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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진도군 조도

  조도대교 아래를 지나 도착한 하조도는 서거차도에 비하면 거대한 섬이었다. 가히 주변의 작은 섬들을 거느릴만한 크기를 지녔다. 도로도 아스팔트로 포장되었고, 승용차들과 화물트럭들도 많이 보였다. 호수도 있고, 모내기를 끝낸 논과 경작주인 밭이 이곳저곳에 산재하여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겼다. 

 

 창유항에 내려 아름답다는 하조도 등대로 가서 그곳 경치를 구경하다가 상조도 두리산 전망대까지 이동하여 전망대를 한 바퀴 돌면서 다도해 전경을 360도로 돌아보았다. 크고 작은 섬들이 망망대해 해무 속에 아련히 떠있었다. 북쪽 멀리 한켠으로 진도가 길게 누워있었는데, 이곳에선 진도만 해도 나가서 살고 싶은 대처일 듯싶었다. 하기사 진도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었으니 섬이라 보기도 어렵겠지만...

 

  저녁 때가 되어 식사를 하려 몇 되지도 않은 식당들을 찾아 헤매었지만, 장사를 하지 않거나, 밥이 없다거나, 생선회나 탕이 주메뉴여서 밥사먹기가 여의치 않았다. 섬이란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친절하지도 않았고... 몇 년 전, 진도에 갔다가 그곳 식당과 숙박업소들의 불친절이 떠올라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부두 앞 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부두에 나와 안개 쌓인 밤경치를 구경하다 잠이 들었다.  

 

  날이 밝아 잠에서 깨어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가 심하면 배가 뜨지 않는다는데... 7시30분에 진도 팽목가는 첫배를 타기 위해 부두에 나와 매표를 하고 기다렸는데, 부두에 들어온 배가 승객들을 태우지 않는 것이었다. 안개 때문에 출항 승인이 나지 않았대나 어쨌대나... 아, 섬 생활이 이래서 고달픈 모양이었다. 사방을 둘러싼 뿌연 안개처럼 몇 분 후의 상황도 알 수없다는 것이 참으로 답답했다. 어쩌다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의 불편이 이럴진대, 이곳에 사는 섬사람들의 생활은 얼마나 암울할 것인지...  망연자실하여 대기하고 있던 차에 다행스럽게도 연락선에서 출항한다는 방송을 했다. 창유항에서 팽목까지 50분여 해무를 헤치며 그렇게 멀지도 않으면서도 머언 바다를 건넜다. 

   

 

> 하조도 창유항, 항만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조도 북쪽 끝, 하조도 등대, 등대에서 창유까지 등산로가 있어 산행꾼들이 많은 곳이란다. 

 

바다 건너 북쪽의 진도

 

등대 등산로 위에 있는 정자

 

상조도 전망대

 

하조도 등대에서 15km 정도 떨어진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 하조도와 상조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풍경. 다리 건너 하조도

 

하조도 명물 주먹 바위

 

거차도 방향, 해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였다.

 

북쪽 풍경,오른쪽 멀리 길게 누워있는 섬이 진도

 

15일 오전 창유항을 떠나며...  춘향과 이몽룡이 이별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저 방자 미워라고 이랴 툭쳐 말을 몰아 다랑다랑 훨훨 넘어가니 그때 춘향이는 따라갈 수도 없고 높은 데 올라서서 이마 위에 손을 얹고 도련님 가시는디만 뭇두두루미 바라보니 가는 대로 적게 뵌다. 달만큼 보이다 별만큼 보이다 나비만큼 불티만큼 망종 고개 넘어 아주 깜박 넘어가니 그림자도 못 보겄네.~"  

 

여객선은 하조대 다리를 뒤로하고 북쪽으로 나간다.

 

멀리 하조도 등대가 보였다.

 

나비만큼 불티만큼 보이다가...  창유항은 그 흔적마저 가물가물거렸다.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

 

드디어 팽목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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