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흐린 날씨 때문에 날이 좋으면 앞뜨락의 살구꽃을 찍으려고 했는데, 맑은 날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갔더니, 아뿔싸 벌써 꽃이 거의 다 지고 말았다. 앞뜨락 풀밭엔 제비꽃과 서양 민들레만 지천으로 널려 있고, 울밖엔 벚꽃과 개나리가 흐드러지고 있었다. 모처럼 미세먼지도 없어 화창한 봄날, 창밖엔 봄이 무르익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에선 때를 놓치면 만사를 그르치고 만다. 모든 것이 때가 있어 그때를 맞춰야만 낙오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성정을 냄비 같다고 폄하하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팔팔 끓다가 불만 끄면 어느새 식어버리는 냄비, 그 냄비처럼 철 따라 살아가는 방식도 자연과 함께한다. 벚꽃놀이, 철쭉구경, 모내기, 여름휴가, 단풍구경, 어느 것 하나 계절을 빼곤 생각할 수 없다. 하다 못해 어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