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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거목, 쓰러지다.

  영통동의 상징인 느티나무.

  2018년 6월 26일 오후 3시경 수령 500년이 넘는 거목이 쓰러졌다. 

  든든한 디딤목으로 영통동 주민들에게 위안을 주던 느티나무가 한순간에 부러져, 그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영통동 청명마을이 정들게 된 것도 이 느티나무 때문이어서, 밤새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어려워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어제 저녁에 잠깐 나갔다가 찢어진 가지들을 전기톱으로 자르는 모습들을 차마 바라볼 수 없어서 외면하고 돌아왔다. 가슴이 아프고 심란해서 밍그적거리다가 오늘 오후에야 나가봤더니 뎅그라니 나무 밑동만 말뚝처럼 남겨놓고, 그 무성한 가지들을 다 치워버렸다. 휑하니 남은 나무 밑동을 둘러싼 보호 울타리엔 곧 복구하겠다는 현수막만 바람에 펄럭이고 있어서 마음이 더 상했다.  

  쓰러지기 이전에 지켜줘야 했을 것을 부러져 찢겨나가 밑동만 남은 나무를 어찌 복원한다는 말인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해마다 느티나무를 보며 계절을 알고 세월을 배웠었는데, 이제 그 허전함을 어찌할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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