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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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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이른 폭설 아침부터 하늘에 구멍 뚫린 듯, 눈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차들이 다니는 도로엔 쌓일 겨를 없이 녹아 질척거리고,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엔 수북수북 쌓여갔다. 한낮에 소강상태를 보이며 햇볕이 쨍하길래, 차를 몰고 나들이 나섰다가 낭패를 보았다. 출발 무렵부터 쏟아지던 눈은 세 시간 여를 쉬지 않고 내렸다. 오랜 지기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다 돌아올 무렵엔 차위에 소복하게 내린 눈이 한 뼘 이상은 쌓였나보다. 눈을 걷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리막길에선 모든 차들이 벌벌 기며 내려 가고 있었다. 풋 브레이크를 밟지도 못하고 저단기어 엔진브레이크로 간신히 언덕을 내려와 집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창밖엔 벌써 별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참으로 양면적인 눈발이었다. 어지럽게 날리는 눈발로..
첫눈 그 동안 뚝 떨어진 기온과 찬바람만으로 겨울을 느꼈는데, 비로소 이제 내린 흰 눈으로 겨울을 심감하게 되었다. 첫눈치고 폭설에 가까워 교통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스럽지만, 눈 내릴 때면 제일 즐거운 건 어린이들이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눈덩이들을 굴리고 있다. 아마도 농경시절의 눈은 한 해를 수고한 농부들을 편히 쉬게하는 눈이었을텐데... 도시에 내리는 눈은 출근길을 괴롭히는 존재로, 철 모르는 아이들만 좋아할 뿐, 낭만을 찾아 보기 어렵게 되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한 해를 또 아쉬움 속에 떠나보내며, 눈덮힌 세상을 바라보며 비로소 겨울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