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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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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소돌해변 하필이면 따뜻하고 포근했던 날들을 두고 여행길에 나섰을까. 영동으로 가는 길에 문막 부근에서부터 눈이 날리더니 대관령을 넘을 때까지 눈발이 계속되었다. 간간이 염화칼슘을 뿌리는 트럭을 만나 모래처럼 부딪히는 소금세례를 통째로 받기도 했다. 비상등을 켜며 눈길 속을 조심스레 달리는 차량들과 어울려 대관령을 넘자, 날씨는 변덕스럽게도 쾌청한 하늘을 보여주었다. 이 작은 나라에서 고개 하나 차이에 그토록 다른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푸른 하늘이어서 상쾌하긴 했으나, 매서운 바람이 매몰차게 불어 해변가에 서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바다엔 산맥 서편에서 불어대는 강풍에 맞서 동해로부터 사나운 백두파가 성난 독사처럼 하얀 머리를 빳빳이 들고 해안으로 몰려들었다. 파도의 흰 머리카락이 바람에 ..
여명 동해만 가면 마음이 설렌다. 동터오를 때면 안절부절, 방 안에 앉아 있을 수 없다. 날씨도 흐리고, 강풍이 몰아치는데, 함께 온 일행 모두 늦게까지 마신 술기운에 배기통 큰 코를 드러내고 코골이를 하며 꿈 속을 해매고 있는데, 슬며시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나같은 이들이 몇 명 나와서 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해변을 서성거렸다. 동쪽을 바라 보아도 해돋이를 보기는 애시당초 글렀다. 흰 포말을 날리며 파도가 달려든다. 밀려드는 파도와 해안에서 밀려나가는 물결이 서로 부딪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킨다. 바다냄새와 진한 소금기가 바람에 날려 얼굴을 스치며 윙윙 허공을 가르며 지나간다. "일찍 나는 새가 배부를까." 미명에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파도 위를 날고 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쓸쓸했을 바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