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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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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늦가을 바람이 찼다. 비 내린 다음날이라 날씨가 화창하리라 예상했으나, 세고 찬 바람에 하늘은 변화무쌍했다. 어제 비가 덜 내린 모양이다. 스산한 바람에 방문객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모처럼 한산한 화성 풍경이었다. 금년 가을엔 단풍잎들이 제 빛깔을 내지 못하고 시들어 곱은 손가락처럼 쪼그라들어 나무에 붙어 떨어지지 못한 채 말라 간다.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으로 나가 동북각루인 방화수류정까지 성벽을 따라 걸었다. 성벽 아래 희고 눈부신 갈대꽃무리들을 상상했으나, 기운 없는 햇살 탓에 갈꽃의 현실은 빛나지 않았다. 하늘의 색깔도 시선에 따라 달랐다. 대체로 동북쪽 하늘이 맑고 고왔다. 갈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한 때를 쓸쓸해 보이는 고성(古城)의 모퉁이에 머물러 있었다. 개인적으로 11월과 12월이 싫다. 낮길이..
방화수류정의 봄 바야흐로 영산홍의 계절이다. 영산홍이 일본철쭉이라는데, 일찍이 조선조 세종 때에 우리나라에 조경수로 쓰인 기록이 있다니 구태여 배척할 것까지는 없겠다. 동네의 철쭉은 이미 사그라들고 있는데, 방화수류정 주변의 영산홍들은 이제 막 제철을 만난 듯싶었다. 모처럼 날씨도 화창하여 제법 오월의 날씨처럼 아름다웠다. 방화수류정 위 암문에서 용연을 돌아 화홍문 아래로 되돌아 걸으며 잠시동안이나마 봄꽃들의 향연을 즐길 수 있었다. 화홍문 보수공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볼썽사납던 가람막을 치우니 화성 북수문의 운치가 아름답게 되살아났다. 방화수류정은 화성의 망루이다. 유사시엔 망루로 , 평시에는 풍류를 즐기는 정자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 고유 건축물 중 손꼽히는 걸작이다. 방화수류정에서 용연으로 나가는 문, 화성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