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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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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장대와 행궁 날씨가 청명해서 화성에 올랐더니, 기이하게도 구름이 남북으로 반반씩 나누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일교차가 커서 가을 옷차람으로는 한낮엔 땀이 흘렀다. 인적도 뜸해서 사진 찍기엔 적격이었다. 장대부근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인들이었다. 내국인들은 화성장대 아래 행궁에 몰려와 시끌벅적했다. 화성의 아름다운 경관은 장대가 있는 팔달산 정상이 제격인데, 산 위까지 오르는 동선이 내국인들에겐 부담인가 보다. 화성장대(華城將臺)는 화성의 군사지휘본부로서 '서장대(西將臺)'로도 불린다. 화성 동쪽에 군사를 훈련하고 지휘하는 연무대를 동장대라 하며, 팔달산 정상에서 화성 전체를 조망하고 지휘하는 화성장대가 연무대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서장대라고도 한다. 1794년 (정조 18년) 8월 11일 공사에 착수, 9월 1..
남한산성 수어장대와 지화문 수어장대는 남한산성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는 지휘소로 이름대로 말하면 임금을 지키는 장대란 뜻이다. 지휘소임에도 숲이 우거져 사방이 제대로 조망되지 않았다. 이층 누각으로 화려하고 웅장했다. 수원 화성장대보다 규모가 훨씬 컸으나, 기능과 외적 아름다움을 견준다면 화성장대보다 멋스럽지 못하다. 아래층 마루는 북쪽에 판자로 벽을 세웠다. 그리고 수어장대를 둘러싸고 담장을 둘렀는데, 담장 때문에 시야를 가리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후대에 쌓은 듯하다. 수어장대 측면에 세운 무망루, 조선 영조가 병자호란의 치욕을 잊지 말자고 세운 것이다. 그 옆엔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기념식수하고 세운 사각 기념 표지석이 있다. 수어장대에서 나와 성벽을 따라 남한산성의 남문까지 걸었다. 성벽을 따라 걷는데 대부분의 길이 다듬어지지 ..
서울 원경 쾌청하여 가시거리가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멀리 바라보니 상황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행궁에서 수어장대 방향으로 올라가선 산성 성벽에 기대어 남한산성의 서쪽 풍경들을 망원으로 몇 컷 찍었다. 잠실의 롯데 타워가 우뚝 솟아 위용을 뽐내었다. 남산 서울 타워도 밋밋한 도시 풍경에 제법 조화를 부렸고...... 한강 주변 롯데빌딩과 서울타워 북한산, 망경대와 백운대 인수봉이 삼각점을 이루었다. 도봉산 암봉들... 여의도 부근 인천방향 관악산
남한산성 행궁 간밤에 벼락과 우레소리가 요란하더니 아침엔 햇살이 쨍하게 빛났다. 가시거리도 상당해서 멀리 광교산 머리가 깨끗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조반 후 얼른 카메라를 챙겨 남한산성으로 갔다. 모란역에서 시내버스로 환승할 때, 인터넷 검색과 달라 약간 착오가 있었지만, 버스 앱과 정류장 안내표지를 참고해서 모란역 3번 출구에서 9번 버스를 타고 목적지 종범까지 갔다. 시내버스 노선이 구불구불해서 지체되긴 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만큼 마음만은 편했다. 산성 안은 산성축제 준비로 한창 바쁜 듯, 한가운데 주차장은 차량을 통제하면서 천막들을 설치해 놓았다. 서서히 가을빛이 물들어간다. 눈부신 가을 햇살 속에 바람이 조금 찼으나, 이내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매표소에 들렸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행궁 기와보수공사를 ..
강릉항 주변 강릉시 송정동 강릉항(예전엔 안목항) 주변 해안은 카페거리가 되었다. 한 집 건너 카페일 정도로 커피 상점이 넘쳐난다. 강릉항에는 울릉도 저동을 오가는 정기 여객선편이 있다. 웬일인지 주중에는 내내 출항하지 않고 항만에 정박해 있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금요일 오전 출항하는 것으로 봐서 주말에만 떠나는가 싶다. 재작년 가을 울릉도 가려고 예약했는데, 파도가 높아 떠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고 황급히 환불받은 적이 있었다. 정기항로라면 정기적으로 다녀야 할 텐데... 아무래도 울릉도 가려면 동해시 묵호항에서 떠나는 것이 확실할 듯싶다. 이 지역이 관광지에 상업지역이라서인지 인심이 그리 좋지 않았다.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았으나 대부분 횟집이어서 곤란을 겪었다. 후미진 곳에서 겨우 식당 하나를 찾았는데 처..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하늘이 잔뜩 찌푸려 빗발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바다부채길로 갔다. 정동진 썬크루즈 리조트부터 심곡항에 이르는 해안산책로인데, 지형이 험하고 군사작전지역이라 그동안 통제되었던 구역이었다. 강릉시에서 험한 해안길에 나무와 철제로 산책로를 만들어 작년부터 개방하고 있다. 금년 6월부터 입장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는데, 험준한 지형에 산책로를 개설한 노고를 생각하면 입장료 3000원은 아까운 돈은 아니었다. 다만 해안길을 봉쇄하고 있는 공비 침투방지용 철책과 철조망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리지 못하고 흉물스럽게 둘러쳐진 오늘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정동진 아랫녘 썬 크루즈 리조트 주차장부터 부채길 탐방을 시작했는데, 산등성이 언덕에서 바닷길로 내려가는 계단이 가파른 탓에 맞은편 심곡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걷기가 수..
강릉항 일출 다섯 시에 기상해서 일행들은 낚시터로 나가고, 나는 송정해변으로 나갔다. 며칠 동안 흐린 날씨 탓에 실패했기 때문에, 어젯밤 동해에서 떠오르는 둥근달을 바라보곤 기대감이 차올랐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라 운 좋으면 오메가도 만날 수 있겠다는 가벼운 설레임도 있었다. 해돋이 예상시간이 6시 정각이라 시간에 맞춰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 세팅까지 끝냈다. 해가 솟아오를 수평선에 초점을 맞추고 해돋이를 기다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며 해돋이를 기다리는데, 여섯 시가 되어도 해가 떠오르지 않았다. 살짝 당황하는 순간, 수평선 조금 높은 곳에 붉은 태양의 머리가 얼핏 보였다. 급히 셧터를 눌렀으나, 촛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수평선 너머 옅은 해무가 태양을 가리고 있었던 탓이었다. 해무 때문에 초점..
강릉시 강문 솟대다리 송강 정철은 선조로부터 강원도 관찰사직을 제수받고 경내를 순시하며 여정에 따라 아름다운 강원도 풍경들을 기행문을 써 내려가듯 "관동별곡"을 노래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금강산을 넘어 통천으로, 통천 총석정에서 해변을 따라 울진까지 내려가며 강원도지방을 일주했다. 그는 뛰어난 명승지를 보면서 목민관으로서 좋은 정치를 펼치려는 자신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 영동지방의 중심지인 강릉에 와서는 아름다운 경포호수와 동해바다, 그리고 훈훈한 미풍양속을 찬양했다. "기우는 햇살 속 양양고을, 흐드러진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며 깃털 지붕의 신선 마차를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십리 비단을 다리고 또 다린 듯한 경포호수 큰 소나무들 울창한 숲 속에 마냥 펼쳐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까지 헤아릴 수 있겠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