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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신선대 지난밤에 궂은비가 내린 탓으로 화창한 가을날이었다. 밀린 숙제 풀듯 눈에 아른거리던 도봉산을 향해 작심하고 떠났다. 늦게 출발한 탓에 도봉산 아래 도착한 시간이 12시였다. 등산로 입구로 들어서자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일찍 출발했어야 했을 것을... 길지 않은 산행길이긴 하지만 해가 짧아져 벌써 6시쯤에 해가 진다. 날씨는 가을답게 다행히 20도 내외라 산행날씨론 적격이었다. 탐방센터에 이르기까지 길가에 무수한 음식점들과 등산복 가게들이 즐비했다. 사람도 많고 상점도 많았다. 도로 따라 전선줄도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다. 살 만큼 되었으면 뒤엉킨 전선들을 정리했으면 좋겠다. 명색이 국립공원인데 탐방로 주변이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었다. 등산로 입구부터 안내표지도 제대로 된 것이 없어 주변 ..
계룡산 장군봉 암릉 산행 지난 산행 중 장군봉에서 신선봉 삼불봉 관음봉 코스를 완주하려 했다. 그런데, 들머리를 찾지 못해 지석골로 입산하여 장군봉을 거른 것이 못내 아쉬웠었다. 그런 탓으로 장군봉 암릉 산행에 나섰다. 동학사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장군봉은 그 형상이 대단히 우람했다. 특히 장군봉 능선은 험준한 암봉들이 연이어 있어서 계룡산 국립공원 측에서 최고의 난코스로 분류해 표시하고 있었다. 실제 산행을 해본 결과 어렵긴 하지만 관음봉에서 은선폭포를 경유해서 동학사로 내려오는 너덜길 급경사 코스보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병사골 들머리에서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이 급경사여서 다소 힘이 들었지만 쉬엄쉬엄 산책 삼아 걷는 길이었고 황톳길이 대부분이라 나름 재미있었다. 다만 장군봉에 오르는 들머리 길이 대전 공주 간 국도 가까..
계룡산 신선봉에서 관음봉 암릉 산행 날씨가 좋아 계룡산에 나 홀로 올랐다. 장군봉을 넘어 삼불봉을 거쳐 관음봉 까지 가려고 장군봉 공영 주차장에 차를 두고 산행길에 나섰으나, 주변에 그 흔한 안내도 하나 없었다. 주차장이 장군봉 밑 모텔촌 아래에 있어서, 가로로 누운 장군봉 종주는 애시당초 출발점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큰길을 따라 올라가다 주민에게 길을 물어 장군봉 아래 왼편길로 산행에 나섰다. 왼쪽길을 따라 올라가자 '학림사'라는 대형 사찰이 있어 경내에 들어가 잠시 구경을 했다. 불사한 지 오래되지 않은 절인 듯한데 그 규모가 매우 컸다. 절을 경유하여 지석골 탐방센터를 지나 신선봉으로 향했다. 신선봉 탐방로는 황톳길이 대부분이어서 걷기에 좋았고 인적이 없어 조용해서 좋았다. 이정표 따라 숲길을 걸으니 몸도 가분하고 마음도 상쾌했다...
계룡산 자연성릉 길, 삼불봉에서 연천봉까지 지난 계룡산 산행 때, 관음봉에서 문필봉과 연천봉을 바라보기만 하고 하산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맑은 날을 골라 사람이 적은 평일에 삼불봉에서 연천봉까지 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었다. 차를 달려 동학사 주차장에 9시 30분경 도착했다. 하늘에 옅은 구름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날씨가 청명해야 가시거리가 좋아 산정에서 호연지기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늦가을 평일이라 사람들이 눈에 별로 띄지 않았다. 조용히 호젓한 산길을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 번 갔었던 곳이고 곳곳에 안내판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다만 돌길과 급경사 구간이 많아 무릎 압박이 힘들었다. 천정 지구 등반로 입구, 옛날 국립공원 들어갈 때 매표하고 검사하던 시설 같은데, 그대로 남아 있..
계룡산 삼불봉에서 관음봉 능선 산행 오랜만에 계룡산에 올랐다. 20대 때 겨울 비오는 날, 홀로 배낭 하나 매고 갑사에서 남매탑을 지나 동학사로 넘은 적이 있었다. 인적 끊긴 오후였는데 낙엽에 떨어지는 가랑비 소리가 산골짜기에 울려 산속이 빗소리로 가득했다. 그토록 장대하게 울리던 가랑빗소리를 처음 들으며 홀로 타박타박 산을 넘었던 삼박사일의 여행은 쓸쓸하고 고독했다. 그런 연유로 그 후부터 혼자 하는 여행은 일체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카메라를 접하다 보니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를 쏠쏠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카메라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긴 하나, 아직 핸드폰 사진과 비교할 수 없는 해상력 때문에 여행의 최고의 동반자이다. 동학사 소형주차장에 차를 두고 동학사 상가 입구에서 우회전해서 천정 탐방로 방면으로 접어들..
설악산 천불동 계곡 모처럼 산악회 따라 설악산을 올랐다. 천왕봉을 오르는 최단거리인 오색에서 천불동을 통과하여 설악동 소공원까지 가는 코스였다. 오색 입구에는 단풍이 한창이었다. 열 시경 버스에서 내려 등반길에 올랐다. 일행들의 첫걸음이 모두 경쾌하다. 단풍 골짜기 물소리를 들으면서, 계곡 옆구리에 걸어 놓은 등산로를 따라 단풍 숲으로 들어갔다. 단풍잎이 빨갛게 가을을 불태운다. 나무들의 일 년 삶의 마지막 열정이다. 고도가 높아지자 단풍잎이 성글어졌다. 서리라도 맞았는지 길 위에 단풍잎이 수북하게 쌓였다. 멀리 산 능선이 보였다. 정상에라도 오른 듯 가슴이 벅차오른다. 하지만 심장의 박동은 가파르게 뛰어올랐다. 이른바 깔딱 고개, 가파른 계단이 정말로 길다. 함께 오르던 사람들은 이미 흩어진 지 오래다. 나 홀로 스틱에 ..
수원 광교산 시루봉 악몽 같던 며칠간의 블로그 불통이 이제야 정상화되니, 마치 잃었던 자식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 그동안 일기처럼 기록했던 일상의 자료들이 한순간에 날아간 것 같아, 멘붕 상태여서 상실감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었다. 파란 시절부터 시작한 것이 파란이 없어지고, 네이버로 갔다가 파란에서 티스토리로 자동 연계해 준다고 해서 이곳에서 이어 포스팅한 것인데, 여기에선 스킨을 강제로 바꾸거나 편집기를 없애는 등, 일방적 폭거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도, 꾸욱 참고 견뎌왔었는데 이지경이 되어 버렸다. 인터넷 사이트 제작할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마는 이곳에선 사용자들의 실력이 대단한 줄로 알고 있나 보다. 모든 걸 쉽게 이용자 수준에서 생각했으면 좋겠다. 본사의 수익을 위해 광고를 붙이도록 권장하는 모양새인데, 그..
대전 유성구 신선봉 엊그제 대전에 내려갔다가 저물 무렵 도로 옆에 있는 신선봉 등반로 안내문을 보았다. 무심코 산길을 따라 고개 하나를 넘었더니 이미 서산에 해가 지고 있었다. 어둠 속 산행은 무리라 싶어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대전 유성구 북쪽 지역은 유달리 군사지역이 많아 민간인 통제구역이 많다. 국립 대전 현충원 뒷산에 올라보리라 마음먹었다가 번번이 등산로가 막혀있어 오르지 못했었다. 때마침 날씨가 좋아 산책하러 나왔다가 신선봉이 떠올라 나 홀로 산행에 나섰다. 큰길에서 도보로 3km가 되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올랐는데, 예상외로 비탈이 가팔라 오랫만의 산행이 조금 힘겨웠다. 더구나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더 피로감이 몰려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산길은 황토길이라 부드러웠다. 현충원 철책을 끼고 한참을 ..
오대산 국립공원 소금강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무려 사십사 년 만에 소금강 계곡을 찾았다. 예전엔 아랫마을 연곡천가에 입구가 있어서 계곡이 깊고 그윽했었는데, 이젠 청학동 윗마을까지 길이 뚫렸다. 친구들과 공사 중인 주차장을 지나 소금강 표지석이 있는 오대산 국립공원 입구까지 차를 타고 올라갔다. 그때, 하룻밤 머물렀던 청학동 산장의 추억은 아득한 세월 속에 사라져 버렸나 보았다. 사십 년도 더 지난 그 시절 산장 앞에 모닥불을 피우고 놀았는데, 밤이 깊어지자 산짐승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와 으스스하게 소름까지 돋아서 산장 안으로 들어가 문을 꼭꼭 잠그고 잠을 잤었다. 팔팔하던 그 시절 청춘은 어디 가고 흰 머리칼과 쭈글쭈글한 주름만 남았다. '조여청사(朝如靑絲) 모성설(暮成雪)'이란 말이 새삼 실감이 났다. 소금..
설악산 권금성 속초여행의 백미는 역시 설악산 탐방이다. 산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어서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르기로 했다. 그동안 몇 번 케이블 등정을 했으나, 이조차 하지 않으면 속초에 온 의미도 없을 터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주차안내원이 2중 주차할 수밖에 없다며 키를 차 안에 두고 내리란다. 사람이 많아 그렇겠지만 말투가 친절하지 않았다. 그 넓은 주차장이 가득 찼다니 휴일이면 굉장할 터였다. 주차비 5000원을 내고, 문화재 관람과 전혀 무관한 문화재 관람료 3500원씩 신흥사 기도들에게 납부하고 산문으로 들어섰다. 다행히 평일이라 기다리지 않고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올랐다. 요금은 왕복 10000원, 그야말로 노다지 사업이다. 대청봉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기력 없는 노약자들도 아름다운 ..
수원 광교산 날씨가 흐렸지만 무료함에 아들을 벗 삼아 광교산에 올랐다. 길가에선 코스모스 꽃이 목을 길게 빼고 계절감을 알렸다. 정상인 시루봉으로 오르는 지름길인 노루목 고개 방향으로 올라갔다. 광교산 능선 중 노루목 고개 노루목에서 동쪽으로 시루봉에 오른다. 그 사이 시루봉 정상엔 나무 데크를 깔아 등산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시루봉 정상 시루봉에서 바라보는 서울 방향, 좌로는 관악산, 우로는 청계산, 중앙엔 북한산이 보였다. 관악산과 북한산 몇 개의 산 능선 너머로 남산 서울 타워가 보이고 그 뒤로 북악산이 희미하게 북한산 그늘 앞에 숨어 있다. 청계산 뒤쪽 잠실방향 남쪽으로 광교 신도시 건설로 용인과 수원 쪽에서 산 정상을 향해 아파트들이 두더지처럼 땅을 파고 솟아오르고 있다. 광교산 자락 용인 방향 비로봉(종루..
북한산 비 온 다음날 날씨는 쾌청했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했는데, 맑은 계곡물과 골짜기의 기암괴석들이 파란 하늘과 신록 사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벌써 숲이 울창해서 그늘 사이 오솔길로 산을 오르며 따가운 햇빛을 피할 수 있었다. 도심의 매캐한 대기와 대비되는 심산의 청정한 공기가 머리를 식혀 주었다. 그 덕인지 새벽부터 아팠던 머리가 상쾌해졌다. 급할 것 없는 산행이라 쉬엄쉬엄 올랐음에도, 가파른 돌계단을 오를 때는 무릎이 뻑뻑해져서 속도를 낼 수 없었다. 함께 걷는 지기와 오손도손 정담을 나누며 쉬엄쉬엄 백운대에 올랐다. 시계가 좋아 모처럼 정상 등반의 기쁨을 맛보았다. 망망무제로 탁 트인 시야에 서울시가와 인근 평원이 한눈에 조망되었다. 백운대 부근에서 영화 "히말라야" 촬영팀을 만나 그들의 모습..
용인 석성산 비 내린 다음 날, 날씨가 맑고 햇빛이 쨍했다.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어왔으나, 그리 차갑지 않은 봄바람이었다. 황사예보가 있었으나 개의하지 않고 석성산을 오르기로 했다. 동백지구 석성산 아래에서 주민들에게 등산로 입구를 물어 동백 유치원 부근으로 갔다. 등산로 초입부터 연두색 새잎들이 봄의 서막을 알리고 있었다. 잎의 모양을 갖춘 것에서부터, 뾰족한 새잎을 내밀고 있는 나무순까지 연두색 성찬을 펼치고 있었다. 초입에는 부드러운 낙엽 깔린 흙길에 완만한 길이어서 등산화 밑으로 느끼는 감촉이 좋았다. 산 중턱부터는 가파른 언덕길이었다. 중간중간에 설치해놓은 말뚝에 걸친 줄을 잡고 올랐다. 9부 능선쯤은 악산으로 가파른 바위 위에 시설한 나무계단을 통해 올라갔다. 정상에 오르자 서북쪽 산과 들, 도시들이 한..
강화 마니산 모처럼 화창한 봄날씨였다. 가벼운 나들이 산행이어서 마음도 짐도 가벼웠다. 우리나라에서 기(氣)가 가장 세다는 마니산, '마니'는 고어로 '마리' 즉 '머리'라는 뜻이니 산 중에 으뜸이라는 거다. 옛날 단군께서 이 참성단에서 하늘에 제사 지냈단다. 해마다 전국체전이 열릴 때, 이곳 참성단에서 성화 채화를 한다. 단군이 이곳에서 제를 올렸다는 것은 훗날 여기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겠다. 고려시대 몽고 침략 때, 고려 궁궐이 이곳으로 피난 왔었으니, 아마 그때 강화도를 신성스럽게 보이기 위해 지어낸 건 아닐는지. 강원도 태백산 천제단도 이와 유사한 것으로 짐작한다. 전국체전에서 성화 채화를 하는 것은 올림픽을 흉내 낸 것이고... 그나저나, 마니산은 산행코스도 아름답고 거리도 길지 않아 반나절 산행으로 적당한..
눈꽃 산행 치악산 남대봉에서 영원산성 골짜기 하산길,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눈꽃 구경 제대로 했던 산행이었다.
태백산 강원도 산간지방과 영동지방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기상예보 때문에 노심초사하다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하마터면 산행을 못할 뻔했다. 버스 창엔 김이 잔뜩 서려 빗물처럼 물이 흘러내렸다. 그 덕에 창밖이 보이지 않아 버스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릴없이 잠을 청했다가, 설경에 취한 사람들의 탄성에 놀라 눈을 떴다. 닦아낸 차창 밖으로 태백산 능선들에 맺힌 상고대가 구름 많은 아침 하늘에 빛나고 있었다. 날씨가 맑았으면 좋을 텐데, 햇빛은 구름 속에서 변덕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화방재에서 내려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들머리로 들어섰다. 잿빛 하늘임에도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에 앉은 상고대들이 썩 볼만 했다. 사길령 들머리 허름하게 지은 산령각을 지나 천제단으로 향했다. 산령각 내부를..
선자령 대관령을 넘는 길에 잠시 들렸던 선자령이었다. 차를 타고 중턱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볍게 생각하고 대관령에 올랐으나, 선자령 이정표 앞에서 차를 세우고 말았다. 이정표대로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는 5km의 능선길 산행이었다. 왕복 10km의 거리는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로 초입 중간의 시멘트길을 제외하고는 동네 뒷산보다도 편안한 오솔길이었다. 대관령에서 시멘트 길로 2km 정도는 승용차로 갈 수도 있다. 길가에 승용차들을 세워두고 산행길에 나선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험준한 산길이 아니어서 하늘을 가리는 나무 그늘 아래 숲길은 쾌적하고 상쾌했다. 맑고 깨끗한 공기와 청아한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선자령의 벗이었다. 평일날이라 인적도 뜸한 산길을 그렇게 두 시간여를 걸어왔다. 간간이 동해에서 운무가 몰려..
지리산 바래봉 내내 청명했던 날씨가 토요일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요일 바래봉 등반을 약속했기에 가뜩이나 들떴던 마음이 속상해졌다. 다행히 일요일 오전엔 날씨가 갠다는 예보에, 아침 일찍 우산을 챙겨 길을 나섰다. 이슬비가 내렸으나 작년에 올랐던 황매산 철쭉이 너무나 예뻤기에 바래봉 철쭉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남원으로 가는 도중 구름이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행여나 그 덕에, 맑은 날에 볼 수 없는 장관을 볼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낙관적 상상까지 하기도 했다. 9시 30분가량, 남원의 운봉 전북 학생교육원 입구에서 내렸는데, 가느다란 이슬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우중 산행이라 한산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좁은 산길에 이미 등산객들이 꼬리를 이었다. 아마도 팔도의 산악회들이 다 몰려나온 듯, 그..
완주 대둔산 전날 빗속에 밤늦게 도착했던 대둔산. 대둔산 입구를 통과해서 관광호텔에 숙소를 물으니, 빈방이 없단다. 예상은 했지만 빗속이라 살짝 당황스러웠다. 호텔 직원에게 물어서 찾아간 곳이 식당가 바로 아래 산장촌이었다. 한 곳에 산장들이 여럿 모여 있어서 그곳에서 여장을 풀었다. 산장은 그런대로 깨끗해서 큰 불편은 없었다. 값도 3만 원으로 저렴했고... 산장 주인에게 근처 식당을 추천받아 식당가로 갔으나 이미 문 닫은 곳이 많았다. 인적 끊긴 식당가에서 불 켜진 곳을 찾아 들어가니, 지긋한 연세의 노부부가 반갑게 맞이했다. 산골 냄새나는 산채비빔밥을 시켜 먹었는데, 봄이라서인지 나물들이 연해서 씹기에 좋았다. 식사 후 권하는 개똥쑥 차 한 잔에 대추 향과 함께 정겨움이 물씬 묻어났다. 이튿날 아침까지 그곳에서..
화왕산 파노라마 산에 오르면 누구나 혼자가 된다.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빈부귀천을 산은 차별하지 않는다. 오직 내 힘과 나의 두 발만 필요하기에 누구나 평등한 사람이 된다. 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 숨을 고르며 휴식을 하고, 다시 내 두 발에 몸을 맡기고 내 스스로 목적지까지 가야만 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내 걸음걸이가 모여서 여정이 된다. 힘들어도 한 발 앞으로 내딛는 걸음걸이가 그렇게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것이리라. 산에 다니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산행의 즐거움을 좀 더 일찍 느꼈더라면 보다 여유롭게 살아왔을 텐데, 나이 들어 시작한 산행이라 육신이 점차 버거워진다. 산행에 도움이 되라고 다리 근육운동에 힘도 써보지만 무릎 관절은 산행 때마다 차이가 난..
수원 광교산 아침저녁으로 가을 기운이 완연해졌다. 그제 종일 비가 내리더니 어제오늘 날씨가 쾌청했다. 하늘이 푸르고 시계거리가 뚜렷하여 산행을 떠났다. 북한산을 목표로 삼았다가 이것저것 바쁜 아침 시간 탓에 가까운 광교산에 오르기로 했다. 평일이라 인적도 뜸해서 산행하기에 쾌적했다. 비가 많이 내린 탓에 계곡물이 많이 늘었다. 하루 지나서인지 물도 맑고 깨끗했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가파른 비탈길을 오를 때, 제법 힘이 들었다. 모처럼 아들과 함께 오른 산행이라 미처 못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산행을 하노라니 그리 힘든지도 몰랐다. 광교산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니어서 아기자기한 구석이 참 많다. 부드러운 흙을 밟고, 나무숲 사이를 오르고 내리기 때문에 강렬한 햇빛도 피할 수 있다. 산행길은 최단 코스로 광교저수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