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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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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픈 두 현실 촛불집회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017. 10. 28. 토요일, 오후 4시 30분경 종각 부근에서 노동조합 깃발을 들고 시가행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슈는 '비정규직' 철폐였다. 깃발을 들고 단위조합들끼리 열을 지어 광화문에서 종로로 행진하고 있었다. 먹고사는 것이 현실의 가장 큰 문제이니 대부분 젊은이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시청 광장에서는 '청춘 콘서트'가 열릴 예정인가 보았다. 종각에서 시청광장으로 걷다가 4시 45분경 플라자 호텔 앞도로에서 행진하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 시위대를 만났다. 군복, 또는 검은 색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선두와 후미에 서고 일반인들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행진을 했다. 소형 SUV차량 짐칸에 실은 대형 확성기로 구호와 유신시대 계몽가요를 요란하게 방송하며 시위대를 선..
종묘(宗廟) TV에서 유홍준 님의 5대 궁궐을 이야기를 시청하곤, 그 느낌을 맛보려고 종묘를 또 찾았다. 날씨도 맑고 하늘도 푸르러서 멀리 떠나기 딱 좋은 날이었는데, 멀리는 가지 못하고, 이웃동네 놀러 기듯 가벼운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조석으로 바람이 찬데, 종묘 앞 가을볕은 몹시도 따가웠다. 몇 년 사이 종묘 앞뜰이 몰라보게 단장되어 보기가 좋았다. 북적이는 사람들에 휩쓸려 종묘 안에 들어섰는데, 입구 안쪽 첫 번째 건물인 공민왕 신당은 공사 중이라 다가가지 못했다. 토요일 자유관람일이어서, 마음대로 다니면서 사진 찍기는 좋았는데, 사람들이 많다 보니, 시야가 많이 가려져서 애로가 있었다. 유홍준 님의 설명을 떠올리며, 찬찬히 관람하며 종묘의 미학들을 생각했지만, TV에서 듣던 느낌..
진도 가사도 2 가사도에 온 후로 연일 날씨가 좋지 않았다. 비도 오고 바람이 불어 파고가 높아 낚시를 하지 못했다. 모처럼 바람이 잠잠한 날 돌목해변에 나가 감성어와 우럭 새끼 두어 마리를 낚았으나 너무 작아 방생하고 말았다. 전설에 의하면 스님의 가사가 떨어져 섬이 되었기에 이곳 사람들은 불심이 깊어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고... 그런 연유로 과거 이 주변에 조기가 많이 났으나 외지 사람들만 조기잡이에 나섰을 뿐, 현지 주민들은 방관만 하고 있었다 한다. 그 대신 양식 톳을 대량 생산한다. 긴 밧줄에 종자를 뿌려 바다에서 양식한 후, 주로 일본에 수출하는데, 질이 좋아 일본에서 인기 있단다. 좁은 섬안에서 날씨 때문에 방에만 있을 수 없어 친구와 가사도 투어에 나섰다. 가사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가사도 생태공원 전..
진도 가사도 1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따라 진도에서 가까운 가사도에 왔다. 진도 쉬미항에서 가사도까지 하루 세 차례씩 가사페리호가 운항한다. 가사페리호는 가사도에서 채굴되는 금광석을 운반하는 화물 전용선인데, 가사도주민들에게 무료로 편의를 제공한다. 광석을 실은 덤프 트럭을 주로 운반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항하는 것이 아니어서 전후 40여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주민 외에 여행자나 방문하는 사람은 편도 5000원의 뱃삯을 내고 가사도에 입도할 수 있다. 소요시간은 40분에서 60분 정도로 기상에 따라 시간이 다르다. 내 경우엔 한 시간여 걸려 가사도에 상륙했다. 진도 연안이라 파도도 잔잔하고 인근에 아기자기한 섬들이 많아서 볼거리가 많았다. 섬들을 바라보며 친구와 나누는 정담도 즐거워서 지루한 ..
진도 남도진성과 배중손 사당 진도는 고려시대 삼별초의 대몽항전 최후격전지로 유명한 곳이다. 남도진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기울어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시간에 쫓겨 급한 마음으로 석성 안으로 들어가니 수년 전, 성안에 있던 민가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관가로 짐작되는 건물만 돌로 쌓은 성안에 덩그러니 앉아있어 썰렁해 보였다. 석성 남문으로 들어가 관가 건축물을 두루 보고 서문으로 나와 성 위에 올라서 한 바퀴를 돌며 보았다. 돌로 쌓은 성벽이라 단단하고 성벽에 담쟁이들이 자라고 있어 고풍스럽고 기품 있어 보였다. 이 성은 고려시대 몽고가 침략했을 때, 배중손이 이끄는 삼별초가 진도를 떠나 제주도로 향하기 직전까지 마지막 항전을 벌였던 곳이다.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의 석성은 조선시대에 재축성한 것이다. 남도..
진도 이충무공 승전 공원 진도대교를 건너 진도에서 울돌목을 바라보았다. 예전엔 해남 우수영 전적비가 있는 곳에서 진도를 보았는데... 충무공께서 왜적들을 크게 물리치신 곳이라 진도군에서도 성역화하여 공원으로 만들었다. 진도대교 아래에서 충무공 동상이 있는 곳까지 명량에 흐르는 탕탕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예전의 모습들을 상상도 하며 천천히 걸었다. 명량 해전이 있었던 곳은 진도대교 저편이지만 해남 우수영 앞바다라 전략상 요충지임이 분명하겠다. 산책길이 예쁘고 풍경이 매우 빼어났다. 진도대교 아래 유리 바닥 전망대, 울돌목 건너는 해남 우수영 전승 공원이다. 진도대교 아래 명량해전도 공원 안에 있는 판옥선, 상업적인 카페인 줄 알고 지나치려다 들어갔다. 조선 시대 판옥선을 재현하여 당대 판옥선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공원 안에 있는..
해남 우수영과 명량대첩비 전라좌수영이 여수에 있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나 전라우수영의 존재는 그리 널리 알려진 것 같지 않다. 해남에서 진도를 건널 때 왼편에 있는 우수영 국민관광단지가 우수영터로 알고 있었는데, 버스여행을 하면서 우수영관광단지 오른편에 전라좌수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친구와 함께 해남 우수영을 찾았는데, 워낙 작은 마을에 우수영 흔적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마을 입구 손짜장면집이 있어서 수타짜장면을 먹으려고 그곳에 들어갔다.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 작년부터 수타짜장을 접었단다. 아쉬움에 간짜장을 시켰는데, 그것마저 힘들어 안된단다. 대신 그냥 짜장면도 맛있다고 권해서 시장하던 차에 짜장면 하나를 후딱 비우고 나왔다. 주인내외에게 수영성 내력을 물었는데, 바쁜 일..
상흔(傷痕) 목포에서 진도로 가는 도중 옆으로 누윈 세월호의 모습이 먼 시야에 들어 왔다. 친구가 "목포 신항만으로 예인한 세월호"라고 일러 주었다. TV 화면에서 익히 보아온 모습임에도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에전에 맹골수로 세월호 침몰해역을 지나며, 가슴 아파했었는데, 이젠 저렇게 처참하게 누은 모습으로 밝은 세상에 나타났다니 답답한 마음에 가슴이 메이는 것 같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목포신항만으로 갔다. 항만 안이 통제구역이라 들어갈 수 없어서 노란 리본이 꽃처럼 휘날리는 철망 밖에서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래봐야 보이는 것도 별로 없었지만, 세월호는 수많은 사람들을 물 속에 수장하고, 사람들에게 슬픔과 울분을 자아나게 했던 통한의 선박이라 가슴이 찡하게 다가왔다.
한가위 둥근 달 흐렸던 날씨에 해가 넘어가자 구름 사이로 둥근달이 보이더니 이내 숨어버려 아쉬웠다. 새벽에 밝은 달빛에 잠이 깨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휘엉청 밝은 달이 성근 구름 사이로 환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발코니로 나가 몇 컷 찍었다. 이번 한가위달은 둥근 달이 못된다더니, 열나흘 날 밤 둥근달은 좀 더 이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밝은 달빛이 사방을 환하게 비추고 있어서 보기에 좋았다. 어수선한 시국임에도 마음 속 깊은 어둠까지 밝은 달빛으로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았다. 2017년 10월 4일 01시 47분, 500mm, f 10, 1/80sec, Iso 100 2배 확대. 저녁식사 후 산책 겸 달맞이를 나갔다. 엷은 구름들이 보름달을 스치고 지나갔다. 달무리는 아니지만, 둥근 달을 중심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