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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칠현산 칠장사

  경주 불국사보다도 더 오래전에 지었다는 칠장사였다. 칠장사는 칠현산을 배후로 두고 전개된 고찰이지만 그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칠현산은 고려 문종 시대 혜소국사가 이곳에 살며 도적질을 일삼던 일곱 도적을 개화시켜 선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당시 혜소국사는 이 절을 크게 중건하였으며, 칠장사 역시 당시 가장 번성했다고 한다. 그 이전 신라 말에는 왕권 다툼에서 희생되어 쫓겨난 궁예의 어린 시절 피난처로, 궁예는 이곳에서 열 살까지 무예를 닦았다고 전한다. 이곳 죽산 지방은 미륵신앙이 크게 일어난 곳으로 궁예가 세력을 형성한 근거지여서 궁예와 관련한 유적과 이야기들이 많이 전한다. 

 

  또한, 예전 임꺽정 드라마를 sbs에서 방영할 때 그 무대로 나온 적이 있었다. 실제로 이곳에 갖바치 출신의 병해대사가 수도하여, 꺽정이 병해 대사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전한다. 꺽정은 스승 병해 대사를 위해 목불상을 만들어 바쳤다. 그 목불상은 꺽정불로 불리며 지금도 칠장사 홍제관에서 돌아가신 이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그리고 조선조 선조의 정비였던 인목대비가 광해군 때 억울하게 아버지 김제남과 아들 영창대군이 죽음을 당하자 이곳에서 그들의 명복을 빌며 복수를 염원했다. 이후,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쫓겨나고 인목대비와 김제남, 영창대군이 복권되자, 안목대비는 그녀의 한을 풀었고, 이곳 칠장사에는 비단에 그린 오불회괘불탱화을 내리는 등 크게 치사하였다. 

 

  아무튼 칠장사는 시골절이어서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듯,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천왕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서니 명부전 아래 건물 앞에서 고령의 노인이 해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얼른 툇마루에 앉아서 30여분간 칠장사에 얽힌 이야기들을 경청하였다. 신라 시대 자장율사가 처음 창건해서 고려 시대 해소국사가 중건한 이야기며, 궁예와 일곱 도적, 영창대군과 인목대비, 병해대사와 임꺽정, 박문수의 과거 급제에 이르기까지 30여 분여를 흥미있게 들었다. 특히 박문수가 과거 시험 보러 가며 이곳에서 하룻밤 머무를 때, 꿈에 부처님에 나타나 시제와 시 일곱 구절을 일러주었는데, 시험장에서 시제가 그대로 나와 박문수는 나머지 한 구절을 채워 쓰고는 장원급제했다는 대목이 압권이었다. 그 덕에 오늘날에도 이곳 나한전에서 수험생을 위해 발원하면 크게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덕인지 과거 가건물이었던 나한전이 맞배지붕의 산뜻한 기와건물로 중건되었다.      

 

  삼국시대부터 한반도 교통의 요지였던 이곳 죽주 지방은 민중불교와 관련이 깊어 미륵신앙이 발전한 곳이었다. 미륵불로 자처했던 궁예왕, 도적질 하다가 혜소대사에게 감화되어 나한이 되었다는 고려시대의 도적떼들과 조선 중기 의적 활동을 했던 임꺽정은 애당초 핍박받던 서민들이었다. 서민들의 배후에서 올곧은 신앙과 신념을 불어넣었던 천년고찰 칠장사는 돈 많은 부자들에게 시주를 받거나 또는 국립공원 내 상인들에게 임대료나 입장료 내지 통행세를 받지 못하는, 가난한 시골의 절이라 할지라도 소외받을 이 땅의 서민들에게는 오래도록 위로와 안식이 될 만한 절이었다.   

 

 

 

  칠현산 칠장사 일주문, 절집의 일주문은 한결같이 과장되어서 기둥에 비해 지붕이 너무 큰 가분수이다. 

 

  이곳에선 다른 절들과 달리 연등을 대웅전 마당에 걸지 않았다. 전에는 대웅전 앞마당에 연등을 걸었던 것 같은데...

 

  오른쪽 부터 원통전과 명부전

 

  왼쪽부터 원통전, 대웅전 종무소.  84세 문화해설사가 노익장을 과시하였다.

 

  대웅전과 삼층석탑

 

  단청빛 바랜 대웅전

 

  대웅전 오른쪽에 모신 석불과 거북 모양의 바위

 

 

  대웅전 오른쪽에서 바라본 앞마당 

 

  명부전 벽화, 어린 궁예가 활쏘기 연습하는 그림

 

  임꺽정 벽화

 

  종무소와 선원

 

  선원 뒷마당

 

  홍제관에 모신 부처님, 가운데 좌상 부처님이 그 유명한 꺽정불, 스승 갖바치 병해 대사를 위한 불사였다고 한다.

 

>  대웅전에서 나한전으로 올라가는 길가에 있는 박문수 합격다리, 예전에 없었는데, 이야깃거리를 위해 만들었나 보다. 

 

  혜소국사 비석과 비각

 

  혜소국사 비각 추녀와 나한전, 박문수가 부처님으로부터 시제를 받았다는 나한전이 깔끔한 모습으로 중수되었다. 자식의 출세를 위해 이곳에서 발원하는 이 땅의 학부모 힘이 박문수 설화를 현실로 만들었다.

 

  비각 앞에서 내려다 본 칠장사

 

  칠장사 일주문 근처 안내도

 

 

 

칠장사 : http://fallsfogs.tistory.com/4

             http://fallsfogs.tistory.com/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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