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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광교산 시루봉

  악몽 같던 며칠간의 블로그 불통이 이제야 정상화되니, 마치 잃었던 자식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 그동안 일기처럼 기록했던 일상의 자료들이 한순간에 날아간 것 같아, 멘붕 상태여서 상실감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었다. 파란 시절부터 시작한 것이 파란이 없어지고, 네이버로 갔다가 파란에서 티스토리로 자동 연계해 준다고 해서 이곳에서 이어 포스팅한 것인데, 여기에선 스킨을 강제로 바꾸거나 편집기를 없애는 등, 일방적 폭거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도, 꾸욱 참고 견뎌왔었는데 이지경이 되어 버렸다. 인터넷 사이트 제작할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마는 이곳에선 사용자들의 실력이 대단한 줄로 알고 있나 보다. 모든 걸 쉽게 이용자 수준에서 생각했으면 좋겠다. 본사의 수익을 위해 광고를 붙이도록 권장하는 모양새인데, 그저 순수하게 수익과 관계없이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 며칠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예년보다 겨울이 일찍 오려나 보다. 기상이변이 심하다 보니 내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알러지 비염 때문에 한동안 재채기와 콧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때마다 휴지를 옆에 끼고 살아야 하는 고통이 매우 크다.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달래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기온은 내려갔지만 그 덕인지 날씨가 청명해서 실로 몇 년 만에 광교산에 올랐다. 지난 여름 비가 많이 내린 탓으로 수원 상광교동 사방댐에서 정상인 시루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대부분이 폐쇄되었다, 오직 토끼재만 열렸는데, 경사가 가파르고 나무 계단이 급경사여서 오르기 힘든 길이었다. 즐겨 찾던 노루목 등산로는 입구에 입산금지 금줄로 막아서 어쩔 수 없이 토끼재로 올라갔다. 등산로 옆 계곡에 급류로 흙이 파여 거친 화강암 흰 돌들이 앙상한 모습으로 드러나 있었다. 

 

  토끼재로 오르는 길이 서쪽에서 동편으로 오르는 방향이라 그늘져서 어둡고 음산하며 서늘했다. 그 덕에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는 데도 땀을 흘리지 않았다. 능선 위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긴 거리 오랜 등산 코스는 아니었지만, 모처럼 산에 올라 탁 뜨인 대지를 바라보니 그동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상광교동 등산로 초입, 참나무 이파리가 빨갛게 물들었다.

 

  사방댐 아래에서 바라보는 광교산 능선, 사방댐에 물을 비운 탓인지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토끼재로 오르는 길

 

  암석아래 하얗게 깎여 나간 골짜기

 

  토끼재 바로 아래 가파른 계단길. 오를 땐 힘들어도 내려올 때는 잠깐이었다.

 

토끼재, 시루봉까지는 1000m란 이정표가 반갑게 맞이한다.

 

  잠시 앉아 쉬면서 심박수를 낮추고 시루봉으로 올랐다. 

 

  다른 구간보다 험한 돌이 많았다. 

 

  시루봉 아래 갈림길, 정상까지 100m 지척지간이다.

 

등산로 한가운데, 큰 암석이 가로막고 있었다. 돌 사이를 조심스럽게 통과해서 올라갔다.

 

  드디어 시루봉 정상 데크 전망대

 

  해발 582m 광교산 정상 표지석,  

 

  사진액자 한구석에 파란 괴물 인형이 앉아있다. 파래서 청개구리인가 해서 자세히 보니 머리에 사슴뿔이 붙었다.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까, 용인시에서 만든 '좋아용'이란다. 왜색 냄새가 물씬 나서 오히려 흉물스러워 보였다. 광교산뿐만 아니라 주변 야산들을 두더지처럼 야금야금 파고 오르며 아파트와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하는 용인시에서 무슨 염치로 저런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역대 용인 시장치고 건축 비리로 감옥살이하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진데, 하는 짓이 괘씸하다. 

 

이곳 시루봉에서는 북쪽이 뻥 뚫려 있어서 왼쪽 관악산, 가운데 북한산, 오른쪽으로 청계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한산 방향, 가운데 목멱산(남산) 서울 타워와 그 뒤 병풍처럼 두른 북한산과 도봉산이 보였다. 

 

  북한산 삼각봉,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솟아있다. 서울 타워 왼쪽으로 북악산이 북한산 그늘에 숨은 듯 희미하게 보인다.

 

  시루봉 바로 곁에 수리봉으로 가는 길. 

 

용인방향 이정표, 이정표 바로 위가 수리봉이다.

 

  바위 봉우리인 수리봉. 잡고 올라가라는 밧줄이 하나 늘여져 있다.

 

  수리봉에서는 동남 서남쪽 전망이 일품이다.

 

수리봉 정상, 동쪽 용인 방향

 

  서남쪽 시루봉 방향

 

  조금 전에 오른 토끼재 능선 너머 서해가 보인다.

 

  토끼재 아래 비로봉과 형제봉, 그 너머엔 수원 동탄 오산시가 보인다. 가운데 작은 산봉우리가 세마대(독산성)이다.

 

  형제봉 아래 수원시와 용인 동탄 신도시 

 

광교 상수원지 너머로 수원 팔달산과 수원 비행장 활주로가 시원하게 보였다. 활주로 끝 왼쪽산이 세마대가 있는 독산.

 

되돌아가는 길, 벌써 빨갛게 물든 철 이른 단풍잎이 고왔다.

 

  시루봉 계단

 

  토끼재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계단

 

비로봉 정상 망해정, 옛날 최치원이 이곳에서 서해를 바라보았다고 전한다.

 

  망해정 안에 걸린 서각 두 편

 

  망해정 위에서 바라보는 수원시가

 

  되돌아 내려가는 계단

 

  토끼재로 다시 내려와 가파른 계단을 지나 상광교동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노루목재 등산로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입산통제 구역으로 등산로가 유실되지 않았는지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서 따라 올라갔었다는 얘기였다. 내가 순진한 건지 바보인지 한순간에 자괴감이 들었다.  지난 여름 호우에 등산로가 망가져 곧 복구하겠노라는 수원시 당국자들이 써붙인 입구의 안내문과 금줄은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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