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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삼불봉에서 관음봉 능선 산행

  오랜만에 계룡산에 올랐다. 20대 때 겨울 비오는 날, 홀로 배낭 하나 매고 갑사에서 남매탑을 지나 동학사로 넘은 적이 있었다. 인적 끊긴 오후였는데 낙엽에 떨어지는 가랑비 소리가 산골짜기에 울려 산속이 빗소리로 가득했다. 그토록 장대하게 울리던 가랑빗소리를 처음 들으며 홀로 타박타박 산을 넘었던 삼박사일의 여행은 쓸쓸하고 고독했다. 그런 연유로 그 후부터 혼자 하는 여행은 일체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카메라를 접하다 보니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를 쏠쏠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카메라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긴 하나, 아직 핸드폰 사진과 비교할 수 없는 해상력 때문에 여행의 최고의 동반자이다.

 

 

  동학사 소형주차장에 차를 두고 동학사 상가 입구에서 우회전해서 천정 탐방로 방면으로 접어들었다.  오전 10시 40분, 남매탑을 지나 삼불봉 - 자연성릉 - 관음봉 - 동학사를 거쳐 오는 코스였다. 

 

  단풍잎은 아직 선홍색깔인데 날씨가 추워 오그라 들었다.

 

  천정지구 안내소를 지나자 초입부터 돌길이었다. 다행히 경사가 완만했으나, 등산로는 낙엽 때문에 매우 미끄러웠다.

 

  옛날 굿당터로 짐작되는 바위굴이 흥미로웠다. 

 

 숲 사이로 고갯마루가 가까운 듯 푸른 하늘이 맞닿은 산등성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남매탑으로 가는 고갯마루 이정표, 11시 50분경, 쉼터에 걸터앉아 물을 마시며 잠시 쉬었다.

 

  뒷길 지나온 고갯마루

 

  직진해서 남매탑을 향해 내려갔다. 그늘이어서 음산한 바람이 불어왔으나 그리 춥지는 않았다.

 

  나무 사이로 삼불봉이 보였다.

 

  다시 오르막 돌계단, 돌들이 참 많았다.

 

  오르막 끝에 남매탑으로 가는 고개 이정표. 200m 남았다는데, 산길은 거리와 상관없이 쉽지 않다.

 

  다시 오르막 내리막 돌길

 

    젊은이들의 힘찬 발걸음이 부럽다. 영하의 날씨에 강풍이 예상된다는 기상예보에 나는 패딩점퍼까지 입고 나왔는데, 저들은 반팔 차림에 험한 돌길을 평지 걷듯 성큼성큼 내달았다. 

 

  드디어 12시경 남매탑에 도착했다.  무려 45년 만에 다시 보는 풍경이나 옛 모습은 까마득해서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남매탑 아래 상원암

 

  상원암 앞 풍경

 

  남매탑 앞에서 잠시 쉬었다가 500m 거리의 삼불봉으로 출발했다.

 

  삼불봉으로 오르는 급경사 철계단이 나타났다. 대둔산 철계단만큼이나 경사가 대단했다.

 

  드디어 12시 40분경 삼불봉 정상 표지석을 보았다. 

 

  삼불봉 전망대, 뾰족뾰족한 계룡산 산봉우리들이 볼 만했다. 멀리 이어지는 능선 가운데 유달리 봉우리 끝이 밋밋하고 둥근 관음봉이 있었다. 

 

  관음봉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통신탑이 세워진 곳이 천황봉으로 계룡산 제1봉이다.

 

  다시 오르막 길

 

  삼불봉 앞 바위산에 올라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삼불봉이 장쾌한 모습이었다. 

 

  앞 방향, 오른쪽 나뭇잎 끝에 관음봉이 걸쳐 있다.

 

  암릉길이라 길이 매우 험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등산로가 간간이 나타났다.

 

  가운데가 관음봉, 오른쪽으론 문필봉과 연천봉, 이어지는 능선들이 예사로운 모습이 아니었다.

 

  우뚝 솟은 돌산은 우회해서 앞으로 나간다.

 

  지나온 뒷길 풍경

 

  관음봉으로 가는 암릉 능선

 

  암릉 능선길에서 관음봉을 오르는 가파른 계단이 보였다.

 

  왼쪽 골짜기에 동학사가 내려다 보이고...  멀리 대전시 유성이 보였다.

 

   동학사로 내려가는 골짜기

 

  관음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

 

  계단 중간에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닭 벼슬 같은 능선길이 이채로웠다. 삼불봉부터 관음봉까지 암릉길은 이른바 자연이 만든 성벽처럼 생겼다고 하여 자연성릉이라 부른다.

 

    드디어 관음봉에 올랐다. 팍팍한 다리를 두드리며 잠시 쉬었다. 오후 1시 50분

 

골짜기 아래 오밀조밀한 동학사가 자리 잡고 있으며, 멀리 산 능선 너머로 대전 유성구가 아련하게 보였다.

 

  쌀개봉과 천황봉

 

  표지석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려고 관음봉 위 정자에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관음봉 표지석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직진 방향, 문필봉과 연천봉이다.

 

  뒤쪽으로 지나온 삼불봉 방향

 

남쪽으로 천황봉 방향, 통신기지가 있는 주봉 천황봉엔 산신께 제사하던 천단이 있단다. 지금은 통제구역이다.

 

  오후 2시쯤 정자에서 내려와 동학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계단으로 내려가며 삼불봉 방향 능선이 계룡을 표상하는 닭 볏 모습을 연상케 한다. 

 

  관음봉 아래 쉼터, 동학사까지 2.3km... 돌길이라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내려가는 길이니까 힘은 덜 들겠지만...

 

  내려가는 계단 코너에서 잠시 쉬며, 지나온 능선들을 바라보았다.

 

  급경사 계단, 다행히 폐타이어를 찢어 나무계단에 얽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르는 사람들의 고통이 느껴진다.

 

  동학사가 아래 골짜기 지척에 있다.

 

  다시 돌계단. 낙엽 부스러기와 울퉁불퉁한 돌길이 미끄러워 두어 번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다. 

 

  은선 폭포, 물이 말라 흔적만 보였다. 신선이 숨어 살았다고 하여 은선폭포란다.

 

  쌀개봉, 디딜방아 갈라진 디딜판처럼 생겼대서 유래한 이름이란다. 햇살이 강해 역광이 굉장했다.

 

  나무 계단 중간 지점에 있는 안내판

 

  경사가 대단했다. 이쪽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아마도 강철 다리를 가진 사람들일 것 같다.

 

  드디어 오후 3시 반경 동학사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넜다.

 

  동학사 대웅전, 단체 불자들의 방문으로 붐볐다.

 

  동학사 맨 아래 인재문과 동학 삼사(숙모전, 삼은각, 동계사), 인재문 안에 숙모전이 있다.  숙모전은 단종임금과 신라 때부터 충신 280여 명 위패를 모신 곳이다. 김시습이 이곳에 단을 쌓고 사육신의 초혼제를 지낸 곳이다. 고종 때 계유정난으로 죽은 황보인 김종서 정분, 안평대군 금성대군, 사육신 생육신 등 원혼들을 모시고 단종비 정순왕후 위패도 함께 모셨다. 

 

  삼은각과 동계사로 들어가는 문, 문이 잠겨 안에 들어갈 수 없다. 삼은각엔 고려말 충신인 포은 야은 목은을 모셨고, 동계사는 신라 때 일본에 가서 볼모였던 왕제를 신라로 탈출시키고 자신은 왜에 잡혀 순절한 박제상을 모신 곳이다. 

 

  동학사 부도

 

  동학사 계곡 단풍 속 망중한

 

 

  동학사엔 아직 단풍이 절정이었다. 이를 구경 나온 시민들도 매우 많아서,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데도 20여분 이상 걸렸다.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쯤으로 산행에 소요한 시간은 대략 5시간 정도였다. 긴 등산 코스는 아니지만, 산세가 험하고 돌길과 급경사가 많아 쉽지 않은 산행길이었다. 동학사를 지나서 역순서로 산행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내 보기엔 지옥의 코스이다. 동학사에서 관음봉으로 오르는 길고 험한 급경사가 보통이 아니었다.  

 

 

계룡산 자연성릉 길 : https://fallsfog.tistory.com/844

 

계룡산 자연성릉 길

지난 계룡산 산행 때, 관음봉에서 문필봉과 연천봉을 바라보기만 하고 하산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맑은 날을 골라 사람이 적은 평일에 삼불봉에서 연천봉까지 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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