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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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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달마산 미황사 해남 땅끝마을에서 올라오며 지나칠 수 없는 곳이 미황사였다. 마치 금강산 능선 하나를 떼어놓은 듯이 북쪽 두륜산을 경유에서 남서쪽으로 비스듬히 지나가는 한반도 백두대간의 마지막 줄기 달마산 능선은 산수화를 그린 병풍만큼이나 아름답다. 그 아래 미황사는 동편에 석벽 병풍을 두르고 점잖게 서해를 굽어보고 앉아 있었다. 이곳에선 구태여 인위적인 멋을 부릴 필요가 없다. 빼어난 산수 한 자락에 자리 하나 빌려 여러 채의 절집들이 법당을 중심으로 정답게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을 뿐이다. 불교가 주를 이루는 대부분의 동남아 사찰들은 하늘을 찌를 듯 추녀를 치켜세우고, 화려하게 황금색으로 과장하여, 세속의 중심에서 사람들에게 호사를 부린다. 얼마전 라오스를 방문했을 때, 그곳의 사원들은 멀리서 볼 땐 크고 아름다웠는..
보길도 세연정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의 고향, 보길도. 진작부터 고산이 살던 보길도를 찾아보려 했으나, 마음뿐이었었다. 친구 따라 진도에 갔던 길에 막간의 짬을 내어 드디어 보길도에 들렸다. 그동안 마음만 있었지 정보가 거의 없어서, 어디부터 찾아야 할지도 몰랐다. 고산이 부용동에 살았다는 흐릿한 기억에 그곳을 검색했지만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 그 대신 윤선도 유적지라는 원림을 찾아내곤 그리로 향했다. 그런데, 원림에 도착했으나 시간이 일러 문을 열지 않은 것이다. 아침 일찍 도선하여 쉴 새 없이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원림 개장 시간을 맞추기 위해 차선책으로 해안을 따라 보길도 땅끝전망대까지 가고 오면서 과거 어부사시사를 짓던 어촌풍경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21세기 보길도 주변은 과거 조선시대 양반들이 유유..
보길도 풍경 아침 7시 30분 해남 땅끝마을 선착장에 도착하자, 막 출항하려던 페리 여객선을 발견했다. 재빠르게 매표소에서 승선권을 구입해서 차를 몰아 페리 여객선 안으로 들어갔다. 보통의 경우에는 후진해서 차에 들어가는데, 이 배는 규모가 커서 앞으로 들어가서 뒤쪽에서 유턴하여 선수방향으로 차를 세우도록 했다. 운전자 입장에서 편안하게 배안에 자동차를 실을 수 있었다. 여객선은 40분여 만에 노화도 산양항에 도착했다. 노화도에서 보길대교를 건너 보길도에 들어섰으나 너무 이른 아침이어서 윤선도 원림은 문을 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보길도 투어에 나섰는데, 보길도 땅끝 전망대를 경유하여 공룡알 해변 가까이 갔다가 되돌아왔다. 보길도 해안을 달리며, 주변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바라보며 어부사시사 구절들을 떠올렸다. 시..
울돌목 진도타워 울돌목을 건너 진도에 입도할 때마다 왼쪽 언덕의 타워가 궁금했었는데, 이제 그 타워에 올라 그 궁금증을 해소하게 되었다. 가파른 길을 거슬러 오르니까 널찍한 주차장과 배모양의 7층짜리 우람한 진도타워가 나타났다. 울돌목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산마루에 승전광장을 만들어 명량대첩의 의미를 새겨 놓았다. 예전엔 맞은편 내륙 해남 지역에 해남우수영전적기념공원만 있었는데, 진도타워 건립으로 육지와 진도의 양안을 두루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어찌 보면 명량대첩을 두고 내륙의 해남군과 진도군의 공적다툼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것 같다. 울돌목 양해안에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전승공원이 경쟁하듯 들어서고 있다. 주민들이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고무적인 일이다. 지역의 명예를 드높이고, 장군의 업적을 후손들에게 ..
진도 벽파진 전첩비 벽파진은 고려 후기 삼별초가 강화도에서 진도로 본거지를 옮긴 후, 대몽항쟁의 근거지였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순신 장군이 16일 동안 머물면서 전략을 세우고 수군을 정비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전략적 요새였다. 벽파진 나루 바위 언덕에 1207년(고려 희종 3년) 벽파정이 세워진 뒤, 1465년(조선 세조 11년) 중건됐지만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허물어져 흔적마저 없어지고 말았다. 이에 진도군은 2016년 사업비 5억 원을 들여 정면 가로 11.1m(5칸) 측면 세로 6.3m(3칸) 크기로 고려시대 양식의 팔작지붕 기와집 형태로 복원했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벽파정이어서 정자 위에 올라 주변을 둘러 보았다. 정자 위, 반 칸짜리 방이 있었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이순신 장군이 글씨를..
진도 운림산방 진도 방문 첫 번째 코스로 조선조 말기, 소치 허련이 기거하며 그림과 저술활동을 하던 운림산방을 찾았다. 그간 몇 차례 이곳을 둘러보긴 했으나 겨울철 방문은 처음이었다. 겨울 햇볕이 심술궂게 오락가락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춥긴 했으나 남도의 봄기운이 숨어 숨 쉬는 듯했다. 봄향기를 품고 길게 누워있는 첨찰산 자락 아래, 고즈넉한 운림산방의 풍경이 보기에 너무 좋았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좋은 그림도 글도 나오는 건 당연지사겠다. 전시관 안에서 소치일가가 남긴 남도의 풍경들을 둘러보면서 구름이 숲을 이룬다는 운림산방의 정취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 보았다. 운림산방 표지석, 뒷 건물은 남도전통미술관 그림 경매장 산방 진입로 운림산방 산방 앞 풍경 소치 허련의 기적비 그림을 그리던 산방 뒤 소치의 생전 살림..
비엔티엔-2 비엔티안에는 라오스의 수도답게 차량들이 많았다. 라오스 여행 마지막 날 비엔티엔에서 큰 사찰만 두 곳을 돌아 보았다. 가이드의 전언에 의하면 라오스는 외적의 침략과 약탈 때문에 변변한 문화재가 없다고 한다. 크고 아름다워 보이는 사원들도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라 시멘트로 지어졌기 때문에 근접해서 보면 어딘지 조금은 엉성해 보였다. 왕복 10시간이나 소요되는 고통스런 비행 속에 라오스 투어에서 특별히 기억되는 것이 없다. 유럽인들이 꿈꾸는 여행자의 천국이라는데 내 보기에는 이제 잠에서 막 깨어난 신생개발국가일 뿐이었다. 문화유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수려한 자연경관이 많은 곳도 아니어서 여행사마다 놀이 중심의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했는가 싶다. 그런데, 레포츠는 우리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놀이 ..
방비앵의 소소한 풍경들 3박 5일의 여정이라지만 저녁에 떠나고 새벽에 돌아오니 실제 여행은 3일이었다. 게다가 비엔티안에서 방비엥까지 이동시간이 3-4시간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3일 동안 라오스 여행은 비상식적이었다. 여객기 안, 좁은 좌석에서 끔찍스런 고역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여행 스케줄이었다. 볼거리가 적은 라오스는, 주변 강대국들에 휘둘려 주권 없이 살았던 때가 많고, 산악지대가 많아 경제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가, 공산주의 독재체제여서 아쉬운 것들이 많아 보였다. 수도임에도 문화유적들이 변변치 않은 듯했고, 우리가 방문했던 방비앵도 수려한 자연 외엔 볼거리가 적어, 물놀이나 짚라인 같은 레저활동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오죽하면 라오스 3일 여행 동안 밤마다 마사지를 연속해서 세 번이나 받으라고 했을까. 마사지..
탐쌍 동굴과 탐남동굴 블루라곤에서 점심을 먹고 방비엥 쏭강 상류로 30여분을 달려갔다. 이른바 코끼리들이 죽을 때면 찾는다는 탐쌍 동굴과 튜브를 타고 탐험한다는 탐남 동굴을 가기 위해서인데, 목적지보다 걷는 길이 더 아름다웠다. 쏭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방비엥의 카르스트 산맥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탐쌍 동굴로 가는 길 쏭강을 건너자 나타나는 탐쌍 동굴 사원 탐쌍동굴사원 동굴 내부 입구 가까운 곳에 있는 코끼리 바위 동굴 사원에서 나와 물동굴 튜브 체험을 위해 마을을 지나 농로를 따라 10여분 정도 걸었다. 우리나라 60년대가 연상되는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었다. 겨울철에 보는 옥수수 밭 탐남동굴 입구 머리에 랜턴과 보호 핼맷을 쓰고 튜브에 앉아 동굴 안으로 이어진 줄을 잡고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온다. 동굴 높이가..
다이빙 명소 블루라군 "꽃보다 청춘"이란 프로그램에서 물놀이하는 영상을 보곤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너무나 작은 곳이어서 놀랐다. 마치 서양인들의 개인 집에 딸린 수영장 규모의 작은 사이즈였다. 서양인들이 모여 파티하면서 미끄럼도 타고 유흥도 즐기는 풀장 규모로 보면 딱 알맞겠다. 우리 한국인의 정서와는 조금 동떨어진 자연 풀장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계곡과 골짜기가 차고 넘친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엔 여름 한 철밖에 즐길 수 없는 것이 흠이다. 상하(常夏)의 나라 라오스에선 일 년 네 계절 가릴 것 없이 사시사철 물놀이할 수 있는 곳이니 자연 각광을 받게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양인들에겐 자연 속의 지상낙원이니 어쩌니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지나친 과장이라 싶어 오히려 우스꽝스러웠다. ..
방비엥 버기카 리조트 조반 후, 톡톡이를 타고 버기카를 타러 나갔다. 버기카는 1인승 사륜 오토바이보다 작지만 2명이 타는 4륜 레저 소형차이다. 이곳에서 처음 보는 자동차로 운전이 간단하여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는 레저용 자동차였다. 다만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먼지가 많이 나기 때문에 먼지 예방책이 필요했다. 준비 없이 업체에서 지급해 주는 1회용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밀려오는 먼지를 주체할 수 없었다. 또한 먼지로부터 눈을 보호할 수 있는 보안경도 필수 요소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조수석에 앉았는데, 비포장 도로 흙먼지를 머리부터 몸통까지 뒤집어썼다. 카메라까지 뽀얀 먼지가 잔뜩 앉아 결국 촬영을 포기하고 말았다. 블루 라군에서 버기카 대여점으로 되돌아올 때 운전했는데, 스티어링 휠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떨림에 손끝..
수상 뱃놀이 롱테일 보트 해질 무렵 숙소에 여장을 풀고 1톤 트럭 적재함에 승객을 태우는 이른바 톡톡이를 타고 롱테일 보트 선착장으로 나갔다. 롱테일 보트는 좁고 긴 3인승 보트로 좁은 보트에 이동식 좌대에 종대로 승객 2명이 앉고, 맨 뒤에 사공이 앉아 기다란 모터 스크루를 조정하며 방비앵 쏭강 여울을 타고 내려갔다 올라오는 뱃놀이다. 방비앵의 쏭강은 수심이 옅고 여울져 있어서 지형을 모르는 사람은 운행하지 못한다. 의자가 붙박이가 아니기 때문에 자칫 무게중심을 잃으면 강물에 빠질 수 있다. 수심이 깊지 않아 크게 위험하지 않으나 뒤집어지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중국 계림 석회암 바위산들처럼 아름다운 방비앵의 산능선 너머로 석양이 지고 있어 낙조를 바라보며 보트를 타는 것도 제법 멋스러운 풍경이었다. 우리 일행 ..
방비앵 가는 길 태국과 메콩강 접경지역인 라오스 수도 비앤티안에서 170여 km 북부에 방비앵이 위치한다. 도로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 버스로 4시간 정도 거리라고 한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현대 리무진 버스로 차창에 지워진 글씨 흔적으로 미루어 부산 해운대에서 김해공항을 운행하던 차량이었나 보았다. 연식은 알 수 없었으나 준수하게 승차감도 편안하고 가속 성능도 국내 버스에 뒤지지 않아 장거리 여행이 매우 편안했다. 부다파크를 떠나 바다가 없는 라오스의 내륙 소금마을을 거쳐, 라오스 탕원에서 뱃놀이를 하면서 점심을 먹었는데, 아름다운 강변을 바라보며 밥 먹는 풍류가 그만이었다. 배안에 노래방 설비까지 있어서 뱃놀이에 적격이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 손님들의 대부분이 우리나라 사람들이어서 강물 따라 오가는 배들마다 우..
라오스 첫째 도시 비엔티안-1 미지의 나라 라오스. 최근에서야 라오스가 베트남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라는 걸 알 만큼 무지했었다. 70년대 인도 차이나 반도에서 베트남이 공산주의로 통일될 때 주변 국가들이 도미노 현상으로 공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킬링 필드로 불리는 대학살을 겪은 크메르와는 달리 라오스는 이른바 대숙청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나 보았다. 한파가 몰아쳐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따뜻한 동남아가 부럽기도 했다. 3박 5일 패키지 여행인데, 밤 비행기로 가서 새벽 비행기로 돌아오니 실제로는 중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처럼 짧은 3일 동안의 여행인 셈이었다. 가는 시간이 무려 5시간 40분, 오는 시간은 4시간 40분이니 만만치 않은 비행이었다. 게다가 저가 항공사는 처음 이용하는 것이라서 왠지 불편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선뜻 ..
Blood moon 외출했다가 전철로 돌아오는 밤길에 지상으로 올라와서 하늘을 바라보니 붉은 보름달이 떠있었다. 공원 공터에서 여고생 몇이 스마트폰으로 붉은 달을 찍으며 까르르 웃고 있었다. 어깨너머로 바라본 그들의 핸드폰에 붉은 달이 제법 근사하게 찍혀 있었다. 종종걸음으로 집에 들어와 북동쪽 발코니 문을 열어젖히고 동편 하늘의 붉은 달을 몇 컷 찍었다. 보름달이지만 월식 중이라 어두운 탓에 감도를 최대로 올렸지만 1/8초 이내로 속도를 끊을 수 없었다. 마음이 급해 삼각대 없이 호흡을 조절하며 촬영했으나 선명한 영상을 얻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2018년 1월 31일 밤 10시29분 15분여 뒤에 다시 뒷발코니로 나갔다. 그 사이 공중의 달이 아파트 뒷벽 가까이 붙어 촬영각도가 나빠져 있었다. 선명한 사진을 얻어보려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