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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합강정

  한계령으로 가다 인제를 지나 합강정이라는 휴게소에 잠깐 들렸다. 내린천가 휴게소 옆 정자를 찾았다가 박인환 시비를 보았다. 그랬다. 시인 박인환(1926. 8. 15~1956. 3. 20)은 인제 사람이었다.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 감성적인 시들을 많이 남겼던 박인환 시인, 그 덕에 소녀팬이 많았다고 들었다.  1950년대 모더니스트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멋쟁이 시인으로 김수영 등과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이란 공동시집도 냈었다. 같은 모더니스트라도 김수영 시인은 결벽증에 가까을 정도로 자신을 성찰하는 시인이었는데 반하여, 박인환 시인은 양담배 럭키스트라이크를 피우며 한껏 멋을 내는 서구지향적인 신사였었다고 동시대를 살았던 평론가들은 전하고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소녀취향의 감성적이었던 박인환 시인을 좋아하진 않지만 설악산 가는 길에 우연히 시비를 보게 되어 우선은 반가웠다. 70년대 낭랑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 박인희가 리바이벌해 인기를 끌었던 샹송풍의 '세월이 가면'이 떠올라 한계령에 이르는 동안 내내 입가에 맴돌았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수가 가을의 공원,/그 벤치위에 /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우리들 사랑이/사라진다 해도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네. /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지나간 옛사랑의 흔적을 잊지 못하며 반추하는 사랑 노래로 이만한 노래가 있을까 싶다. 고 차중락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세월이 가면' 만큼의 감미로운 가사와 리듬을 따르진 못한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몹시도 그리웁구나/

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곱게 물들어/그 잎새에/ 사랑의 꿈을/고이 간직하렸더니/ 아아아아 그옛날이/너무도 그리워라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가는 줄 왜 몰랐던가/사랑하는 이 마음을/어찌하오 어찌하오/

너와 나의/사랑의 꿈이/낙엽따라 가버렸으니/아아아아 그 옛날이/너무도 그리워라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 어찌하오/너와 나의/사랑의 꿈이/낙엽따라 가버렸으니

 

 

  금년 여름은 더위가 스믈스물 왔다가 비만 잔뜩 뿌리고 사그라지는가 싶다. 바야흐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아무래도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고 그리움의 계절인가. 가을이 되면 역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지나간 옛사랑이 으뜸인 모양이다.

 

  내린천 합강정 앞, 강가에 세워진 번지 점프장엔 용감함 청춘남녀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정열적으로 몸을 던져 청춘을 만끽하고 있었다. 안내문을 보니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번지점프장이란다. 세월이 가도 이들의 사랑에 이별이 없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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