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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의 城

성곽길 따라 걷는 낙산 한양 도성

 하늘은 푸르렀으나 미세먼지로 시야가 탁했다. 세 번째 절기인 경칩이라서인지 온도는 15도를 웃돈다는 예보였다. 카메라 가방을 챙겨 동대문 역사 공원으로 갔다. 지난 인왕산길에 이어 경복궁의 좌청룡 능선인 낙산길을 걸어 볼 생각이었다. 인왕산과 달리 낙산은 경복궁에서 보이지 않는다. 높은 건물이 없었던 조선시대엔 인왕 능선보다 낮기는 하지만, 오른쪽에서 우람하게 궁궐을 호위하는 능선이었을 것이다. 한편, 창덕궁이나 청경궁에서 보면 인왕능선보다 더 가까운 보호능선이 낙산성곽이었겠다. 

 

 지금은 낙산이 구릉처럼 형성되어 성 안팎으로 자잘한 주택들이 많았다. 그동안 정비되고 개발되었겠지만, 아직 70-80년대 모습을 지닌 곳이 많았다. 동대문에서 혜화문까지 먼 길도 아니고 높은 고개도 없어서, 비고적 순탄하게 걸었다. 이따금 성안팍을 드나들며, 옛 도성의 모습을 보며 걷자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것 같았다. 성곽은 중간중간 끊어진 것을 이었기 때문에 오백 년 도읍지답게 고색창연하지는 않았다. 일제 강점기, 일제에 의해 훼손된 부분이 많아, 우리 역사의 비극이 가슴 아팠다. 일제 식민지가 되지 않고 왕조에서 공화국으로 바뀌었더라면 훼손되지 않은 문화유산을 원형대로 보존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라는 말이 가슴에 닿는다.

 

 동대문 역사 공원

 

 흥인지문으로 이어졌던 성곽의 흔적

 

 동대문으로 길을 건넜다. 지나 온 뒷방향.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역시 좌우가 잘려나간 동대문, 성밖에서 동대문을 바라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옹성으로 성루를 보호하고 있어 듬직한 모습이었다.

 

 동대문 우측으로 돌아가는 길이 없었다. 길을 낼 때, 본디 동대문 출입문을 막지 않으면 동대문을 통해 양쪽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텐데 동대문 통로를 아예 막아 버렸다. 동대문에서 낙산으로 이어지는 도성길로 가기 위해 큰길을 세 번이나 건너 공원으로 갔다. 

 

 공원 언덕에서 돌아본 동대문, 성루를 보호하는 외성의 옹성을 왼쪽에서 끊어 그곳으로 통행하도록 했다. 수원 화성의 동문과 서문, 고창읍성의 성문 구조와 같았다. 그런데, 철책으로 통행로를 왜 막았을까. 문화재 보호 차원이라면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건축물은 사람의 손과 발길이 닿지 않으면 썩고 망가지기 마련이다.  

 

 새로 복원한 성곽길을 따라 낙산으로 향했다.

 

 다시 뒷길 모습

 

 뒤로 보이는 남산 서울 타워

 

 낙산으로 가는 도성 길, 성안길이 단조로워 이화마을 근처에서 성밖으로 나가 낙산 공원까지 성밖으로 걸었다. 성밖길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차량들이 무질서하게 주차되어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성곽이 끊긴 부분에 낙산 공원이 있었다. 다시 성안으로 들어서서 잠시 낙산 공원 안 도성길을 걸었다.

 

 서쪽의 인왕산과 북악산 능선

 

 낙산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놀이 광장 쉼터, 멀리 북한산 보현봉과 삼각산이 보였다.

 

 낙산 도성 안길, 계단 아래 성밖으로 나가는 암문이 있는데, 무심결에 지나쳐 아래로 내려갔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인왕산과 북악산 능선

 

 북한산을 바라보며 성안길을 걷다 보니, 막다른 길이다. 되돌아 암문으로 나가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무심결에 지나쳤던 암문이었는데... 

 

 보현봉과 삼각산

 

 멀리 보이는 삼각산(백운대, 만경대, 인수봉)

 

 뒤로 되돌아 성밖으로 나가는 암문을 찾아 나섰다. 

 

 성밖으로 나가는 암문

 

 성밖길을 따라 북서쪽으로 혜화문 방향으로 걷는다.

 

 성벽의 모양과 색깔이 다양하다. 옛 모습과 새로 보수한 부분이 확연히 드러나 보였다.

 

 안내도를 보며 혜화문 방향으로 갔다. 성벽을 따라가면 어차피 혜화문이다.

 

 뒷길

 

 혜화문으로 내려가는 길

 

 도성길이 끊겨 큰 도로 건너편에 혜화문이 있다.

 

 도로를 건너 혜화문 아래에서 잠시 안내문을 읽어 봤다. 일제가 1933년 헐어 없어진 것을 1994년 본디 자리에서 북쪽으로 옮겨 새로 지었다.

 

 혜화문

 

 혜화문 내성

 

 이곳에서 도성길은 끊어졌다. 더 이상 갈 수 없어 혜화문 아래 전시관을 찾아갔는데, 월요일이라 휴관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직원에게 숙정문으로 가는 길을 물어 도성길을 찾았으나, 가람막을 치고 끊어진 성곽을 복원하고 있어서, 조금은 허망하게 여정을 혜화문 뒷길에서 마치게 되었다.  

 

조선시대말 혜화문 외성-인터넷에서 옮겨 옴

 

일제 강점기 헐리기 전 혜화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