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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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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섬 이 섬엔 안개 없는 날이 별로 없다. 상큼하고 청명한 바다를 바라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안개섬이라 부른다. 섬의 생김 모양이 남쪽을 향해 새우처럼 북쪽 등을 구부리고 앉은 형상이다. 앞쪽은 밋밋한 경사지를 따라 평지를 이루고 있고, 등뒤 북쪽은 깎아지른 바위벼랑으로 높고 험하다. 자연히 마을은 남쪽을 향해 배산임수형으로 정겹게 앉았다. 남쪽에서 부는 바람은 바다를 타고 달려와 방파제를 넘어 넓은 항만을 통해 불어온다. 서북풍은 서북녘 벼랑에 부딪쳤다간 뾰족한 삼각산을 넘어 골을 타고 불어온다. 그러기에 안개는 바람의 등을 타고 남쪽 또는 북서쪽으로부터 조용하거나 요란스럽게 몰려온다. 그런 연유로 먼 바다섬 서거차도는 언제나 바람과 안개가 많다. 이 섬을 방문할 때마다 눈을 ..
서거차도 일기 4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 예보에는 9시부터 12시 사이에 내린다더니,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조바심에 예보를 찾아보니 고맙게도 오전 9시 이전에 비가 그친단다.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강수량도 5mm 정도이고, 오늘은 물때가 좋아 입질을 맛볼 수 있으리란다.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으나 신통하게도 9시 넘어 비가 그쳤다. 낚싯대와 취사도구를 챙긴 후, 대웅이 아빠 봉고트럭을 타고 서거차 서쪽 끝지점인 커크래 해변으로 갔다. 커그래는 모래미 동네입구를 지나 해안의 비포장 도로 끝 지점에서 작은 고개 하나를 넘어, 거북처럼 생긴 섬 뒤의 바닷가에 있었다. 우리가 산 위에서 조망했던 거북 모양의 섬은 건너새끼섬으로 서거차도에서 통한의 맹골수로를 바라보며..
서거차도 일기 2 섬 날씨는 참으로 변덕스러웠다. 햇볕이 쨍하다간 이내 구름으로 덮이고, 그러다간 또 햇빛이 나온다. 오늘은 주로 서거차도 항만 주변을 거닐며 소일했다. 항만으로 뻗은 야산 두 개를 반반씩 쪼개어 연안을 메우고 부두와 방파제를 쌓았다. 그 덕에 작은 섬마을에 걸맞지 않은 대규모의 항만을 갖추었다. 항만은 인근의 어선들이 모두 집결해도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매일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연락선은 팽목항발 9시 50분 배인데, 짝수날은 같은 시간대에 두 척이 출발한단다. 아침부터 항만을 지켜보고 있자니, 수시로 연락선들이 들어왔다 나가곤 했다. 이른 아침 물고기 상자들을 싣고 가는 연락선부터 쾌속으로 다니는 행정지도선까지 호수같이 잔잔한 항만의 물살들을 드믄드믄 가르고 있었다. 오히려 어선의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