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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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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잡경 첫째 날 로마 근교 호텔,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제치고 창밖을 보니 허름한 시골 풍경이 나타났다. 로마 교외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여행사에서 경비절감을 위해 도심을 피한 듯한데, 번듯한 건물보다 호텔 안이 매우 허름해서 우리나라 모텔들보다 편의 시설이 좋지 않았다. 오르비에토에서 피렌체 가는 길. 오르비에토는 벼랑 위에 성을 쌓고 마을을 만들어 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놀라웠다. 이 도시 외에도 보이는 산꼭대기마다 많은 마을들이 있었다. Uptwon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차창밖 산마루마다 TV 세트장 같은 동네들이 보였다. 낡고 오래되어 허름해 보이는 동네들... 단독주택이 아니라 대부분이 우리나라 다세대 주택 같은 집들이었다. 도회지 아닌 농촌에서도 공동주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길가 들판 ..
서양 문명의 발상지 로마 오전에 바티칸을 둘러보고 점심 식사 후, 로마 시내를 관광했다. 반나절로 로마투어를 마친다는 것이 정말 웃기는 일이지만, 본디 패키지 투어라는 것이 점 하나 찍고 가는 것이고 보면 이해할 수밖에 없다. 투어 코스도 천편일률적이어서 과거 로마 투어와 코스도 엇비슷했다. 전에는 겨울비 맞으며 걸어서 갔던 포로 로마노 길을 상기하며 투어에 나섰는데, 날씨가 무더워 도저히 걸을 상황이 아니었다. 가이드의 말대로 벤츠 투어라는 승합차 선택관광을 했는데, 그 덕분에 무더위를 피할 수 있긴 했다. 로마 시내는 하나하나가 모두 유적들이다 보니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그저 아쉽고 서운했다. 일 년 정도는 살며 느껴야 로마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을... 방대한 문화유적들을 보며 서구 문명의 근원인 로마 문명의 위대..
교황의 나라 바티칸 시티 이탈리아 여행의 하일 라이트인 바티칸 시티 방문을 위해 6시 15분에 호텔을 떠나 로마로 향했다. 대개 바티칸 투어는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여행사의 경우 손님들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예약제를 이용하기 어렵단다.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까닭에 일정을 맞추려 일찍 출발한다는 것이다. 어제 옆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이웃 호텔의 그룹은 이미 6시에 떠났다. 바티칸은 1929년 이탈리아와 교황청 주변 지역에 대해 주권을 인정하는 라테라노 조약 체결로써 독립국이 되었다. ‘바티칸'이라는 국명은 크리스트교 발생 이전에 내려온 오래된 말로, 테베레(Tevere) 강 옆에 위치한 바티칸 언덕을 뜻하는 라틴어 ‘Mons Vaticanus’에서 유래한다. 바티칸 안에 성 베드로 광장, 대성당, 교황 궁전, 관청, 바티칸 박물관..
지중해 휴양지 카프리 섬 카프리섬은 소렌토에서 연락선으로 40여분 거리에 있는 석회암으로 형성된 섬이었다. 섬 투어는 다섯 시간 정도 소용되는 이른바 선택상품인데, 나폴리의 치안이 좋지 않고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말에 가이드를 따라나섰다. 배를 타고 쪽빛 바다를 가르며 항해하는 재미도 쏠쏠했고, 험준한 벼랑과 비탈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풍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때를 즐길 수 있었다. 다만 햇볕이 너무 뜨겁고 시원한 그늘이 부족해서 더위에 지치기도 했다. 부두에 내려 소형 버스를 타고 서쪽의 아나카프리로 이동하여, 섬의 뒤쪽인 북쪽 전망대까지 갔었는데, 벼랑 아래 푸른 바다와 그 위에 다양한 배들이 떠있는 풍경들이 매우 아름다웠다. 이 섬은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동굴 유적들이 남아 있으며, 고대 그리스 땅이었다가 로..
벼랑 위 해안 도시 소렌토 이른바 나폼쏘, 나폴리와 폼페이, 소렌토를 아울러 일컫는 말인데, 이탈리아 반도 서지중해, 중남부 해안에 붙어있는 도시들이다. 기아차의 소렌토란 차명을 차용한 곳이 이 도시이다. 문화적 사대주의처럼 생각된다. 이곳이 우리나라와 특별한 연관성도 없을 텐데 말이다. 하나같이 외국 동네 이름들을 차용하는 국산차들의 성능이 외산차와 같았으면 좋겠다. 날로 불어나는 외국산 차량들이 거리마다 홍수를 이루는데 사람들의 국산차에 대한 불평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똑같다. 폼페이에서 소렌토 까지는 기차로 열네 정거장 구간이다. 폼페이에서 가이드를 따라 기차에 탔는데, 가이드와 기차 칸이 달라서 정거장을 지날 때마다 하나 둘 세다가 중간에 그만 잊어버려 내심 실소하고 말았다. 집중력도 떨어졌고 옆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니 ..
화산의 도시 폼페이 이른 아침에 폼페이로 이동하여 투어를 시작했다. 폼페이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상한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녹음이 짙게 우거진 산자락에 연기가 피어 올라 산 중턱에 구름처럼 엷은 띠가 퍼지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보였다. 폼페이에 도착했을 땐 옛날 화산이 폭발했다는 베수비오 산 아래에 여러 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내 딴에는 화산 분근의 유황이 끓어오르는 모습으로 생각했다. 그 덕에 한껏 폭발하는 화산의 모습을 실감 나게 상상하며 폼페이 유적지들을 돌아보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유황 연기가 아니라 번지는 산불 연기였다. 그 산불은 하루 종일 번져서, 우리가 소렌토를 경유하여 카프리 섬에서 나폴리로 돌아올 저녁까지 꺼지지 않아 폼페이 부근의 하늘이 온통 희뿌연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폼페이는 BC 6세..
사탑의 도시 피사 친퀘 테레 리오 마지오레 투어 후 라 스페치아에서 버스를 타고 남향하여 피사로 이동했다. 사탑으로 유명한 도시, 피사는 중세에는 강성한 토스카나의 도시국가로서 상업 중심지였다. 이곳에 벽돌과 돌로 지은 대성당과 종탑이 있는데, 기울어진 종탑이 바로 유명한 피사의 사탑이다. 피사는 내분으로 1406년 피렌체에 정복되었다가, 1494년 나폴레옹 침공 때, 잠깐 독립했으나 1509년 다시 피렌체에 종속되었다. 그 뒤 쇠락하여 토스카나 지방의 일개 도시로 명맥을 이어왔다. 동쪽에 피렌체와 가깝고, 인구 9만여 명의 소도시로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이다. 피렌체 사람이었던 갈릴레이는 피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는데, 대학에 다니던 중 피사 대성당에서 등잔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그 유명한 진자의 등시성을 발견하였다. ..
바닷가 어촌 마을 리오 마지오레 호텔 조식 후 친퀘테레로 향했다. 이탈리아 농촌 마을이 깨끗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겨울철에 보았을 땐, 앙상한 산등성이 마을들을 궁색하게 바라봤었는데, 여름 풍경은 사뭇 그 반대였다. 심지어 퇴락한 농가까지도 짙은 녹음 속에 풍요로워 보였다. 계절이 주는 느낌이 이토록 다른 것은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버스는 평야지대를 지나, 우리 강원도 평창길 같은 산악지대를 지나 서지중해 항구도시 라스페치아에 이르렀다. 이탈리아 반도는 아마도 서쪽이 높고 험한 지형인 모양이었다. 라스페치아로 들어서는 길은 정말 우리나라 강원도 길과 다름없었다. 라스페치아에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리오 마지오레로 갔는데, 지형이 험한 탓으로 한 정거장 구간임에도 많은 터널을 지났다. 친퀘 테레는 이탈리아 리비에라에 있는 절벽과 바위로..
패션의 도시 밀라노 이탈리아 패션의 중심이라는 밀라노, 밀라노에 도착했을 때 이탈리아 날씨답지 않게 잔뜩 흐려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도 했다. 십여 년 전 겨울 저녁, 이곳에 왔을 때 어둠 속 광장에서 두우모 성당을 바라보았었다. 그리고 임마누엘 갤러리를 지나 다빈치 동상을 보았다. 어둠 속 풍경이어서 그 기억이 뚜렷하지 않았다. 다만 사방으로 뚫려있는 임마누엘레 갤러리의 장대하고 화려함에 놀랐었다. 특히 개선문처럼 생긴 사방의 아치형 출입구가 무척 아름다웠다. 파리의 장엄한 개선문도 로마에 있는 고대 개선문을 모방한 것이란 사실을 알고 얼마나 실망했었는지 모른다. 그런 개선문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 광장 갤러리 출입문으로 사방에 웅장한 모습으로 떠억 버티고 있는 것이 여간 대단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의 무수한 ..
줄리엣의 고향 베로나 베로나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존한다는 줄리엣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곳 베로나를 찾는다. 나 역시 영화 속에서 봤던 줄리엣의 집을 상상하며 베로나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왔다. 그것이 이번 여행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했다. 셰익스피어 당대, 영국은 이탈리아 유행이 풍만하던 때라고 한다. 그러기에 이미 이탈리아 작가 마테오 반델라의 '질레타와 로미오'를 영국인 아서 브록이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번역 서사시로 발표했었다고 한다. 이것을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동명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희곡으로 재창작했으며, 이것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불후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탈리아 전설 속에 인물인 질레타가 살았다는 집과 발..
운하 도시 베니스 안개가 많아 색감이 발달했다는 베니스. 베니스에 들어가기전 묵었던 호텔 로비 분위기가 참으로 모던했다. 파스텔 톤 쇼파 몇 개로 색감의 조화를 부렸다. 그러고 보면, 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안목이 유별나게 뛰어난 것도 쉽게 수긍이 된다. 쇠락한 고건축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색깔들의 오묘한 조화가 아닐까. 전에 느꼈던 피렌체나 베니스의 건물들의 빛바랜 벽들을 보고는 크게 실망한 적이 있었다. 겉칠이 벗겨지고 띁어져나가 흉측하게 패인 곳이 한둘이 아니어서, 크게 실망했었는데, 그들도 멀리서 바라보면, 그것이 티가 되지 않고 주변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베니스는 십자군 원정으로 번성하여 크게 세력을 떨쳤던 해상공화국이 되었다. 그 후 이탈리아에 통합되어 오늘에 이르..
르네상스의 꽃 피렌체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에 다시 섰다. 10여 년 전, 겨울에 이 자리에 서서 얼마나 감격했었던가. 르네상스 발상지인 이곳에서 미켈란제로나 다빈치의 유적들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무한 감격했었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보는 유적들이 세계 문화사에 이바지한 바 얼마나 컸었던가를 생각하며 감동했었다.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단테 이야기를 그의 생가 앞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또한 감동했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이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피렌체 시가의 그윽한 풍경은 예와 다름이 없었다. 본디 다비드 상은 시뇨리아 광장 베키오 궁 앞에 세웠다고 한다. 당시 피렌체는 공화정을 수립하였고 미켈란젤로 역시 정치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었다. 이때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가 공화정 서기관장이어서, 다비드 상은 바로 공화정의 대표적..
중세 성곽도시 오르비에토 잔뜩 흐린 날씨였다. 두 번째 이탈리아 여행이지만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었다. 전에 갔었던 베네치아나 밀라노는 별 관심이 없었고, 줄리엣이 살았다는 인터넷 베로나 사진들을 떠올리며 알리탈리아 항공기 탑승시간을 기다렸다. 오후 1시 55분 이륙한다는 비행기는 탑승 후, 한 시간이 지나서야 지상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13시간 이상을 비행한다는데 이미 출발 전 한 시간을 기다렸으니 14시간 비행이나 마찬가지다. 무료한 시간을 메꿀 수 있는 영화도 준비가 부족한 탓인지 성의가 없어서인지 한국어 더빙 영화는 두 편뿐이어서, 내키지 않던 영화 한 편을 보다 말고 비행시간 내내 좁은 자리에서 뒤척거리며 잠을 청했다. 두 번 주는 기내식도 입에 맞지 않았다. 한식이라고 주는 첫 번째 식사는 그런대로 먹었지만,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