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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중세 성곽도시 오르비에토

 

  잔뜩 흐린 날씨였다. 두 번째 이탈리아 여행이지만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었다. 전에 갔었던 베네치아나 밀라노는 별 관심이 없었고, 줄리엣이 살았다는 인터넷 베로나 사진들을 떠올리며 알리탈리아 항공기 탑승시간을 기다렸다. 오후 1시 55분 이륙한다는 비행기는 탑승 후, 한 시간이 지나서야 지상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13시간 이상을 비행한다는데 이미 출발 전 한 시간을 기다렸으니 14시간 비행이나 마찬가지다. 무료한 시간을 메꿀 수 있는 영화도 준비가 부족한 탓인지 성의가 없어서인지 한국어 더빙 영화는 두 편뿐이어서, 내키지 않던 영화 한 편을 보다 말고 비행시간 내내 좁은 자리에서 뒤척거리며 잠을 청했다. 두 번 주는 기내식도 입에 맞지 않았다. 한식이라고 주는 첫 번째 식사는 그런대로 먹었지만, 마지막 기내식은 이탈리아 빵 두 쪽이라 겨우 허기만 달랠 정도였다. 에어컨 바람은 지나쳐서 여름 반팔 티셔츠로 버티기 힘들어 담요 귀를 목에 묶어 두르고 추위를 참으며 로마까지 갔다. 로마에 이르는 동안, 내내 강열한 태양빛을 받으며 비행한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Alitalia 항공 A330

 

  이탈리아 상공, 구릉지대가 많았는데, 밀 수확이 끝난 뒤라 가을처럼 누런 벌판이 많이 보였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

 

  이탈리아 시간으로 오후 7시 50분경 활주로 가장자리에서 이동해온 승강대를 통해 공항에 내렸다. 우리와 시차는 7시간 늦다. 섬머타임 실시 중이므로 표준시간으로 보면 8시간의 시차이다. 

 

  입국신고서 없이 간단하게 입국 수속을 마쳤다.  다만 유러피안과 기타 여러 나라 사람들 심사대로 나누어져 있었다.

 

  해넘이 시간. 8시 40여분경 공항청사를 떠나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에서 1박 후 로마에서 피렌체로 가며 들린 중세 마을 오르비에토였다. 해발 150여 m의 작은 산 꼭대기 벼랑 위에 있는 마을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산꼭대기에 사는 것을 즐기는가 싶다. 우리나라에선 배산 임수라야 명당이라는데, 이탈리아인들은 배산(背山)보다 산꼭대기를 선호하는가 보다. 이동하는 도중 곳곳에 이곳 오르비에토처럼 산꼭대기 마을이 많았다. 가이드 말로는 병을 피하고 햇빛을 쫓아서 산정에 정착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들에겐 옛날부터 저지대 다운타운보단 업타운이 더 좋았던 모양이다. 산 위에서 사는 것은 교통이 불편한 것 말고는 장점이 많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적의 공격을 살피기 쉽고 적들의 공격을 방어하기에도 좋았을 것이다.  오르비에토는 21세기 현대임에도 현대적 요소를 발견하기가 더 어려운 중세마을 그대로였다. 이곳 주민들의 생업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장사 말고 또 뭐가 있을까 궁금스러웠다.      

 

   평지에서 우뚝 솟은 산꼭대기 벼랑 위, 중세도시 '오르비에토'

 

  마을로 가기 위해선 비탈길을 케이블로 끌어올리는 푸니콜라레를 타야 한다. 분수 뒤가 푸니콜라레 승차장.

 

  푸니콜라레에서 내린 후 버스를 타고 골목을 지나 광장 주차장에서 하차했는데, 이곳에 밀라노 두우모만큼이나 큰 성당이 있었다. 

 

 

 

 

벼랑 아래 건너편 구릉지대

 

 광장의 두우모 성당, 정면엔 스테인드글라스 대신에 모자이크 성화가 붙어 화사했다. 

 

 

 성당 앞 광장

 

 광장 앞 골목 입구, 고풍스러운 중세 건물들을 감상하며 골목투어를 시작했다. 

 

  골목을 돌아나와 다시 성당 앞 광장으로 나왔다.

 

  오르비에토 고대인들이 살았던 지하동굴을 알리는 입간판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고 푸른 하늘에 뜨거운 태양빛이 작열했다. 햇살이 퍼지며 36도까지 상승하는 열기는 대단했다. 다행히 습도가 낮아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한 것이 정말 신통하기도 했다. 뜨거운 햇살에 피부가 발갛게 익어갔으나, 맑고 깨끗한 공기와 푸른 하늘이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