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04

(5)
전통과 근대가 어우러진 덕수궁 무심결에 지나치던 덕수궁이었다. 그 동안 시청광장을 지나면서도, 옛시절 그림전시회보러 몇 번 들어갔었던 기억 속에 머무르며, 지나쳤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치 도심 속 숨겨진 비밀 정원처럼 덕수궁 안은 담장밖 세계와 전혀다른 은밀한 공간이었다. 숲이 우거지고, 유리창에 반사되는 현대적 빌딩들과 달리 고즈넉한 궁궐들이 숲 속에서 위엄을 한껏 부리는 곳이었다. 옛날의 기억들을 되살려 가며 찬찬히 살피며 나갔다. 예전에 세종대왕 동상이있었던 것 같은데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고, 덕수궁 내부의 조경마저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마치 내가 외국인이 된 느낌이었다. 우리나라 문화재에대해 너무나 무지했다는 자괴심마저 들었다. 일제에 훼손되지 않았으면 더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을... 안타까움 속에 수년전부터..
4월의 꽃 영산홍 해마다 4월말이면 거리와 동내를 화려하게 물들이는 대표적 봄꽃이다. 야산에 띄엄띄엄 흩어져 빨갛게 마음까지 물들이는 진달래가 수수한 시골처녀라면, 군락을 이루어 조경수로 쓰이는 영산홍은 화려한 도시처녀의 성장(盛裝)과도 같다고 하겠다. 본디 영산홍은 일본에서 자라는 철쭉의 한 종류인 사쓰끼철쭉을 기본종으로 하여 개량한 철쭉의 원예품종이란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영산홍(映山紅)’이라고 한다. 이 꽃은 세종 23년(1441) 봄, 일본에서 일본철쭉 두어 분을 조공으로 보내왔는데, 이를 본 사람들이 "이 꽃은 마치 서시(西施)와 같이 아름답고, 다른 철쭉꽃들은 못생긴 모모(嫫母)와 같다”라고 하여 극찬을 했다고 한다. 이 영산홍을 가장 좋아한 임금은 연산군이었단다. 연산 11년(1505)에 영산홍 ..
영산홍이 활짝 핀 방화수류정 한국인의 조급성은 우리나라 자연적 환경 때문이다. 철마다 풍광이 달라, 한 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해를 기다려야 한다. 애들 놀이인 딱지치기, 구슬치기, 자치기, 연놀이들도 모두 그때가 있다. 어릴 적 정월 보름 지나 연을 날리면 상놈이라 놀리기도 했었다. 앞산에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진달래를 봐야 하고 벚꽃이 흐드러지면 그 꽃이 지기 전에 구경을 해야 하고 철쭉꽃이 화사하면, 철쭉을 보러 가야 한다. 1년의 농사도 마찬가지다. 파종기를 놓치면 그 해 농사는 절단 난다. 계절마다 과일과 채소가 다르다. 요즘엔 소득을 높이기 위해 철 이른 과일과 채소들을 생산해서 성질 급한 고객들을 유혹한다. 철따라 유명한 명소들을 방문하지 못하면 극성스러운 대중들의 대화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산악회마다 1년..
현충사의 봄 오전내내 미세먼지가 안개처럼 자욱했다. 모처럼 나선 나들이였는데, 고속도로에 접어들자마자 콱 막혀버렸다. 밖에 나온 것을 후회하며 되돌리려 했지만 그럴 수도 없어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현충사에 갔더니, 아뿔사 이곳도 상춘객으로 주차장부터 만원이었다. 날씨가 풀리고 봄기운이 완연하니 어린 아이들 손을 잡고 봄나들이 나선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잘 가꿔진 사적지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하루를 즐기다 돌아가니 보기좋은 참정경이었다. 봄향기 가득한 현충사 경내를 돌아다니며, 구국을 위해 한 몸 불사르신 충무공 장군을 기리니 이 이상 어찌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오후 들어서야 미세먼지가 조금 가시고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경내엔 목련과 산수유 개나리 벚꽃, 진달래 들이 만개했다. 그리고 그 안에 끼리끼리 모여든 ..
서울 모터쑈 모처럼 화창한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이라 가족단위 참관객들이 많았다. 매표소부터 밀리기 시작한 인파에 모터쑈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참관객들이 많아서인지 예년에 비해서 행사장 스텝들도 친절하지 않았고, 메이커 측 성의도 부족해 보였다. 내 보기에는 그 많은 손님들은 그저 입장료 만 원짜리 상품이었다. 대부분의 행사들이 사람이 많으면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기는 하지만 백화점이나 마트 수준은 아니더라도 고객들을 위한 추최 측의 서비스 정신은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들의 쑈무대의 전시도 그저 형식적인 것처럼 보였다. 무대 위에서 자동차와 사람의 조화로운 쑈보다는 대형 스크린에 광고 영상물들을 띄워 기계적인 화려함에 치중한 느낌이었다. 쇼무대 아래 전시된 차들엔 방문객들이 승차해 볼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