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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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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댐과 안동 문화관광단지 월영교에 도착했을 땐 기어코 빗방울이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인근 편의점에서 우산과 벌에 쏘인 곳에 바를 약품을 구입했다. 안동댐을 건설한 후, 그 아래 강을 건너지르는 예쁜 다리를 놓아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만들었는데 이름도 아름다운 '달이 비추는 다리'였다. 다리 가운데 정자를 세워, 운치를 더한 데다가 야간 조명시설을 설치해, 밤 경치가 더 아름다울 듯했다. 넓은 강과 푸른 산, 그리고 인공의 다리가 조화를 이루어 보기에 좋았다. 날씨는 궂었지만 투명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가 어린 시절 비 맞으며 멱감던 추억을 떠올렸다. 비 내리는 월영교 풍경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안동시는 아예 이 지역을 하나로 묶어 월영교를 건너 민속촌과, 민속박물관, 고개 넘어서는 리조트와 문화관광단지를 만들었다. 초행인 우리..
독립운동가 이상룡선생의 생가 안동 임청각 안동시내에서 하룻밤을 잤다. 태화동에 모텔들이 많았는데, 처음으로 무인모텔에 숙박하는 진기한 체험을 했다. 방처럼 나눠진 1층 주차장에 차를 대면 전동 셔터가 닫히고, 계단으로 2층에 올라 객실입구 모니터를 터치하며 계산을 하면 객실에 들어갈 수 있다. 놀랍게도 머리맡에 있는 스위치를 켜면 천정 가운데 사각 스크린이 열렸다. 세상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에 놀라며, 이 장치를 고안한 건축가의 창의성에 탄복했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근거리의 임청각을 찾았다. 아쉽게도 날씨가 잔뜩 흐려 빗방울이 곧 떨어질 것 같았다. 작년에 문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가 이상룡선생의 생가인 임청각을 언급하여, 그때부터 방문을 벼뤘다가 이제야 찾아오게 되었다. "임청각은 1519년 조선 중종 때 이명이 건립한 건물..
안동 하회마을과 부용대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제대로 실감 났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곳을 방문한 후라 이곳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을 때) 이곳에서 하룻밤 민박했던 적이 있었다. 밤 사이 애들이 모기에 물려 얼굴 곳곳이 빨갛게 부풀어 올랐었다. 그 시절엔 마을 안 민박집 마당에 주차했다. 그 사이 하회마을 입구에 주차장을 크게 만들고, 장터까지 만들었다. 마을까지 걸어 들어갈 걱정을 했는데, 반갑게도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고 있었다. 셔틀버스 운행 소요 시간은 1 분이었다. 셔틀버스에 내려 뙤약볕에 걸어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 입구에서 전동 3 륜 3 인승 오토바이를 2만 원에 빌려 탔다. 3륜 오토바이는 핸들이 뻑뻑해서 잘 돌아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오토바이 경험이 ..
풍기 금선정과 금양정사 햇살이 좋아 햇살 때문에 금선정을 찾아갔다. 친구들과 안동 가는 길이었는데, 햇살이 좋지 않았다면 들리지 않았을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아름다운 명승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살짝 있었지만, 이름 없는 시골 마을 작은 골짜기 정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전 가을에 왔을 때, 금선정은 풍상에 씻긴 그대로 고색창연한 모습이었는데, 아뿔사 그 사이 전면 보수를 해서 낯선 모습으로 서있었다. 정자를 에워싼 담과 축대도 새 돌로 쌓았고, 정자 지붕에 기와도 새것으로 바꿔 덮었다. 마치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고택을 찾아왔는데,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들을 벗겨내고 새로 지은 신축건물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모처럼 마음 크게 먹은 방문이었는데 그동안의 ..
정선 아우라지 "아우라지 강가에 수줍은 처녀/ 그리움에 설레어 오늘도 서있네 뗏목 타고 떠난 님 언제 오시나 / 물길 따라 긴 세월 흘러 흘러갔는데 (후렴) 아우라지 처녀가 애태우다가/ 아름다운 올동백꽃이 되었네. 아우라지 정선에 애달픈 처녀 / 해가 지고 달 떠도 떠날 줄 모르네 뱃사공 되신 님 가면 안 오나 / 바람 따라 흰 구름 둥실둥실 떴는데" (현대 가요 '정선 아우라지')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 낙엽이나 쌓이지 잠시 잠깐 님 그리워 / 나는 못살겠네." (전래 민요 '정선 아우라지') 밤새 내리고 못다 내린 빗방울들은 미련이 남아서인지 산 중턱에 구름 안개로 걸터앉아 호시탐탐 중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 쨍한 햇살을 기대하고 여행길에 나섰으..
수원 나혜석 거리 수원시 인계동 나혜석 거리 입구 나혜석 거리의 끝, 나혜석 좌상 뒤 석벽에는 그녀의 시 "인형의 가(家)"가 새겨져 있다. 인형의 家 내가 인형을 가지고 놀 때 기뻐하듯 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 남편의 아내 인형으로 그들을 기쁘게 하는 위안물 되도다. 남편과 자식들에 대한 의무같이 내게는 신성한 의무 있네 나를 사람으로 만드는 사명의 길로 밟아서 사람이 되고저 나는 안다 억제할 수 없는 내 마음에서 온통을 다 헐어 맛 보이는 진정 사람을 제하고는 내 몸이 값없는 것을 내 이제 깨닫도다 아아 사랑하는 소녀들아 나를 보아 정성으로 몸을 바쳐다오 맑은 암흑 횡행(橫行)할지나 다른 날 폭풍우 뒤에 사람은 너와 나 (후렴) 노라를 놓아라 최후로 순순하게 엄밀히 막아 논 장벽에서 견고히 닫혔던 문을 열고 노라를 놓아..
수원시 중국식 정원 월화원(粤华苑) 가시거리와 구름이 좋아 월화원에 나갔다. 미세먼지 없이 상쾌한 날씨였는데, 구름이 너무 많아 햇빛이 일정하지 않았다. 볕이 날 때를 기다리자니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부러진 왼 손목도 아직 낫지 않았고, 이따금 나타나는 뙤약볕엔 머리가 따가웠다. 사진 촬영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닌가 싶었다.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많아 스카이 라인이 살아나지 않는 듯, 아름다운 정원의 멋이 반감되었다. 월화원은 중국 광동성과 우호교류 발전 협약으로 중국 광동성이 수원에 지어 2006년 6월에 개장한 중국식 정원이다. 중국 명나라 말 청나라 초기 영남지역의 민간 정원으로 전통양식을 따랐다. 경기도는 2003년 협약에 따라 광둥성 광저우[廣州]에 있는 웨시우 공원[越秀公園] 안에 해동 경기원(海東京畿園)을 조성하였다. 2005년..
왼손목 골절 치료 지난 5월 초 운동하다 뒤로 엉덩방아 찧면서 손을 뒤로 짚었는데, 넘어진 후 주저앉아 팔을 보니 아뿔싸 왼 손목이 부러져 팔이 뒤틀려 있었다. 동호인들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를 불러 황급히 정형외과에 달려갔는데, 단순골절이 아니라 분쇄골절인 데다 부러진 팔뼈가 손목 안으로 밀려 들어갔단다. 다음날, 마취 후 수술하고 5일간 입원했다. 보름 후 실밥을 뽑고 팔목 보조대를 착용하며 지냈는데,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수술한 상처도 아물고 부러진 뼛조각들도 잘 붙은 듯 하지만 아직도 손가락과 손목 관절이 자유롭지 않고, 움직일 때마다 띠끔띠끔거린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론 관절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데, 혹시 무리해서 탈골되지 않을까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조각난 뼛조각을 붙이기 위해 ..
영통 청명단오제 작년에 600년 묵은 느티나무가 쓰러지고 나서 단오제 행사장이 바뀌었다. 그동안 느티나무는 수원 영통의 상징이어서, 단옷날 나무 아래서 당산제도 함께 열렸었는데, 이제 박제 처리해서 고목 밑동만 썰렁하게 남은 그곳에선 차마 단오제를 치를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 까닭에서인지 느티나무 없는 청명역 근처 영통사 공원으로 행사장을 옮겼는데, 파라솔까지 준비하는 등, 그 모양이 예년과 많이 달라졌다. 오비이락 격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때문에 예년처럼 화려한 노래공연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유림복을 입은 사람들이 대거 등장해서 단오제를 올렸는데 그 행사가 대단히 거했다. 지역구는 아니지만 인근 국회의원까지 인사차 등장했고 시의원들도 참석하였다. 시의원들이라야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존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