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

(213)
진도 가사도 2 가사도에 온 후로 연일 날씨가 좋지 않았다. 비도 오고 바람이 불어 파고가 높아 낚시를 하지 못했다. 모처럼 바람이 잠잠한 날 돌목해변에 나가 감성어와 우럭 새끼 두어 마리를 낚았으나 너무 작아 방생하고 말았다. 전설에 의하면 스님의 가사가 떨어져 섬이 되었기에 이곳 사람들은 불심이 깊어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고... 그런 연유로 과거 이 주변에 조기가 많이 났으나 외지 사람들만 조기잡이에 나섰을 뿐, 현지 주민들은 방관만 하고 있었다 한다. 그 대신 양식 톳을 대량 생산한다. 긴 밧줄에 종자를 뿌려 바다에서 양식한 후, 주로 일본에 수출하는데, 질이 좋아 일본에서 인기 있단다. 좁은 섬안에서 날씨 때문에 방에만 있을 수 없어 친구와 가사도 투어에 나섰다. 가사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가사도 생태공원 전..
진도 가사도 1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따라 진도에서 가까운 가사도에 왔다. 진도 쉬미항에서 가사도까지 하루 세 차례씩 가사페리호가 운항한다. 가사페리호는 가사도에서 채굴되는 금광석을 운반하는 화물 전용선인데, 가사도주민들에게 무료로 편의를 제공한다. 광석을 실은 덤프 트럭을 주로 운반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항하는 것이 아니어서 전후 40여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주민 외에 여행자나 방문하는 사람은 편도 5000원의 뱃삯을 내고 가사도에 입도할 수 있다. 소요시간은 40분에서 60분 정도로 기상에 따라 시간이 다르다. 내 경우엔 한 시간여 걸려 가사도에 상륙했다. 진도 연안이라 파도도 잔잔하고 인근에 아기자기한 섬들이 많아서 볼거리가 많았다. 섬들을 바라보며 친구와 나누는 정담도 즐거워서 지루한 ..
진도 이충무공 승전 공원 진도대교를 건너 진도에서 울돌목을 바라보았다. 예전엔 해남 우수영 전적비가 있는 곳에서 진도를 보았는데... 충무공께서 왜적들을 크게 물리치신 곳이라 진도군에서도 성역화하여 공원으로 만들었다. 진도대교 아래에서 충무공 동상이 있는 곳까지 명량에 흐르는 탕탕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예전의 모습들을 상상도 하며 천천히 걸었다. 명량 해전이 있었던 곳은 진도대교 저편이지만 해남 우수영 앞바다라 전략상 요충지임이 분명하겠다. 산책길이 예쁘고 풍경이 매우 빼어났다. 진도대교 아래 유리 바닥 전망대, 울돌목 건너는 해남 우수영 전승 공원이다. 진도대교 아래 명량해전도 공원 안에 있는 판옥선, 상업적인 카페인 줄 알고 지나치려다 들어갔다. 조선 시대 판옥선을 재현하여 당대 판옥선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공원 안에 있는..
강릉항 주변 강릉시 송정동 강릉항(예전엔 안목항) 주변 해안은 카페거리가 되었다. 한 집 건너 카페일 정도로 커피 상점이 넘쳐난다. 강릉항에는 울릉도 저동을 오가는 정기 여객선편이 있다. 웬일인지 주중에는 내내 출항하지 않고 항만에 정박해 있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금요일 오전 출항하는 것으로 봐서 주말에만 떠나는가 싶다. 재작년 가을 울릉도 가려고 예약했는데, 파도가 높아 떠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고 황급히 환불받은 적이 있었다. 정기항로라면 정기적으로 다녀야 할 텐데... 아무래도 울릉도 가려면 동해시 묵호항에서 떠나는 것이 확실할 듯싶다. 이 지역이 관광지에 상업지역이라서인지 인심이 그리 좋지 않았다.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았으나 대부분 횟집이어서 곤란을 겪었다. 후미진 곳에서 겨우 식당 하나를 찾았는데 처..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하늘이 잔뜩 찌푸려 빗발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바다부채길로 갔다. 정동진 썬크루즈 리조트부터 심곡항에 이르는 해안산책로인데, 지형이 험하고 군사작전지역이라 그동안 통제되었던 구역이었다. 강릉시에서 험한 해안길에 나무와 철제로 산책로를 만들어 작년부터 개방하고 있다. 금년 6월부터 입장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는데, 험준한 지형에 산책로를 개설한 노고를 생각하면 입장료 3000원은 아까운 돈은 아니었다. 다만 해안길을 봉쇄하고 있는 공비 침투방지용 철책과 철조망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리지 못하고 흉물스럽게 둘러쳐진 오늘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정동진 아랫녘 썬 크루즈 리조트 주차장부터 부채길 탐방을 시작했는데, 산등성이 언덕에서 바닷길로 내려가는 계단이 가파른 탓에 맞은편 심곡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걷기가 수..
강릉시 강문 솟대다리 송강 정철은 선조로부터 강원도 관찰사직을 제수받고 경내를 순시하며 여정에 따라 아름다운 강원도 풍경들을 기행문을 써 내려가듯 "관동별곡"을 노래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금강산을 넘어 통천으로, 통천 총석정에서 해변을 따라 울진까지 내려가며 강원도지방을 일주했다. 그는 뛰어난 명승지를 보면서 목민관으로서 좋은 정치를 펼치려는 자신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 영동지방의 중심지인 강릉에 와서는 아름다운 경포호수와 동해바다, 그리고 훈훈한 미풍양속을 찬양했다. "기우는 햇살 속 양양고을, 흐드러진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며 깃털 지붕의 신선 마차를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십리 비단을 다리고 또 다린 듯한 경포호수 큰 소나무들 울창한 숲 속에 마냥 펼쳐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까지 헤아릴 수 있겠구나. ..
고려궁지와 외규장각 석모도에서 강화읍으로 들어와 강화성 남문 인근 모텔촌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숙소에서 맛집을 물어 찾아간 곳이 강화 풍물시장이었다. 풍물시장 2층에서 저녁 식사로 강화특산물이라는 밴댕이를 회와 구이, 무침으로 먹었다. 개인적 취향으론 무침이 제일 좋았다. 아침식사는 숙소부근에서 소머리 국밥을 먹었는데, 값도 6000원으로 저렴했고 그 맛이 괜찮았다. 느긋하게 숙소에서 나와 고려궁지를 찾았다. 자동차 네비오류로 인근 강화군청 부근을 맴돌다가 결국 스마트폰 네비의 도움을 받아 고려궁터를 찾아갔다. 고려궁지는 예전에 왔던 적이 있어서 새롭지 않았다. 그동안 아전청이 생겼고, 동헌 건물 안에 인형을 두어 관람에 편의를 주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하고 불살랐던 외규장각이 과거엔 복원된 건물만 서..
북녘이 바라 보이는 강화 교동도 경기 북부에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를 듣고 망설였던 교동도행이었다. 장마가 끝난 지 오래인데 여름 내내 비가 내린다. 한반도는 여름철이 우기라는 말들이 사실인 성싶다. 어쩌면 강열한 뙤약볕보다는 비가 내리는 것이 여행에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다만 폭우가 아니기를 바라며 강화에 접어들었으나, 다행히 잔뜩 흐린 날씨에 구름만 오락가락하며 비는 내리지 않았다. 교동대교 근처에서 경비병으로부터 출입증을 받았다. 밤 12시 통금시간 이전에 나오라는 당부를 듣고, 4.2km에 이르는 교동대교를 건넜다. 한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 보고 있는 서울근교 최북단 섬인 교동도는 최전방답지 않게 평화로운 농촌마을이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대로 대룡시장으로 가서 맛집이라는 식당을 찾아 국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그 ..
벽골제의 여름 김제 시내에서 1박 후 벽골제로 갔는데, 뿌옇던 하늘이 점차 걷히며 햇볕이 들자 더위가 극성을 부렸다. 아침식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벽골제 공원 안내소에 물었더니 인근 식당에 전화로 알아보고 가르쳐 주었다. 장소를 잘 몰라 공원 안 장터국밥집이 준비 중이라 이웃에 있는 명품관으로 갔다. 본디 고급 음식점을 찾는 편이 아니라서 망설이다 들어섰다. 의외로 메뉴들이 소탈하고 서민적이었다. 한우 전문점이라서 설렁탕과 육회비빔밥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전주에서 13000원 하던 비빔밥이 9000 원이었다. 반찬도 제법 맛깔스러워서 전주의 성의 없던 비빔밥을 성토하며 늦은 아침식사를 맛나게 먹었다. 지난 겨울 친구들과 왔던 탓에 가족과 함께 다시 들렸으나, 그 넓은 공원 안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우리 식구밖에 없었다..
조선왕조의 고향, 전주 삼사 년 만에 방문한 전주 경기전이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자마자 폭우가 내렸다. 우산 속으로 밀려드는 빗방울들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갑자기 스콜처럼 쏟아지는 비에 낭패를 본 것은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보지 못했던 많은 한복대여점들이 성업 중이었다. 저마다 때깔 고운 한복들을 차려입고 나들이 중이었는데 억수로 비가 쏟아지니 어찌할 줄 모르고 허둥대고 있었다. 아마도 한복 입은 사람들이 서울의 고궁보다도 많았다. 한옥마을 골목마다 삽시간에 한복거리가 된 것도 상점들이 늘어선 것도 예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어서 세월의 격변을 느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수년만에 상전벽해가 된 듯, 너무 놀랐다. 신발마저 비에 흠뻑 젖어 질척거려 불편했지만, 비 내리는 풍경도..
익산 미륵사지와 서동 생가터 무왕과 얽힌 설화가 많은 익산 지방, 무왕의 설화를 찾아 몇 군데 쏘다녔다. 미륵사지와 서동공원, 서동 생가터를 찾았는데, 미륵사지는 예전에 방문했던 적이 있었으나, 서동공원과 탄생지는 첫 방문이었다. 관리주체가 달라서인지 문화재청 산하 미륵사지는 유적지답게 관리가 잘 되어 볼거리가 많았다. 반면 익산시청이 관리하는 서동 공원과 서동 탄생지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조성해서, 전시된 조형물들이 아동용 인형이어서 유치했다. 서동 공원도 유적을 기대하고 갔으나, 석상들로 꾸며 내 보기에 그리 볼만하지 않았다. 조형물과 동상에 거미줄이 쳐있는 것을 보고는 관계자들도 관심을 거둔 듯하다. 길가에 새로 조성한 서동 탄생지 역시 인형 조형물들이 어린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보기에 그리 좋지 않았다. 게다가 안내팻말에 ..
동양 최대의 석불상, 관촉사 은진미륵 관촉사 은진미륵, 국민학교 시절에 배웠던 불상이었다. 부여에서 가까운 거리인 논산에 있음에도 그동안 찾아보지 못했었다. 관촉사는 국도 곁, 작은 산 중턱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 유명한 은진미륵 입상은 야트막한 야산 중턱에 공장 굴뚝처럼 우뚝 솟아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가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관촉사 경내 주차장에서 계단을 올라 우뚝 마주친 미륵상은 첫눈에도 범상치 않았다. 커다란 입상의 미륵상은 인체구조와 달리 얼굴과 머리가 특히 과장된 모습이었는데, 큰 얼굴엔 화장한 듯 눈이 그려지고 입술엔 흐리지만 검붉은 색이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몸통보다도 더 긴 이단의 머리, 그 위에 쓴 팔각형의 관과 이층 구조의 사각 보관도 보통 미륵상과 매우 다른 특이한 모습이었다. 절집들..
연꽃 궁궐 부여 궁남지 철 지난 연밭에 비가 내려 늦게 핀 연꽃마저 대부분 일그러져 있었다. 비 때문에 덥지 않아 다행스러웠으나, 카메라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막바지 피어오른 연꽃들을 보기 위해 방문한 손님들 이제법 많았다. 궁남지 넓은 연밭을 이리저리 거닐며, 한여름 오전시간을 보냈다. 백제시대 사비성 남쪽에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궁남지는 연밭의 명소로 이름나있다. 궁남지 호수 안에 들어선 포룡정에 잠시 올라 정자 마루에 누워서 시원한 한 때를 보냈다. 포룡정은 백제 무왕의 모친이 용과 인연을 맺어 서동을 낳았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고 적었다. 서동 탄생지가 익산에 있다고 들었는데, 이곳의 포룡정에서 용과 연을 맺었다니 다소 혼란스러웠다. 아무튼 아름다운 연밭 한가운데 연못 정자 안에서 보낸 한 때 휴식은..
무봉사와 아랑각 舞鳳寺- 한자를 보고서야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강물을 바라보는 가파른 산허리를 깎아내어 절을 지었는데, 가히 춤추는 봉황새가 날아오를 법한다. 설이 들어선 자리가 길고 좁아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 덕분에 전망하나는 기막히게 좋았다. 남한강을 바라보던 제천의 "정방사"처럼 풍경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도심 곁에 있는 절로서 이만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절은 흔치 않다. 영남루 곁에 붙어서, 영남루보다 높은 위치에서 하회마을처럼 한 바퀴 돌아서 흐르는 밀양강과 시가지를 바라보고 앉아, 전망이 시원했다. 무봉사 일주문 오층석탑과 대웅전 초파일 행사준비가 한창이었다. 놀랍게도 대웅전 안에 모신 부처님은 돌부처님이었다. 종각, 초파일 준비에 여보살님들의 손길이 바빠 보였다. 영남루 옆에 붙은 듯이 있는 아랑각..
영남 제일누각 밀양 영남루 부산에서 올라오며 들린 곳이 밀양,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그 유명한 밀양 아리랑의 본고장이기에 호기심도 많았고, 수년 전 전도연이 열연했던 영화 "밀양"의 고장이기도 해서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남밀양 IC부터 조반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는데, 쉽지 않았다. 결국 영남루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 옆에 있는 밀양 전통시장 안에서 아침을 먹었다. 상냥하고 친절한 식당 주인은 반찬솜씨도 좋아서 한 순간에 아침 한 끼를 후딱 해치웠다. 식당 주인의 말에 의하면, 영화를 촬영했던 밀양 시가를 전도연 거리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전도연의 명품연기에 전율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영화가 전달하려는 밀양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감독이 주는 메시지는 "密..
하룻밤 부산여행 김해에서 해운대까지는 매우 길고 지루한 길이었다. 평일 낮임에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 차량들이 어찌나 붐비고 밀리는지, 가다 서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기만 했다. 택시와 버스들의 운전매너는 서울만큼이나 좋지 않았다. 양보는 없고 머리 먼저 들이미는 식이어서 익숙지 않은 길이 더 어렵고 힘들었다. 더욱이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고 가는 길이라 중간에 폐쇄된 길이 나타나면 속수무책이었다. 지루한 운전 끝에 해운대 공영주차장에 차를 두고 곧장 해변으로 나섰다. 바닷가는 벌써 여름이었다. 부모들과 함께 나온 어린이들이 물가로 뛰어들었다. 남쪽으로 탁 터진 바다. 도심 속의 바다임에도 바닷물은 맑고 깨끗했다. 백만 인파가 몰린다는 여름바다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겠고, 어린애들이 뛰노는 봄 해운대의 여유로운 풍경을 한..
하늘에서 본 백록담 마라도와 가파도 한라산 백록담 추자도 조도 부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세월호 침몰해역
영흥도 날씨가 추운 탓인지 아침결에 눈을 떠 보니 펜션의 창밖으로 맑고 푸른 하늘에 그믐으로 치닫는 반달이 걸렸다. 육지와 가까이 있으면서도 낙도 오지였던 영흥도에 다리가 놓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이름난 관광지가 되었다. 바닷가에 지은 이국적인 펜션타운 2층에 머물렀는데, 방바닥이 따스한 게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만난 옛 직장 동료들을 만난 반가움에 늦은 밤까지 마시며 떠들며 놀다가 잠이 든 탓에 중천에 해가 걸린 뒤에서야 비로소 기상했다. 따뜻한 온돌 탓이었는지 다행히도 머리가 맑았다. 거실의 넓은 마루에서 따끈한 온돌방에서 한잠 자고 났더니 피로도 다 풀리는 듯했다. 십리포 해변, 해변에 해송대신 천영기념물인 소사나무들이 방풍림처럼 둘러쳐 있었다.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었고 너른 모래사장이 있어서 여..
김제 벽골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곳 김제 평야 한가운데로 정리된 농지의 농로처럼 곧게 뻗은 국도를 달려 벽골제에 도착했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려 안개처럼 시야를 가렸다. 봄날씨처럼 포근해서 인근 아리랑 문학관에서 일러준 대로 벽골제에 들어섰다. 예부터 전하는 우리나라 3대 저수지로 벽골제와 제천 의림지, 밀양 수산제가 있는데, 제천 의림지는 가 보았으나, 이곳은 처음이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이 지평선만 바라보이던 외국을 여행할 때, 그 지평선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광활한 나라 비옥한 땅에서 풍요를 누리며 살았을 그들을 보며, 국토의 70%가 산으로 둘러싸여 예로부터 굶주림에 시달렸던 우리네 조상들에 연민을 느끼곤 했었다. 그런데 이곳에선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이 보이지 않는 것이..
격포잡경 격포항 이웃에 있는 부안 영상테마파크는 한 마디로 을씨년스러웠다. 잔뜩 흐린 날씨에다 색 바래 너덜너덜한 단청무늬 벽지를, 쌀쌀한 바람들이 들추어 바람난 처자의 치맛자락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풍상에 나부끼는 단청벽지들과 부서져나간 세트장 모서리들의 상처들이 오늘날 우리나라 어지러운 정치판 모양 같았다. 이곳은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듯, 색 바랜 호기심도 새로운 볼거리도 없이 그저 쇠락해 빛이 바래가는 세트장일 뿐이었다. 이곳에서 촬영했다는 영화 속의 몇몇 장면들을 상상하며 들어섰는데, 한 때의 부귀영화도 일장춘몽인 듯... 망국의 왕조처럼 서서히 망가져가는 세트장의 겨울풍경을 그저 말없이 휑하니 둘러보곤 멋쩍게 나왔다. 글쎄 요즘에도 이곳에서 영화촬영을 하는지 모르겠다. 격포항에 숙소를 정하고 인근 ..
군산 기행 모처럼 친구들과의 여행인데, 여행지 선정이 마땅치 않았다. 설악산, 양양, 주문진, 강릉, 동해와 삼척 방면은 많이도 돌아다녔다. 삼척엔 친구가 오랫동안 살기도 했었고... 색다른 풍경이 좋을 것 같아 서해안 여행을 제안했다. 나야 많이 다녀봤지만 서해안 경험이 별로 없을 친구들에겐 새로운 경험이라 싶었다. 그런 까닭에 서해안을 타고 내려가 군산 진포해양공원에 들렀었다. 거기서 숙박지를 수소문했더니 군산시청 부근이 모텔촌이라고 안내해 주었었다. 모텔에서 여장을 풀고 근처 정육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인산인해였다. 고깃값이 싸고 푸짐한 건 물론이고, 기본 반찬차림에 소 생간까지 내주는 넉넉한 인심을 보였다. 셋이서 고기 한 근과 소주로 저녁을 먹고 방바닥이 절절 끓는 모텔에서 따뜻하게 하룻밤 숙박했다. ..
걸어서 가는 고군산군도 친구들과 함께한 오랜만의 여행. 군산에서 새만금 방조제로 들어서서 신시도까지 쾌속주행했다, 평일이라 차량도 적어서 막힐 것이 없었으나, 미세먼지가 많아 시야가 좋지 않았다. 신시도 입구에서 우회전해서 새로 만든 바다 위의 도로를 달렸다. 고군산군도에 대한 안내문이 없어서 무작정 무녀도 입구까지 달렸다. 무녀도 입구에서 교량공사하는 직원이 빨간 깃발을 흔들며 막아서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회차하여 무녀도 옛길로 들어섰다. 그 길 초입에 임시로 만든 대형주차장이 나타났다. 그곳에 주차하고 주민들에게 자전거 대여소를 수소문하니 30분 정도 걸어 들어가야 한단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이 차를 타고 마을 안으로 꾸역꾸역 들어가고 있어서 우리도 차를 타고 바닷가 좁은 1차로로 서행하여 무녀도 어항까지 갔다. 그..
미시령과 속초 영금정 미시령 옛길로 구불구불 돌고 돌아 미시령 정상에 올랐더니, 정상의 풍경은 상가건물들을 모두 철거한 상태여서 흐린 날씨 분위기와 어울리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터널을 통과하지 않고 풍경을 보려는 여름옷차림의 탐방객들이 바람 탓에 추위에 떨며 고개 아래 속초시가와 동해의 풍경을 바라들 보았다. 미시령은 한계령에 비해 넘기 쉬운 언덕이다. 고개도 그리 높지 않고 구비가 많지 않은 데다가 우람한 울산바위 풍경과 아름다운 동해를 관망할 수 있는 곳이라 내 경우엔 웬만하면 고개를 넘는다. 미시령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 오른쪽 바위가 울산암, 가운데가 속초시와 동해이다. 고개를 내려가며 오른편으로 보는 울산바위 숙소의 창밖에서 보는 전경, 흐린 날씨가 아쉬웠다. 저녁거리는 속초에 나가 부식을 마련했는데, 의외로..
송파나루공원 삼전도비 하룻밤 사이에 폭염이 사라지고 가을바람이 분다. 참으로 신통한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날씨였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하늘에 먼 산의 푸른 정수리가 가까이 다가와 눈을 찌를 듯 했다. 날씨와 더위 때문에 묵혀두었던 카메라를 꺼내 들쳐 메고는 길을 나섰는데, 가는 도중 차창 밖의 하늘에 구름이 내비치었다. 석촌호수에 도착했을 때, 하늘엔 새털구름이 가득했고, 햇살은 따가웠으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덥지 않았다. 습도가 낮아 그늘 아래에선 시원한 바람이 땀을 말리며 스쳐 지나가곤 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에 따른 싸드배치문제로 나라 안팎이 시끌버끌하다. 우호적인 한중관계에 쐐기를 박고 일본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적중했나 보다. 안보를..
태안 구례포 작년 가을에 갔었던 구례포를 다시 찾았다. 서해안 고속도로로 나가는 길부터 안개를 만났는데, 구례포는 안개바다였다. 서북쪽 해안으로부터 물 빠진 모래사장으로 끊임없이 스멀스멀 기어서 솔숲으로 몰려들었다. 안개 탓인지 계절도 한철 늦어 이제서야 아카시아꽃이 만개했다. 안개바람 탓으로 서늘해서 트레이닝복 상의를 더 걸쳤다. 한낮엔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해변 관리소에선 경고방송이 끊이지 않았다. 자칫 물때도 모르는 사람들이 해변에 나갔다가 실종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밤늦게까지 시야가 제한적이어서 화물선의 구슬픈 무적소리를 자장가처럼 하염없이 들었다. 인가 없이 안개만 자욱한 해변에는 밤도 일찍 찾아들었다. 바깥바람이 차가웠으나 전기담요덕에 따끈한 바닥에 침낭을 깔고 누워 친구들과 모처럼 정담을 ..
귀로 갑자기 일이 생겨 일정을 당길 수밖에 없었다. 그 덕에 서거차도에서 일주일여 머물다 떠난다. 좁은 섬이어서 딱히 다닐 곳도 많지 않지만, 레이다 기지가 있는 상마산조차 올라가지 못했다. 가장 멀리 가본 것이 용남 씨를 따라 상마산 너머 커그래 부근 벼랑이었다. 반나절의 벼랑체험에도 얼굴과 손등이 까맣게 그슬렸다. 흐린 날씨에 안개가 상마산 등을 타고 몰려드는 상황에서도 자외선은 살갗을 사정없이 태웠었다. 구름 없이 맑은 날을 기다려 상마산에서 올망졸망 아름다운 다도해를 담으려 했는데, 그동안 맑은 날을 만나지 못한 탓이다. 숲이 우거지고 가시나무 넝쿨들이 얽혀 산길이 험하기도 했지만 제일 두려운 것이 뱀이었다. 커크래에서 돌아오던 산고개길에서 큰 지렁이만한 새끼뱀을 발견하곤 기겁한 적이 있었다. 목이 긴..
안개섬 이 섬엔 안개 없는 날이 별로 없다. 상큼하고 청명한 바다를 바라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안개섬이라 부른다. 섬의 생김 모양이 남쪽을 향해 새우처럼 북쪽 등을 구부리고 앉은 형상이다. 앞쪽은 밋밋한 경사지를 따라 평지를 이루고 있고, 등뒤 북쪽은 깎아지른 바위벼랑으로 높고 험하다. 자연히 마을은 남쪽을 향해 배산임수형으로 정겹게 앉았다. 남쪽에서 부는 바람은 바다를 타고 달려와 방파제를 넘어 넓은 항만을 통해 불어온다. 서북풍은 서북녘 벼랑에 부딪쳤다간 뾰족한 삼각산을 넘어 골을 타고 불어온다. 그러기에 안개는 바람의 등을 타고 남쪽 또는 북서쪽으로부터 조용하거나 요란스럽게 몰려온다. 그런 연유로 먼 바다섬 서거차도는 언제나 바람과 안개가 많다. 이 섬을 방문할 때마다 눈을 ..
여로 진도군 조도 주변에는 섬들이 많다. 그림처럼 많은 섬들이 펼쳐져 경관이 아름답다. 이 아름다움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이룬다. 여객선은 조도 창유항을 지나 대마도에서 손님 몇 분을 내려놓고 관매도로 향했다. 대마도에서 내린 손님 중 한 부부는 목포역에서부터 동행을 했는데, 새벽 4시 20분에 목포역에서 내려 날이 밝기만 기다리다 옆에 앉은 손님께 시외버스 터미널 가는 시내버스 시간을 물었더니, 5시 40분이 첫차라며, 목포역 앞 정류장에서 1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하릴없이 대합실안을 서성이며 버스 시간을 기다리는데, 그분이 시외터미널로 함께 가자고 하셨다. 시내버스 기다리다 택시를 타기로 하셨다며 동행하잔다. 고맙게도 그분들을 따라 택시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편하게 이동했다. 택시값을 내가 지불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