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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의 城

용인 처인성

  재작년 가을보다 주변이 깨끗하게 공원처럼 다듬어졌다. 예전엔 보수 공사로 주변이 어수선했었는데...   고려 후기 1232년(고종 19) 몽고의 침략 때 스님이었던 김윤후 장군이 처인 부곡의 주민들과 함께 이곳에서 몽골군 원수 살리타이[撒禮塔]를 사살하면서 몽고군을 물리쳤다. 이 전투는 몽골과의 전쟁에서 최대의 승전이었다. 본디 부곡 마을이란 천민들이 거주하던 부락이다. 국가로부터 멸시받고 양민들조차 따돌렸을 천민들이 승병들과 합세하여, 막강한 몽골군을 물리쳤다. 소외받던 그들의 처절한 투쟁이 눈물겹게 고마웠다.   

 

 

   자고로 우리나라에 외적이 침략했을 때, 관군보다도 의병들이 봉기하여 외적을 물리친 사례가 많다. 고려 무인시대 최충헌의 사노비였던 만적은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며 반란을 일으켰다. 만적의 난은 성공하진 못했다.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신분에 따라 왕후장상이 되기도 하고, 노비가 되어 천민으로 일생을 수탈당하여 축생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만민이 평등하다는 오늘날의 민주주의 사회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고위 관리들이나 자본가들의 횡포는 옛날과 별 다름이 없어 보인다. 공정을 내세우며 선거철마다 서민들에게 고개 숙이며 표를 구걸하는 오늘의 정치세력들도 언제나 서민들 위에서 그들만의 특권을 향유하며 아빠 찬스 엄마 찬스로 차원 높은 특권을 세습시키고 있다. 그 결과 빈부귀천의 차이가 더욱 양극화되어, 서민들의 자식들은 "개천의 용"을 전설로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의 후보를 찍곤 하지만, 그 인물이 좋거나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다. 상대 정당이 싫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그 후보에게 투표를 한다. 그 결과는 마찬가지다. 좋은 세상을 기대하지만 선출된 선량은 그가 누릴 수 있는 특권에 프리미엄을 얹어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하고 그 자식들에게 세습시킨다. 젊은 청춘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오늘의 현상의 원인은 그들, 가진 자들의 횡포 때문이다. 백성 없는 통치자가 있을 수 없고, 노동자와 소비자가 없는 부르주아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자신의 지위에 도취되어 서민들의 설움은 안중에 없는 것일까. 낮은 출생률 때문에 당장 나라를 지킬 입대 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에도... 그러고 보면 민중의 대변자를 뽑는 선거라는 것도,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처인성을 한 바퀴 돌아보며, 예전 주차장 자리에 역사관을 짓는 모습을 보면서도 저 역사관에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그리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자괴감이 먼저 들었다. 외적과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도망가는 대부분의 관군들을 보면서도 소외받고 천대받던 천민들이 목숨을 바쳐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처인성 전투 이야기를 역사관을 짓는 고위 관리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처인성 안내도

 

주차장에서 보이는 처인성 북서쪽 성곽

 

서쪽 토성벽

 

서남쪽 토성곽

 

남동쪽 성곽, 오른쪽에 건축 중인 처인성 역사관  

 

남동쪽 성곽과 둘레길

 

동쪽 성곽

 

동편 둘레길에 새로 조성한 처인성 안내 조형물

 

성 외곽 둘레길 바닥에 새긴 처인성 이야기

 

처인성 입구인 동북쪽 성곽

 

처인성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북문지

 

성안에서 바라보는 북쪽 방향

 

유적 발굴지, 예전에 왔을 때는 민간인 묘지 몇 개만 있었던 자리였다.

 

남쪽 성벽길과 유적 발굴지, 내 소견으로는 별다른 유적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서쪽 성벽길

 

처인성은 북쪽이 낮고 남쪽이 높은 지형이다. 무심한 세월 속에 북쪽 토성이 무너져 내렸을 것 같다.   

 

왼편이 남쪽 성벽길, 오른쪽이 서쪽 성벽길이다.

 

뒤쪽이 서쪽 성벽길, 북쪽과 남쪽의 경사가 가파르다.

 

2019년 가을 처인성   fallsfog.tistory.com/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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