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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瑞雪

  2013년 새 해 첫날, 눈이 내렸다. 오전부터 펑펑 함박눈이 쏟아지더니 미련이 남았는지 밤에 또 한바탕 폭설로 내려 부었다. 정월 초하루에 내리는 눈이라서인지 서설이란다. 그러고 보니 12월 25일 전후에도 눈이 내려 White 가 되기도 했었다. 送舊迎新이라는데, 해가 지나고 바뀌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심란했던 연말연시였다. 때론 친구처럼, 동생처럼 여겼던 知己가 급작스레 29일 55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자 연락마저 끊고, 외롭게 투병하다가 기초 없는 모래탑처럼 허무하게 무너져버렸다. 언제나 어려운 사람을 위해 발 벗고 나서며, 올곧은 목소리로 소신을 굽히지 않던 그의 따스한 인정과 용기에 의기투합하여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동고동락하던 그리 많지 않은 친구 중 한 사람이었는데...

 

  그의 빈소에 가서 생전에 환히 웃던 모습의 영정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절을 한 후, 상주로 나선 그의 어린 두 아들을 보니, 울컥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군복무 중 비보를 듣고 달려온 어린 아들의 검은 상복이 그렇게 애처러워 보일 수 없었다. 다행히 그의 형님이 목사님이라 많은 교인들이 그를 떠나보내는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살아생전 친했던 동료들은 거의 보지 못하고, 장례식장 한 구석에서 그의 집에서 내주는 저녁식사를 서러움을 섞어서 허공에서 지켜보고 있을 그와 함께  마지막으로 먹었다. 

 

 인생무상감도, 뒤통수를 맞은 듯한 어이없는 충격도, 갑자기 스러져 떠나간 그를 생각하면 사치스러운 표현이다.  따지고 보면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자연의 이치일 뿐, 한 백년도 못 되는 찰나의 목숨으로 삶의 길고 짧음을 말할 수 있을까마는... 이제 다시는 그의 다정한 부름을 들을 수도 없다는 단절감이 사정없이 휘몰아친다. 하루살이 인생이라 할지라도 서로 의지하고 살았던 인정이 그립고, 그것이 안타까운 한이 되고 업이 되어 내 인생에 한 꺼풀 또 쌓여간다..

 

 

  그가 떠나고 난, 허전하고 차가운 이 도시에 새 해 첫날 서설이라는 함박눈이 온종일 펑펑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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