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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가을 창경궁

...................... 단풍빛깔이 한창인 지금 창경궁은 춘당지 부근의 숲이 한창 아름다울 터였다. 창덕궁 후원이 깊고 그윽해서 좋긴 한데, 해설사의 인솔에 따라 단체로 움직이는 번거로움이 부담스러웠다. 본디 창경궁과 창덕궁 후원은 서로 붙어있던 공간인데, 담을 쌓아 분리해 놓은 것이다. 일제가 꼼수로 조선을 폄하하기 위해 왕궁을 동물들의 분뇨로 훼손하여 행락지로 바꾼 것을 복원했기에, 과거에 분리된 담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일 게다. 

 

  향후 종묘와 창경궁 사이의 도로 위를 덮어 하나로 이으면 일제에 훼손되었던 궁궐이 좀더 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일제에 훼손된 우리 문화재를 생각하면 몹시 속상한데, 오늘날 정치가들이나 관리자들이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의 민도가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얼마 전 복구했다는 숭례문에, 몇 개월도 안 돼 기둥이 갈라지고 단청이 떨어지고 있으며, 지붕 위의 기와는 올 겨울이 되면 얼어서 터질지도 모른다니 그저 어이없는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복구에 들어간 재료비는 푼돈이고 대분분이 홍보비였다니 주객이 바뀌어도 한참이나 지난 격이다. 그중엔 중간에서 착복한 돈이 상당할 것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고 만다.  

 

  북경의 자금성은 그 위용을 돋보이기 위해서 인근에 높은 빌딩을 짓지 못하도록 국가에서 집중관리한다는데, 우리나라 궁궐들은 고층 빌딩들로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숨어든 격이다. 그것도 모자란지 경복궁 부근에 관광호텔을 짓게 한다는 소식이 마냥 스산한 가을날씨보다도 더 우울하게 만든다.  워낙 일제가 많이 망가뜨렸기 때문에 모두 한꺼번에 개선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자긍심을 위해서라도 고칠 것은 고쳐야 하는데, 고위 당국자들의 안목이 이토록 보잘것 없으니 다른 것은 말해서 무엇하랴 싶기도 하다.  

 

  자신과 패당의 이익을 위해 국가안위는 내팽겨치고 사리사욕을 위한 견강부회로 궤변만을 일삼는 일부 정치가들의 작태가 혼란스러운 오늘을 더욱 부채질한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여들이며 이용하는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태민안의 마음으로 내일을 생각하는 정치가가 몹시도 그리울 뿐이다..............................

 

 

 

경춘전

 

통명전

 

양화당 뒤뜰

 

양화당과 통명전 뒤뜰

 

양화당 뒤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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