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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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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여행의 마지막 날, 톨레도 관광 후 마드리드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시내투어를 했다. 역시 중세풍으로 고전미 넘치는 건물들이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프라도 미술관에 들려 유명화가들의 그림들을 관람했는데, 그 크기와 규모가 파리 루브르를 압도하는 듯했다. 루브르와 달리 실내 촬영을 금지해서 인상적인 그림들을 마음속에 담아두는 수밖에 없었다. 굶주렸던 사람이 갑자기 산해진미를 먹으면 체한다고, 평소 보지 못하던 대작들을 한꺼번에 받아들이자니, 내 지식이 부족한 탓으로 그게 그거처럼 보였다. 발바닥이 아프도록 이리저리 다니면서 그림들을 보았지만 크게 기억되는 것이 없다. 긴 여행에 피로했는지 잇몸이 부어올랐다. 장거리를 옮겨 다니며 급히 먹는 식사 때마다 칫솔질을 잘못했나 보았다. 치통까지 겹..
중세 성곽 도시 톨레도 돈키호테의 배경이었던 콘수에그라 풍차언덕을 지나 톨레도로 이동했는데 가이드에 의하면 이 도시야말로 최고의 경관을 갖춘 도시라고 한다.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톨레도로 들어가는데 길목부터 풍경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성곽과 성당, 유유히 흐르는 강물 위의 다리까지 탄성 없이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톨레도 시를 한눈에 조망하는 전망대에서 그야말로 놀랍고도 아름다운 중세도시를 볼 수 있었다. 굽어 흐르는 강 언덕에 세운 이 도시는 로마시대 유적과, 이슬람 문화, 그 위에 가톨릭 문화, 그 바탕에 현대문명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어여쁜 전통도시였다. 톨레도는 수도 마드리드 남서쪽 타호 강 연안에 있는 도시로 역사·미술적으로는 마드리드를 능가하기도 한다. BC 2세기에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고 8∼11..
콘수에그라 마드리드에서 하룻밤을 묵고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 무대였다는 콘수에그라로 이동했다. 어린 시절 돈키호테를 읽으며 그 무대뽀 정신에 실소하던 생각이 났다. 돈키호테는 생각 없이 행동하는 전형적 인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짝 지워져 후세까지 길이 전해질 것이다. 차창밖으로 풍차 언덕이 보이는데, 가이드가 인근 휴게소에 차를 세우더니, 도로 옆 밀밭에서 멀리 있는 언덕 위 풍차들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으란다. 작은 야산 위의 볼품없는 풍차들이라는 얘기를 미리 듣긴 했지만, 여기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어쩔 수 없이 밀밭에 들어가 멀리 있는 풍차 언덕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승용차들이 풍차가 있는 언덕 위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승용차뿐만..
살라망카와 세고비아 포루투갈 파티마에서 출발하여 다시 스페인의 살라망카를 경유하여 마드리드로 가는 일정이다. 길게 느껴졌던 스페인 여정도 이제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빡빡한 스케쥴에 장거리를 이동하는 강행군으로 지쳐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한편으로 가는 곳마다의 경치들이 모두 신세계였기 때문에 아쉬움도 있었다. 살로망카는 마드리드 북서쪽에 있는 대학촌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이다. 한니발의 점령 이래, 로마의 군사도시였으나, 고트와 이슬람의 지배를 거쳐 1085년 스페인 영토로 회복되었다. 13세기에 알폰소 대주교에 의해서 살라망카대학이 창립된 이래 학술 ·문화의 중심지로서 발전하였다. 1218년을 기준으로 살라망카 대학교는 유럽에서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졌다. 또 1254년 알폰소 10세에 의해 Un..
지브롤터 해협 말라가에서 모처럼 여유 있는 아침 식사를 했다. 아침에 돌아볼 미하스를 어젯밤 미리 본 탓도 있었지만,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는 페리 시간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9시 10분에 호텔을 떠나 지브롤터 반도가 보이는 알제시라스 항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시간적 여유가 넉넉한데도 왜 밤중에 미하스를 들렸는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더구나 미하스는 말라가에서 타리파로 가면서 경유할 수 있는 곳인데, 어제저녁 미하스까지 왜 내려갔다가 올라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해협을 건너기 위해 스페인 최남단의 타리파 항으로 갔다. 타리파항에서 EU 출국신고를 하고 고속 페리를 타고 한 시간여를 항해하여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탕헤르 항에 도착했다. 모로코는 스페인보다 1시간 빨랐다. 우리나라와는 7시간의 시차가 나는 셈이..
말라가 말라가로 가는 도중 미하스에 들렸다. 원래 다음날 아침에 들릴 예정이었으나 가이드가 스케줄을 당겨 진행하였다. 그 덕에 아침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언덕 위의 집들을 어둠 속에서 바라봐야 했다. 언제 다시 이곳을 방문할 수 있을까. 한 번 스쳐 지나가면 그만인 것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한때 우리나라 사람으로 세계 최초 팝페라 가수가 되었다는 키메라가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녀 약력에 1000년 전 왕족의 후손이라는 글 구절에 놀랐었는데, 그녀의 본관이 경주라는 것이었다. 중동의 부호였던 남편의 배려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렸었던 것 같은데, 그녀가 우리나라에 와서 트로트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퍽이나 실망했었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그녀의 음악성이 그리 뛰어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론다 코르도바를 떠난 버스는 투우의 발상지인 론다를 거쳐 지중해의 대표적 휴양도시 말라가까지 간다. 점심 후 식곤증으로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론다에 이르렀다. 론다는 주도 말라가에서 북서쪽으로 113km에 위치하며 평균 고도는 723m이다. 기원전 6세기경 켈트족이 최초로 이 지역에 아룬다(Arunda)라는 이름의 정착촌을 세웠고, 이후 고대 페니키아 인이 제법 큰 규모의 마을을 세웠다고 한다. 현재 도시의 시초는 기원전 3세기에 로마 제국의 장군이자 정치가인 아프리카누스(Publius Cornelius Scipio Africanus)가 건설한 요새화 된 마을이다. 기원전 1세기에는 로마 황제로부터 시의 칭호를 얻었다. 오랜 옛날부터 에스파냐 남부의 주요 도시였으며 현재도 말라가주를 구성하는 세라니아데론다 지..
코르도바 그라나다 호텔에서 모처럼 와이파이를 통해서 한국 소식을 접했다. 사람 사는 세상임에도 너무나 다른 환경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오늘의 일정은 이슬람 마지막 보루였던 그라나다를 떠나, 그들의 본거지였던 코르도바를 찾아가는 길이다. 코르도바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중앙부, 과달키비르 강이 흐르는 도시로, 8세기 초 무어인으로 불리며 북아프리카를 건너 원정 나온, 이슬람 세력에게 정복되어 756년에 우마이야 왕조의 수도가 되었다. 8~10세기가 황금시대로, 이슬람 세계의 학문과 예술 중심지로 발전하다가, 1236년 그리스도 교도에 의해 그라나다로 쫓겨감으로써 이슬람 문화의 융성은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슬람 정복 당시 라흐만 1세(Abd al-Rah-man 1세, 재위 756~788)가 785년경 ..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 발렌시아 론다 호텔에서 하룻밤 숙박 후, 동이 틀 무렵 서둘러 출발하여 그라나다에 있는 알람브라 궁을 향했다. 차창으로 스치는 발렌시아 시가의 조형물, 거리의 조형물 하나하나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시가를 벗어나, 버스는 광활한 대지를 달리고 달렸다. 중간에 들렸던 휴게소, 하늘은 푸르고 맑았다. 먼지 하나 섞이지 않은 청정한 공기 덕분에 원색이 가득한 스페인을 호흡할 수 있었다.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가시거리는 무한대였다. 휴게소 옆의 호텔 건물 외벽이 흥미롭다. 원색만을 고집해서 타일을 붙이듯 원색으로만 색칠한 모습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언덕 위에 얌전하게 올라앉은 주택도 아름답고... 버스는 내륙 깊숙이 고원지대에 올랐다. 터키의 파묵칼레처럼 흰 눈이 덮인듯한 석회암 지대도 지나고... 과수원과..
바르셀로나 내가 알고 있던 스페인은 세르반데스가 있었고, 메시가 있으며, FIFA 랭킹 1위이고, 경제 사정이 나빠 시위가 많은 나라로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낮을 거란 정도였다. 전에 가보았던 로마가 보고 싶어 이탈리아로 가려다가, 스페인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별생각 없이 방문했던 스페인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은 상당히 컸다. 그곳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었고, 지중해의 작렬하는 햇빛 속에 정열이 꿈틀거렸으며, 광활한 토지에 원색의 빛깔이 눈부신 곳이었다. 사는 형편은 어떨지 몰라도, 낭만이 느껴졌다. 우기라는 겨울철임에도 푸른 하늘과 빛나는 햇살이 따사로워, 사시사철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우리와 달리, 맑고 깨끗한 자연 속에 인생을 즐길 수 있어 여유가 넘치는 곳이었다. 스페인에 가기 위해 핀란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