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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

  그곳엔 과거가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 기울어진 햇살 아래 MBC 촬영장은 짙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시간을 뛰어넘어 호랭이 담배 먹던 과거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들어가는 진입로 주변은 축사농가라서, 동물들의 분뇨 냄새가 코를 찌르고, 동네 개울에는 농가의 오수가 악취를 내며 흘렀다. 도로도 좁아서 승용차 두 대가 서로 교행하기도 불편할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통의 산맥들처럼 북-남으로 뻗은 낮은 산줄기에 동향으로 앉은 세트장은 그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전에 보았던  부안 종합세트장보다 남양주 종합 촬영소보다도 규모가 더 커 보였다. 단지 내 상식으로 알 수 없을 것 같은 국적불명의 건축물이 많아서 아쉽긴 했지만... 

 

  입장료 7000 원을 내고, 세트장을 주욱 돌아보는데, 일본인 관광객들이 의외로 많아서 놀랍기도 했다. 조선의 궁궐을 보려면 서울의 경복궁이나 창덕궁으로 갈 것이지 여긴 왜 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과거엔 MBC의 열혈 시청자였으나, 현 정부 들어서 노조 파업 이후에는 채널검색 중에라도 불현듯 mbc채널이 나올라치면, 화들짝 놀랄 정도로 피해 버린다. 그 덕에 즐겨왔던 드라마도 끊어버렸고, mbc뉴스는 절대 보지 않는다. 권력의 나발수로 전락한 방송은 이미 언론의 생명줄이 끊어졌기 때문에 mbc는 최소한 내게서 완전 떠나버린 매체가 되고 말았다.  

 

  세트장이기 때문에 조악하고 실제의 집보다 규모가 작아 눈으로 보기엔 우습기도 하지만, 세트장의 골목길을 지나노라면, 어렸을 때의 아련한 추억거리나, 빛바랜 사진 속의 풍경들이 연상되어 떠오르기도 했었다. 세트장 한 쪽에서는 드라마 "마의"를 촬영하고 있어서 관람객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지만, 두어 시간의 바람 쐬기 장소로는 흥미로운 곳이었다.

 

 저잣거리

 

전망대 가는 길

 

전망대 - 영주 부석사의 안양루 모양이었다.

 

전망대 아래 풍경 

 

 

담 넘어 들여다본 촬영장 풍경

 

 

인정전 현판을 내걸었으나, 창덕궁 인정전과는 사뭇 다르다.

 

 

 

왕비 등 내명부 사람들의 공간인 듯...

 

 

혜민원

 

 

사족: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은 오전 시간이 좋을 듯하다. 세트장이 동향이라 오전이라야 순광을 받을 수 있겠다. 내가 방문한 시간은 해가 짧아지는 가을 오후여서 자연스러운 색깔을 얻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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