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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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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의 가을 낙선재를 돌아보고 성정각 앞 언덕에서 입장권을 사서 창경궁으로 넘어갔다. 입장권은 창덕궁은 3000원 창경궁은 1000원인데(여행주간은 50% 할인), 아마도 전각의 규모에 따라 가격이 다를 것으로 유추해 보았다. 일제가 동물원으로 훼손시켰던 궁을 복구한 탓으로 고궁의 떨어진 탓도 있겠으나, 내 개인적 취향으론 창경궁이 창덕궁보다 친숙하다. 비원이라 불리기도 했던 창덕궁 후원과 창경궁 뒤뜰은 담장 하나 차이다. 아마도 일제가 창경궁을 훼손하면서 인위적으로 담장을 쌓아 구분해 놓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았다. 창경궁 후원은 좁기는 하지만 내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공간으로 복원된 춘당지 주변은 가을단풍이 매우 아름답다. 가을 단풍을 교외나 산에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도심 속 한가운데 고궁에서 즐기는 오묘한 맛..
고궁의 가을 뜨락 수능날, 비온다는 예보와 달리, 기막히게 좋은 날씨였다. 바람이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산행 대신 찾은 창경궁에 가을이 풍성하게 머물고 있었다. 궁궐들도 아름답지만, 창경궁 뒤뜰은 바야흐로 흐드러진 단풍숲이었다. 창덕궁 뒤뜰과 다를 바 없이 풍성하고 그윽한 숲이었다. 단풍의 물결 속에 헤엄치듯 흐느적거리며 탄성짓는 인파에 휩쓸려 가을의 진수를 맛보았다. 통제되는 창덕궁 뒤뜰과 달리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구경하는 사람조차 빨갛게, 노랗게, 파랗게, 주홍색으로 나무 이파리 색깔처럼 물들어 버릴 것만 같다. 정비석님의 표현대로 옷을 벗어 쥐어짜면, 단풍물이 흐드러지게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모처럼 도심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성찬이었다. 춘당지의 가을 대온실 주변숲 관덕정 주변 숲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