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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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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블레드 오스트리아와 접경지대인 줄리앙 알프스 밑, 프레드보르의 호텔 Alma에서 블레드까지는 30여분 거리였다. 블레드는 역시 줄리앙 알프스에서 흘러내린 석회수가 모여 호수를 이룬 곳으로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어린 시절, 이발소 그림에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하다. 이 호수는 고대 빙하 활동으로 만들어졌으며, 호수 가운데 나룻배를 타고 갈 수 있는 플레타나(pletana) 섬이 있다. 섬 안에는 성모승천 성당이 있고, 이 성당에서 종을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블레드 호숫가 북쪽 벼랑 위에 블레트 성이 우뚝 솟아 그 경관이 아름답다. 1400년대 독일 황제 헨리크 2세가 주교인 알부인에게 이 지역의 땅을 선물하자, 알부인 주교가 호수 벼랑 위에 성을 지었다고 전한다. 그 후 보수되고 개축되어 현재..
슬로베니아 줄리앙 알프스 슬로베니아 국경에서 홍역을 치르고 캄캄한 밤에 호텔로 돌아왔다. 어둡고 좁은 산골길이라서인지 버스 기사는 몇 번을 되돌려 길을 찾았다. 캄캄한 밤이라서 여장을 풀 새도 없이 잠 속에 빠져 들었다. 새벽에 깨어 뒤치다꺼리다 다시 잠들었다 일어나니, 창밖에 동이 트고 있었다. 창밖엔 높고 험한 알프스 산봉우리들 한 구석부터 햇살이 퍼져가기 시작했다. 먼지 하나 없는 청정한 대자연 속이었다. 밖에 나와 보니, 호텔은 호수 곁에 있었다. 밤중에 도착한 터라 주변 경관을 볼 수 없던 탓이었다. 아침 일찍 낚싯대를 들고 나서는 사람이 있어 그를 따라가다가,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길이 나지 않은 푸른 초원 위에 아침 이슬이 신발 위로 떨어져 흘렀으나, 개의치 않았다. 초원 끝, 숲가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자다르에서 크로아티아 북서쪽, 슬로베니아 국경과 가까운 자그레브로 갈수록 목축지가 많아졌다. 대체로 이 나라는 석회암지대로 농사지을 땅이 별로 없어 보였다. 내륙의 대부분은 돌산과 구릉지대여서 작은 마을들이 띄엄띄엄 형성되어 있었고, 그나마 아드리아해에 접한 해안지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이루는 듯했다. 걷는 것보다 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시간이 더 많은 여행이어서 창가에 스치는 풍경들이 대체로 그랬다. 수도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에서 마지막 여행 일정이었다. 자그레브를 거쳐 슬로베니아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서둘렀는데, 결국 국경에서 사고를 내고 말았다. 슬로베니아 입국 관리들은 버스 승객들을 별도로 심사했는데, 가뜩이나 국경을 통과하려는 차량들이 긴 줄을 서서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그들은 ..
크로아티아 자다르 쉬베크에서 가까운 크르카 국립공원 앞 호텔 Vrata Krke에서 1박 했다. 불행히도 침실이 호텔 3층 정면으로 돌출된 낮은 지붕의 방이어서 천정이 낮고 무더웠다. 모기가 걱정돼서 문단속을 단단히 한 터라 몹시 무더웠으나 인내하며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문득 천정을 보니 에어컨이 달려 있는 것이었다. 벽에 붙은 전원을 켜니 시원하게 잘 돌아갔다. 다른 방은 에어컨이 없었지만, 다락방이라 설치했던 모양이었다. 억울해도 헛일이었다. 내 어리석음을 비웃는 듯 호텔 창밖 국립공원의 풍경만 시원스러웠다. 북쪽의 자다르와 오클레시안 궁전이 있는 스플리트의 중간지점이 쉬베닉이었다. 자다르는 고대엔 로마, 중세에는 베니스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로마 유적이 많은 바닷가 도시다. 베니스 지배 당시 쌓았다는 두터운..
크로아티아 쉬베닉 보스니아 메주고리예에서 국경을 넘어 다시 크로아티아 쉬베닉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기분 좋게 여겼던 보스니아 인상이 구겨지는 일이 생겼다. 한적한 도로에서 교통경찰에게 단속된 것인데, 가이드에 의하면 교통경찰관이 차를 세우곤 까닭 없이 20 유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과거 90년대까지 우리나라가 떠올랐다. 그땐 교통경찰에게 단속되면 면허증 밑에 만 원짜리 한 장 접어 끼워주는 것이 상례였다. 그 시절 나도 무단 유턴하다 걸렸는데, 경찰관이 저녁도 못 먹었다며 투덜대었다. 어쩔 수 없이 만원 짜리 지폐 한 장을 주었더니 이러면 안 된다며 면허증 밑에 접은 지폐를 함께 줘야 보기도 좋다며 연습까지 시켰다. 어찌 보면 서로 윈윈이라 나쁠 것도 없겠지만, 피차 모두 분명한 범법 행위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엔 이..
보스니아 메주고리예 메주고리예 마을은 협곡 위 고원지대에 있었다. 크로아티아나 보스니아 대부분의 지형은 석회암지대로 구릉이나 협곡들이 많았다. 버스는 협곡 지대 마을을 지나 가파른 언덕을 올라 고원지대로 올라갔다. 메주고리예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1981년 마을 뒷산 중턱에서 여섯 명의 처녀들에게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신 곳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다만 포르투갈의 파티마처럼 로마 교황청에서 정식으로 인정한 곳은 아니다. 메주고리예 성모 발현지는 돌길로 몹시 험했다. 그리 뾰족하고 날카로운 돌길은 아마 처음 본 듯하다. 그 돌길을 수많은 순례자들이 밟고 다녀 그 돌 끝이 닳아 반질반질했다. 작은 돌이나 맨 땅을 딛으려 애쓰며 언덕길을 올랐다. 놀랍게도 맨발로 그 험한 길을 오르내리는 순례자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톨릭 기..
보스니아 모스타르 크로아티아 드브로브니크에서 다시 국경을 넘어 보스니아 모스타르로 향했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모스타르 인근으로 접어들자 보이는 풍경이 사뭇 달랐다. 교회 첨탑보다 모스크 미나르가 더 많이 솟아 있었다. 그 만 회교도들이 많다는 것이었는데, 오스만 트루크 체제에 순응하기 위한 개종이 많았으리라고 전한다. 사람들이 크로아티아보다 유순하고 친절한 느낌이었다. Blagaj 호텔에 들었는데, 직원들이 친절했다. 손님들이 더울까 봐 객실에 에어컨까지 미리 켜 두는 배려도 있었다. 식사 시간에 젊은 직원이 다가와 호텔 5분 거리에 유명한 곳이 있다며 같이 가보자고 했다. 말하는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듣는 우리가 긴장까지 했을 정도였다. 자신이 직접 안내하겠다고 해서 뒤따라 나섰다가 앞서간 그룹을 따라가지 ..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아침 보스니아 네움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하여 두브로브니크 시내로 들어가는 다리 앞에서 승합버스로 갈아탔다. 두브로브니크 성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오르는 길은 좁고 험해서 대형버스는 불가능했다. 승합차는 갈之자로 산등성이를 구불구불 휘돌아 돌아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까지 성으로부터 올라오는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었다. 케이블카가 더 빠르겠다는 말에 탑승객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지체되기 때문에 승합차가 편리하단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성과 도시의 새빨간 지붕들은 검푸른 바닷빛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지중해 연안 주택들의 지붕은 어딜 가나 빨간색이었지만... 내려갈 때도 역시 승합차를 타고 험한 길을 돌아서 갔는데, 대부분 일방통행로여서 놀랐다. 성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
보스니아 네움 스플리트 투어 후 드브로브니크로 가기 위해 보스니아 네움에서 숙박했다. 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해 동쪽 해안을 길게 차지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 사이에 해안선이 끊겨 있었다. 1718년에 체결된 파사로비츠 조약의 결과 달마티아의 거의 전역이 베네치아 공화국령이 되었지만, 베네치아 공화국과 오스만 제국의 보호국이었던 라구사 공화국(현재의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이며 당시에는 도시 국가 상태였음) 사이의 분쟁을 막기 위해, 네움은 양자 간의 완충 지대로서 오스만 제국령이 되었다. 이때 확정된 국경선이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 공화국의 복잡한 분쟁을 거치면서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네움(보스니아어: Neum)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바다로 통하는 유일한 해안지대이다. 이 작은 바닷가 마을..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폴리트비체로 몰려드는 인파를 뒤로 하고, 근처에서 송어 구이로 점심을 먹고, 로마시대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지었다는 스플리트 궁전으로 이동했다. 스플리트는 크로아티아의 중부 달마시안의 항구 도시로 아드리아해로 나가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디오클레시안 궁전은 로마시대에 지은 궁전으로 현재까지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 궁전의 남쪽 성벽은 본디 바다에 접해 있었으나 후대에 바다를 메꾸어 확장하여 도로를 만들었다. 그동안 로마 시대의 성벽 안에 사람들이 살아왔기 때문에 건축물들은 지속적으로 개축되어왔다. 궁전 안 건물 아래층은 지금도 여러 가지 상업시설로 활용되어 현지인들의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성 안 통로들은 좁고 건물들은 오래되어 낡고 노후되..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드디어 기대했던 발칸 여행 하이라이트인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 왔다. 그동안 사진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하며 현지 가이드를 따라 매표소를 통과하여 첫 전망대에 당도했는데, 아뿔싸, 건기라서 수량이 줄어들어, 텅 빈 주전자에서 짜내는 물처럼 폭포물이 졸졸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먼 길을 고생해서 예까지 왔는데, 실망한 정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떨어지는 폭포보다는 구경 나온 수많은 유람객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어쨌거나,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한 폴리트비체 국립공원이기도 하니까, 사람들의 뒤를 따라 일행과 떨어지지 않으려 조심하며, 폭포 아래까지 갔다. 물줄기가 가늘었지만 폭포는 폭포였다. 창덕궁 뒷뜰, 작은 바윗돌에서 실날같이 떨어지는 물줄기를 어마어마한 폭포..
크로아티아 라스토게 로빈 관광 후, 자그레브를 조금 지나 카를로바츠에서 하룻밤을 잤다. 이른 아침에 숙소를 떠났는데, 안개가 자욱했다. 이 지역은 신통하게도 날씨가 조석으로 선선했다. 열대야가 기승부리는 우리나라 폭염과 차이가 많았다. 한낮에 무더울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생각보다 그리 덥지 않았다. 9시에 개장한다는 인형 마을은 아직 열지 않았다. 입구에서 조금 기다렸다가 정각 9시 개장 후 마을에 들어갔다. 마을 입구에 플리체비체의 축소판처럼 작고 아기자기한 폭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예전에 작은 폭포에서 물을 끌어들여 물레방아를 만들고 방앗간에서 밀을 빻았었단다. 지금은 쓰지 않는 물레방아만 한 구석에 뎅그랗게 놓여 있고, 널찍한 잔디 마당 주변으로 작은 폭포들이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예전 TV 예능프로..
크로아티아 로빈 슬로베니아 피란에서 국경을 지나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크로아티아 해변 도시 로빈으로 내려왔다. 유럽에서 국경을 지나며 여권심사를 받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국경 검문소를 수월하게 통과할 때도 있지만 운 나쁠 때면 별 이유도 없이 까탈을 부릴 때가 많다고 한다. 여행의 끝 무렵 크로아티아에서 슬로베니아로 들어오는 날 이 횡포 때문에 국경 검문소에서 두 시간 이상 지체했다. 우리 3 공화국과 유신 시절에 도로 길목마다 서슬 퍼렇던 검문소들이 생각났다. 도로 길목 검문소에서 군인들과 경찰들이 날카롭고 위압적인 시선으로 승객들을 쏘아보며 간첩을 색출하기 위해 검색하는 것이었는데, 대부분 검문에 걸리는 것은 휴가 나온 군인 쫄병들과 간 밤 꿈자리 사나웠던 소시민들이었다. 이 검문으로 간첩 잡았다는 말은 제대로 듣지..
슬로베니아 피란 옛 유고슬라비아에서 1991년 독립한 인구 200여만 명의 슬로베니아는 2017년 기준, 국민 소득 21,062달러로 독립한 유고연방 다른 국가보다 월등한 국민소득을 지닌 나라이다. 북쪽으로 알프스 산맥을 접하며 북서쪽에 이탈리아, 북쪽엔 오스트리아, 동북 녘에는 헝가리, 남쪽엔 크로아티아와 국경을 마주 한다. 아드리아해에 40여 km의 짧은 해안을 가진 덕에 해양으로 통하는 숨통이 트여 있다. 평소 들어보지도 못한 슬로베니아 남서쪽 해안 마을 피란이 첫 번째 방문지였다. 우리나라 드라마 배경으로 나왔던 마을이라는데, 드라마에 관심 없는 탓에 버스가 태워다 주는 대로 작은 마을에 도착해서 간단한 투어를 시작했다. 이탈리아 베니스 해안이 멀리 바라다 보이는 항구 도시 피란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안 마을이었..
슬로베니아 피란까지 여정 2019년 8월 13일 화요일 새벽에 기상해서 5시 25분 공항버스를 탔다. 7시에 인솔자를 만나 E창구 루푸트 한자 창구에서 발권했다. 인터넷 티켓팅 할 때, 좌석이 떨어져 걱정했으나 창구 직원이 19 JK로 창가 자리에 이어 붙여서 발권해줬다. 오전 10시 15분 인천을 떠나 뮌헨까지 10시간 20분 걸려 13시 35분경 도착한다. 시차는 7시간으로 우리 시간 오후 6시 35분이니까 낮에만 비행한다. 창가에 앉았는데 날개 중간 윗자리라 창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비행 중에는 태양빛이 강해서 창문을 내내 닫고 있었기 때문에 창밖 풍경을 볼 수도 없었다. 화장실에 가려면 두 사람 앞을 빠져나가니까 몹시 불편했다. 장거리 여행시엔 복도 쪽이 편리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좁은 자리에서 마음대로 뒤척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