서 정성껏 차려주는 것이 조금 비싸더라도 훨씬 더 나을 성싶다. 마치 인정미 넘친다는 전통시장에서 박대받는 것보다 세련된 마트나 백화점에서 손님대접 제대로 받는 것이 유쾌한 것처럼......   

  어쨌거나 유명한 자갈치 맛도 보았고 해서 부근의 시장 구경을 하다가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용두산 공원에 올랐다. 밤이 깊어 전망대는 이미 문을 닫았고, 산책 나온 시민들만 밤바다 바람을 쐬고 있었다. 공원 위에서 부산항만의 야경을 둘러보다 밤늦게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뿔싸 벌써 모기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어젯밤 피곤해서 그냥 쓰러져 잤는데, 밤새 모기에게 회식시켜 준 셈이었다. 역시나 남쪽나라 풍경은 여러 가지로 상상을 초월했다.        

 

  스케쥴 때문에 집에 올라가야겠다는 아들 때문에 모처럼 어렵게 내려온 부산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태종대와 가보지 못했던 명소들을 보고 싶었는데... 집까지 올라갈 일이 까마득해졌다. 네다섯 시간 족히 걸릴 멀고 먼 여정이 부담스럽기만 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운전에 부담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았다. 다음 부산 여행 땐 기차여행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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