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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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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부소산성의 가을 부여만큼 슬픈 도시가 있을까? 백제는 고구려의 남진 정책에 밀려 한성에서 웅진으로, 63년간의 도읍지 웅진에서 다시 부여로 도읍을 옮기는 등 국력이 쇠할 때마다 쫓겨 다녔다. 종내 122년을 버티던 사비성에서 신라와 연합한 당나라 군대에게 패망한 후, 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당나라까지 끌려가는 치욕을 당했으니 그 비통함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역사의 부끄러움이라 해도 헛된 말은 아니다. 부여는 여러 번 가본 곳이라 그곳의 지리가 눈을 감아도 떠오를 정도로 친숙한 곳이지만 이번 방문은 계룡시와 논산을 경유하여 갔다. 이른바 황산벌을 가로질러 부여로 갔으니 신라군이 백제로 진격할 때 서진했던 방향과 같은 셈이었다. 논산벌은 들이 넓어, 그야말로 천혜의 땅이다. 농사가 주업이었던 옛날에는 그야말..
부여 부소산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122년간 백제의 수도였던 사비성을 감싸 안았던 부여 부소산, 이곳에 가면 색다른 감회에 빠져든다. 이곳은 백제패망당시 나당 연합군에 쫓겨 부소산 뒷벼랑에서 수십 길 벼랑 아래로 몸을 날려 절명했다는 백제 궁녀들의 한과 함께, 졸지에 나라를 잃고 땅을 쳤을 당시 수많은 백제 유민들의 통분이 서린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곳에서 우리 근대사의 비극이었던 일제강점기, 망국의 백성으로서의 한을 절절히 느꼈을 것이기에 '꿈꾸는 백마강'같은 노래가 우리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었다.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낙화암 그늘아래 울어나 보자.~ / 고란사 종소리 사무치는데, 구곡간장 올올이 찢어지는데, 누구라 알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