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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LA에서 라플린까지

  급작스레 떠난 미서부 여행이었다. 20여 년 전에 시애틀에 들린 적이 있었는데. LA 지역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미국행은 비자발급이 귀찮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작년 전자여권으로 바꾸면서 비로소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사와 계약을 하고, 이스타 비자 신청까지 마쳤다. 인터넷 트래픽 때문에 저녁엔 이스타 연결이 자주 끊어져 아침 일찍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오후 두 시 너머라서 집에서 조반 식사 후 여유 있게 출발했다. 공항 무인발급기에서 티켓을 뽑았는데, 그 절차도 쉽진 않았다. 하고 나면 별 것 아닌데 사람보다 기계를 대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 세상이 사람보다 기계를 점점 선호하니 세상살이가 삭막해지고 인정이 메말라가며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비행기가 A380인데 다행히 2층 창가 좌석이 비어 있었다. 아시아나 A380 2층 이코노미석 창가 좌석은 2 열이어서 움직이기 편했다. 오후 2시 40분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는 밤새 11시간을 날아 다음날 오전 9시 40분에 LA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

 

 인천공항 면세점 풍경

 

  2층 좌석은 창가로부터 2열 4열 2열로 배열되어 창가 쪽이 매우 편리했다. 더욱이 창가엔 가방을 넣을 수 있는 사물함 공간까지 있어서 좋았다. 비행기가 큰 탓에 좌석도 널찍했고... 다만, 11시간 넘게 좁은 좌석에 앉아서 가는 신체적 괴로움은 어찌할 수 없었다.

 

  깜깜한 밤 사이에 태평양을 건너 아침 녘에 아메리카 대륙 하늘로 접어들었다. 커튼을 열고 밖을 보니  잔뜩 낀 구름 사이로 험준한 산들이 보였다. 평야만 있을 것 같던 대륙에서 처음 본 건 험한 산들이었다.

 

  두꺼운 구름이 잔뜩 덮은 LA 상공

 

 

LA공항

 

입국심사받으러 앞사람을 따라갔다. 이것저것 영어로 물어볼까 봐 괜스레 긴장하면서...

 

   눈앞에 나타난 장애물, 사람들이 기계 앞에 서서 세관신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방법을 몰라 옆 사람에게 물어보며, 화면의 한국어 안내대로 네 손가락 지문을 등록하고 사진 하나 찍은 후, 신고서를 출력받았다. 역시 처음 만나는 기계인지라 지문을 등록할 때, 에러가 몇 번 있었다. 두세 번 에러가 날 때마다 당황스러웠다. 그럴수록 서두르지 않고 침작하게 시도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입국심사가 장난이 아니었다. 한참을 서서 기다린 끝에 통과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가족이라도 개별적으로 심사하는데, 여기선 가족은 함께 입국심사를 할 수 있었다.... 심사대에서 중국계로 보이는 키 작은 관리가 관광비자라서인지 별로 묻지도 않고 스탬프를 찍어주었다. 비행기에 내려서 입국 수속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으려나...

 

  가이드를 만나 공항청사 밖으로 나와 버스에 올랐다.

 

 

 

라플린 가는 길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네바다 라플린으로 향했다. 네바다 산맥을 넘어 모하비 사막을 지나 다섯 시간 정도 가야 한다.  여기선 서울 부산 정도 거리가 기본인 성싶다. 여행 내내 다섯 시간 달리는 건 예사였으니까... 캘리포니아 주만 해도 그 넓이가 우리 한반도 면적의 4배란다. 

 

   지루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만 바라보는 눈호강만 하면서 달리고 달려갔다.  미서부는 중국에서도 보지 못한,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만 펼쳐지는 광활한 대륙이었다. 산맥을 넘자 날씨가 맑았다. 캘리포니아는 년간 비 오는 날이 겨울철에만 대략 25일 정도란다. 강물을 막아 1000km 이상의 관개수로를 만들어 나무들을 키우고, 농업용수로 사용한다고 하니 역시 선진국은 치산치수도 제일이다 싶었다. 

 

 

네바다 라플린

 

   저녁 무렵 네바다주 라플린에 도착했다. 라플리는 애리조나주와 콜로라도 강을 경계로 발달한 카지노 도시이다. 1964년에 이곳에 카지노 리조트를 조성한 돈 라플린(Don Laughlin)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콜로라도 강 건너 애리조나주 먼 산들의 능선들이 마치 서부영화 한 장면 같았다.

 

  라플린 하라스 호텔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호텔 12층 숙소에서 바라본 콜로라도 강과 건너편 애리조나. 건너편 마을은 2000년 이후 건설된 신도시란다. 사람이 살지 않던 콜로라도 강변을 따라 곳곳에 나무를 심고,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었다.    

 

  주로 은퇴한 노인들이 찾아와 즐긴다는 라플린 카지노...  호텔 뷔페로 저녁식사를 하고 강변을 산책하다 취침했다. 나와 인연이 먼 카지노는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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