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mage

Blood moon

 외출했다가 전철로 돌아오는 밤길에 지상으로 올라와서 하늘을 바라보니 붉은 보름달이 떠있었다. 공원 공터에서 여고생 몇이 스마트폰으로 붉은 달을 찍으며 까르르 웃고 있었다. 어깨너머로 바라본 그들의 핸드폰에 붉은 달이 제법 근사하게 찍혀 있었다. 종종걸음으로 집에 들어와 북동쪽 발코니 문을 열어젖히고 동편 하늘의 붉은 달을 몇 컷 찍었다. 보름달이지만 월식 중이라 어두운 탓에 감도를 최대로 올렸지만 1/8초 이내로 속도를 끊을 수 없었다. 마음이 급해 삼각대 없이 호흡을 조절하며 촬영했으나 선명한 영상을 얻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2018년 1월 31일 밤 10시29분 

 

 

15분여 뒤에 다시 뒷발코니로 나갔다. 그 사이 공중의 달이 아파트 뒷벽 가까이 붙어 촬영각도가 나빠져 있었다. 선명한 사진을 얻어보려 애써봤지만 손각대 촬영으로 역시 앞서 찍은 사진의 수준을 넘지 못했다.   

10시 46분 니콘 200mm    

 

10시 47분 

 

 블러드문(Blood Moon)은 개기월식으로 달빛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져, 대기 중의 빛 파장들이 산란되면서 파장이 긴 붉은빛만 유독 돋보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대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 '붉은 달'은 '흉조'로 여겨왔다. 동양의 '적월(赤月)'이나 서양의 블러드문이나 주로 음산한 분위기의 공포물에서 귀신이나 괴물의 출현을 암시하는 상징으로 전해왔다. 특히 보름달 자체를 불길하게 여기는 서양에서는 각종 신화와 전설이 함께 맞물리며 주로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블러드문과 관련한 신화가 전하는데, 붉은 달이 뜨면 티탄족의 여신이자 주술과 마녀의 신으로 알려진 '헤카테(Hekate)' 여신이 저승의 개를 몰고 지상을 누비면서 저주를 퍼뜨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붉은 달이 비치는 개기월식 자체를 상당히 터부시 했고, 오늘날처럼 우주쇼를 관측하고자 하는 사람들보다는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밖으로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프랑스를 비롯해 주요 서유럽 지역에서도 블러드문은 상당히 안좋은 징조로 여겨졌다. 특히 겨울보다 봄, 여름 농사철에 발생하는 블러드문을 더욱 싫어했는데, 봄이나 여름에 붉은 달이 뜨면 그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지금은 단순히 미신 정도로 치부될 수 있지만, 실제로 블러드문은 개기월식 때, 그 지역의 대기 중 푸른 빛을 산란시키는 오염물질, 기온 등이 갑작스럽게 내려가면 더 붉게 변하기 때문에 충분히 농사에 악영향을 끼치는 징조로 여겨졌다.

 

 더구나 1453년, 동로마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이 개기월식이 발생하고 닷새만에 오스만 터키에 함락당했던 역사까지 겹치면서 블러드문에 대한 인식은 더욱 불길하게 전해졌다. 당시 콘스탄티노플 도시 상징은 달이었다. 그래서 '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도시는 함락되지 않는다'는 전설까지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해 5월24일, 터키군이 겹겹이 포위한 도시 위로 개기월식이 발생해 블러드문 현상이 발생했고, 이 현상을 보고 사기가 크게 떨어진 콘스탄티노플성이 닷새 뒤인 5월 29일 함락되면서 블러드문은 더욱더 흉조로 여겨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 믿음은 현대에 들어오면서 더욱 커지게 되었다. 지난 2014년, 미국에서 블러드문이 뜨고 나서 2주 정도 지난 후 자연재해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2014년, 미국에서 4월15일 개기월식이 발생해 블러드문이 발생했는데, 이때 미국의 월식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6개월 단위로 4차례 발생해 '테트라드(Tetrad)'라 불리며 매우 안 좋은 흉조로 여겨졌다. 

  첫 개기월식으로 블러드문이 뜨고 2주가 지난 2014년 4월29일,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해 미국동남부 일대를 강타했다. 아칸소, 오클라호마, 아이오와, 미시시피, 앨라배마, 테네시 주 등을 덮친 초강력 토네이도로 30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억 달러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토네이도의 발생과 블러드문은 직접적 연관성이 전혀 없지만, 기존 블러드문에 대한 흉조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킨 계기가  되었다. <출처 아시아 경제 2018. 02.01>

'imag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나들이  (2) 2018.04.08
정월 보름달  (1) 2018.03.03
저녁에 내리는 눈  (0) 2017.12.20
한가위 둥근 달  (1) 2017.10.04
서울 원경  (2) 2017.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