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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수도산 봉은사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 갔다가 여유가 있어서 봉은사에 들렸다. 모처럼 미세먼지에서 벗어난 듯, 날씨가 쾌청해서 하늘이 푸르렀다. 조석으로 쌀쌀한데 한낮엔 4월임에도 26도를 넘는 더위가 몰려왔다. 봄철 점퍼 차림으로 나갔는데, 더위를 주체 못 해 쩔쩔매었다. 행인들의 옷차림이 모두 각양각색이었다. 벌써 여름옷을 입었거나, 아직도 겨울 패딩조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까지 다양한 차림새였는데, 봄옷을 입고 나간 나로서는 너무 더웠다.

 

  봉은사는 벌써 초파일 준비에 바쁜 모습이었다. 봉은사 현판이 달린 큰 문을 지나자마자 법당으로 가는 길은 하늘에 붉은 연등들이 가득 차있었다. 그 덕에 그늘져서 나 같은 방문자들은 제법 시원하게 걸을 수 있었다. 예전 입구에서 봤던 보우대사 동상은 자취를 감추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중국 포대화상 석상이 떠억하니 앉아 있었다. 포대화상은 배금주의의 화신으로 여기는데, 부자들이 제일 많이 사는 강남 1번지 봉은사 입구에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포대화상이 앉은 연못에는 사람들이 던진 값싼 동전들이 어지럽게 빠져 있었다. 사찰도 빈익빈, 부익부 형세다. 가난한 시골 암자의 스님들은 거리로 나가 탁발로 생계를 유지하고, 국립공원 안에 있는 유명 사찰은 절 자체에서 징수하는 임대료와 시주만으로 충분할 텐데 도로 입구에 매표소와 경비를 두고 상관도 없는 문화재 관람료를 삥 뜯는다. 물론 입장료도 받지 않고 방문자 모두에게 보시하며 베푸는 유명 사찰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부처님의 자비가 햇살처럼 균등하게 퍼지지 않음이 안쓰럽다.

 

  사찰의 재정은 매달린 연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연등 한 개에 수만 원에서 십만 원을 호가하는데, 도로와 법당 마당과 법당 안을 가득 채운 연등은 점점 더 넓은 장소를 필요로 한다. 그만큼 가족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사찰의 노력도 대단하게 작용한다. 아무튼 봉은사에는 엄청난 연등들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조선조 세조와 중종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세웠던 사찰이 이제는 강남 사람들의 부귀 강녕을 위해 축원하고 있는 것이다.         

 

  봉은사 출입문인 진여문(眞如門)

 

  포대화상, 개인적으로 보기 싫은 보살상이다.

 

  대웅전으로 가는 중간 문인 법왕루에서 진여문 방향

 

  대웅전 앞마당

 

  선불당 후측면에서 바라본 대웅전

 

  대웅전 앞마당과 법왕루

 

  법당인 대웅전 뒤, 언덕 위의 영신전

 

  북극보전

 

  영각

 

  미륵대불

 

   판전- 현판의 글씨는 추사가 죽기 3일 전에 쓴 글씨란다.

 

  범종각

 

  미륵전

 

  종루  후측면

 

 

  코엑스 앞에 있는 강남 스타일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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