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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대관령 하늘목장

  아침 날씨가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여전히 좋지 않았다. 리조트 안내 데스크에서 얻어온 홍보물을 보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행선지를 하늘목장으로 정했다. 전에 선자령을 트랙킹할 때 눈발치로 봤던 곳이기도 했다. 리조트 안에서 게으름을 실컷 떨다가 퇴실 시간에 즈음해서 목적지로 떠났다. 구불구불 산길을 돌고 돌아 30여분 소요되었다. 주차장엔 이미 많은 차량들이 가득 차 있었다. 입장료 6000원, 트랙터 포장마차 7000원이니 관람료가 지나치다 싶었다. 목장을 운영하면서 부가적으로 체험농장을 하는 것인데, 어찌 보면 주객이 바뀐 것 같다. 놀이공원이 아닌 목장이라면 차라리 적당한 입장료에 농장의 생산물을 다양하게 가공해서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할 텐데, 아예 안전한 수익을 위해 다소 과한 요금을 책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수요가 있으니까 그리 정했을 터이다. 목장 부지는 넓었으나, 사육하는 동물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어찌 보면,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말과 양, 그리고 염소 몇 마리씩을 풀어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입장료와 트랙터 마차권을 발권해서 목장 초입을 이리저리 거닐다가, 마차 시간에 맞춰 트랙터 포장마차를 타고 목장의 정상까지 올랐다. 대관령 밋밋한 능선 위로 컴컴한 먹구름이 잔뜩 찌푸리고, 차가운 바람이 몰아쳤다. 그 능선 위에 풍력 발전기들만이 을씨년스럽게 줄지어 바람개비를 돌리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 정상에 오래 지체할 수 없었다. 춥지 않았더라면 정상 부분에서 더 머무르며, 선자령까지도 갔다 올 심산이었는데, 구름변화가 무쌍하고 찬 바람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승객 모두 정상에서 머무는 20여분을 채우고는 마차를 황급히 타고 정상에서 내려갔다. 대부분 사람들은 아예 마차에서 내리지 않고 종착지까지 내려갔고 우리 가족을 포함해서 몇 팀만이 30분 코스지점에서부터 산책로를 따라 걸어 내려왔다. 트랙터를 타고 이동할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걸어서 내려오니 눈에 띄었다. 불타는 듯 빨갛게 물든 단풍잎, 작은 골짜기를 따라 정겹게 흐르는 여울물소리, 길가잡초 사이에서 외로이 피어 바람에 흔들리는 구절초 몇 송이...   다리가 튼튼하다면, 굳이 포장마차를 타지 않고,  걸으면서 이 목장을 관람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목장 입구 개울

 

  목장 입구의 황소상, 싸우려고 머리를 숙이고 발에 힘을 준 황소 등 위에, 목동이 앉아 태평하게도 피리를 불고 있는 모습인데,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소와 사람이 동화되지 않은 조각이다. 이 조각 하나로도 이 목장의 수준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양떼와 염소 방목장, 개체 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목장 입구의 초원, 서쪽 하늘엔 이따금 파란 하늘이 보이기도 했다.

 

  목장 입구 조형물, 무엇을 형상화한 것일까?  내 보기엔 소똥처럼 생각되는데...

 

  트랙터 승차장 부근 단풍

 

  드디어 트랙터 포장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세 대의 포장마차엔 빈 자리 하나 없이 모두 만석이었다.

 

  목장의 정상

 

  작은 골짜기를 따라 걸어 내려왔는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산책로에 '개척정신'이니 '조국근대화'니 하는 70년대 독재시절 일상이었던 구호들을 볼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니 독재를 위장했던 그 구호들이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었다. 

 

  목장 출구 왼쪽 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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