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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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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청와대 나들이 길 건너 청와대 쪽 도로에서 신무문을 바라보는 것은 난생처음 있는 일이다.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하다 못해 동사무소 직원 한 명도 연줄 없는 내가 그 서슬 퍼렇던 청와대 안을 한가로이 거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80년대 잠시 삼청동에 적을 둔 적이 있었는데, 경복궁에서 삼청동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부터 지나다닐 때, 경찰들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째려보고 있어서 노심초사 조심조심 걸어 다녔었다. 그뿐이었던가. 쿠데타와 광주 학살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남산 서울타워 전망대에서 청와대 쪽으로 사진도 찍지 못하게 했고, 삼청동에선 집집마다 호구조사까지 시키며 자기 생명을 철저하게 보존했다. 박정희 대통 땐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 부근에서도 청와대 쪽으로는 눈길도 돌리지 못할 정도로 지엄하고..
영남 제일누각 밀양 영남루 부산에서 올라오며 들린 곳이 밀양,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그 유명한 밀양 아리랑의 본고장이기에 호기심도 많았고, 수년 전 전도연이 열연했던 영화 "밀양"의 고장이기도 해서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남밀양 IC부터 조반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는데, 쉽지 않았다. 결국 영남루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 옆에 있는 밀양 전통시장 안에서 아침을 먹었다. 상냥하고 친절한 식당 주인은 반찬솜씨도 좋아서 한 순간에 아침 한 끼를 후딱 해치웠다. 식당 주인의 말에 의하면, 영화를 촬영했던 밀양 시가를 전도연 거리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전도연의 명품연기에 전율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영화가 전달하려는 밀양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감독이 주는 메시지는 "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