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146) 썸네일형 리스트형 봄 봄 모처럼 맑은 날, 바람도 없다. 흐드러진 살구꽃잎이 눈꽃잎처럼 하나 둘 떨어지고 있다. 꽃이 지기 전에 하나쯤은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뜰앞으로 내려갔다. 살구나무에서 꿀을 빨던 찍박구리는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거닐며 이웃 아파트 정원까지 갔다가 옆산자락에 있는 절에 들렸다. 스님들이 부지런하시기도 했다. 벌써 초파일 연등을 내걸렸다. 멀리서 보는 연등 색깔이 곱기도 했다. 연등 숫자에 따라 절의 빈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 말을 들은 이후부터 연등을 볼 때마다 연등이 세속적인 지폐로 보이니 속세의 눈이 삐뚤어져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이제 따스한 봄기운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더도 말고 오늘처럼 맑고 포근한 날들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살구꽃 공원에 핀 명자꽃 홍매화 벚꽃이 망울져 터지.. 그래도 봄은 오는구나! 유난히 눈이 많았던 이번 겨울, 춥기도 추웠었다. 3월 들어 갑자기 20도가 넘는 날이 며칠간 이어지자 일부 젊은이들이 반팔티를 입고 다니는 진풍경도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갑자기 눈이 내리고 겨울 칼바람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불어오자 모두들 두꺼운 패딩 외투를 입고 거리로 나왔다. 나 역시 성급히 겨울옷을 다시 찾아 입었다. 그 와중에도 양지 녘엔 제비꽃들이 올망졸망 피어나고, 뜰앞 살구나무에 꽃이 피었다. 이리저리 산책 중 봄꽃들이 너무 고와서 핸드폰으로 몇 컷 찍어 보았다. 국제정세가 조변석개하는 마당에 국내 정국도 어수선해서 전전반측 잠을 이룰 수 없다. 게다가 건조한 날씨에 산불까지 번져,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되어 가슴 아프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성공했다는 우리나라 산림녹화가 봄철이면 .. 족욕의 천국, 대전 유성 온천 거리 대전에 갔다가 유성 온천거리를 둘러보았다. 평소 온천욕을 즐기는 편이라 주로 온양 온천에서 묶음 티켓을 끊어 다니곤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수년 동안 온천욕을 할 수 없어 아쉬웠었다. 대전 오는 길에 온양 온천에 들려 오랜만에 따뜻한 온천욕에 잠시 행복할 수 있었다. 온양 온천 못지않게 이곳 유성도 유명한 곳이라 모처럼 온천거리 구경에 나섰다. 예로부터 유명한 곳이지만 조선조에 이르러 태종 이방원이 이곳을 즐겨 찾았었다고 한다. 며칠 전, 이 온천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축제도 했다. 온천 지역에 공원을 조성하고 휴식공간으로 족욕을 할 수 있도록 족욕탕을 여러 군데 만들었다. 공원을 걷다 잠시 족욕탕에 앉아 따뜻한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었다. 수년 전 일본 유후인 온천 마을에서 이런 족욕을 해본 적.. 115 년 만에 내린 11월 폭설 아침부터 하염없이 내리던 눈은 저녁까지 쉬지 않고 내렸다. 중간중간에 간헐적으로 조금씩 쉬어가긴 했지만, 삽시간에 이리 많이 내린 눈은 아마도 처음 보는 것 같다. 다행히 날씨가 춥지 않아 자동차 통행이 많은 큰길만 녹았다. 녹아 흐르는 눈물이 쌓인 눈아래로 흘러 도로 건널목을 건널 때마다 발이 풍덩 빠져 신발이 젖었다. 보도엔 밟힌 눈이 다져져서 얼음판이 되어 매우 미끄러웠다. 창밖으로 눈 내리는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폭설이 잠시 쉬어갈 무렵 집밖으로 나왔으나,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곳곳에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가 부러지고 부러진 나뭇가지들의 잔해가 눈 위에 쌓여 덮여 갔다. 오전에 외출을 하려고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렸으나, 대부분의 시내버스들을 결행이었다. 광역 버스들만 넓은 차.. 낙엽의 계절 영흥공원 주변으로 동네 산책을 나섰다가 나뭇잎 색깔이 고와 핸드폰으로 저무는 가을 풍경들을 몇 장 찍었다. 나무마다 잎이 지는 모양새가 각양각색이다. 어떤 나무는 변색도 제대로 못한 채 시들어 쭈그러져 잎사귀조차 떨구지 못하고 있었고, 또 어떤 것은 제대로 예쁘게 물든 나무 틈에서 아직까지 시퍼런 잎을 바보처럼 지니고 있었다. 나무들도 계절을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이 제멋대로인 걸 보면 우리네 인생사와 다를 바 없다. 길고 더웠던 2024년도 막바지로 치닫는다. 더워서 밖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여름을 씁쓸히 기억하며 금년 겨울과 내년 여름의 변화를 상상해 본다. photo by samsung galaxy ultra s21 대전 현충원의 가을 일교차가 심한 탓에 코끝이 찡하다.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비염에 머리까지 지끈거린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젖히자 안개가 자욱하여 구름 속에 있는 듯 사방이 어두웠다. 오후가 되서야 따가운 햇살 아래 티없이 곱고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흐린 아침 탓에 산행을 포기했기에 오후 맑은 하늘을 이기지 못하고 호젓한 숲길을 걸으며 산책을 했다. 현충원에 가을 햇살이 따갑다. 그늘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며 국가를 위해 순국하신 영령들께 감사드렸다. 인생은 유한한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참으로 숭고하다. 더구나 젊은 나이에 꽃도 피우지 못하고 순국한 젊은이들의 희생이 눈물겹다. 눈이 시도록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줄지어 선, 묘비들이 더욱 빛나고 있었다. 오산 맑음터 공원 인터넷 뉴스에 오산 맑음터 공원 장미꽃이 볼 만하다 해서 찾아갔는데, 기대했던 장미는 넝쿨장미로 아직 자라는 중이었다. 발로 뛰지 않은 기자에게 완전 낚이고 말았다. 하수종말처리장에 만든 공원은 부지가 매우 넓었다. 넓은 부지를 이용하여 인라인 스케이트 장, 조각 공원, 어린이 야외 수영장, 산책 코스, 캠핑장 등을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서편 주차장 인근에 있는 에코리움은 생태계와 관련된 동식물들을 보여주는 체험학습장이었고, 4층의 높은 전망대는 오산의 인근 지역을 두루 조망할 수 있어서 보기에 좋았다. 아름답고 탐스런 장미꽃들은 보지 못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의 도보 산책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다만 주변에 공장이 많아서 소음이 심했고, 동쪽 장미터널 인근 개울에서는 악취가 올라.. 논산 백제 군사박물관의 계백 장군 탑정호 출렁다리의 아쉬움에 저수지 인근에 있는 백제군사박물관을 찾아갔다. 박물관 진입로 벚나무 가로수에 벚꽃이 만발하여 꽃잎이 눈처럼 날려 장관이었다. 박물관은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서 박물관 내부를 둘러 보고 나온 후, 산등성이에 올라 황산벌을 향해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는 용맹스런 계백장군 동상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감상에 빠졌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에게 패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나라의 역사가 반도중심에 국한되지 않았을 텐데, 역사에서 가정은 필요없다지만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코로나가 한창이었을 때, 박물관 내부를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전시물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예전보다 전시물이 많이 없어져, 과연 백제 군사박물관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박물관에 전시물이 없다는 건 박물관이 아니라는 ..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 지자체마다 출렁다리 설치가 유행이더니, 그간 시간이 흐르자 그 유행도 한물갔나 보다. 모처럼 찾아간 출렁다리에 인적이 뜸하다. 지난번 방문 때는 코로나가 극성이었음에도 출렁다리 통행료를 3000원씩 징수했었는데, 그 통행료가 없어져 무료로 개방하고 있었다. 국내 최장이라는 이 출렁다리를 위해 엄청난 건설비가 투입되었을 텐데, 그 비용을 어디서 회수할는지 걱정스럽다. 주변에 관광 인프라가 잘 조성되었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아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주민들을 위해 보다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 건축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높은 산 계곡을 잇는 출렁다리는 산행을 돕는 편의 시설이지만, 고인 물 위 저수지의 출렁다리는 실용성이 없어 보인다. 휑하게 출렁다리를 건너갔다가 이내 되돌아왔다. 볼거리가.. 벚꽃의 계절 한낮의 기온이 20도를 웃돌았다. 매화꽃 옆에 있는 벚나무 꽃망울이 드디어 터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꺼내 들고 봄꽃맞이 산책을 나갔다. 팝콘처럼 터졌던 목련은 시들어 축 늘어져 버렸다. 개나리꽃이 만발한 산책로를 걸으며 바라보는 산등성이에 산벚꽃이 하얗게 피어나고 있었다. 활짝 핀 벚꽃에 감개무량해졌다. 매화와 살구꽃 벚꽃은 생김새가 너무 비슷해서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벚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비로소 매화와 구별이 되었다. 매화는 꽃수술이 많으나, 벚꽃은 그 수술이 매화보다 얌전하고 단정하다. 바야흐로 이제부터 며칠은 벚꽃의 계절이다. 금년엔 흐드러진 벚꽃구경을 어디로 가야 할까. 잔뜩 궁리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봄꽃 순례 어제 오후 내내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맑은 날씨에 봄볕이 따습다. 오후 한때 기온이 무려 20도로 치솟았다. 오후 햇살이 좋아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아파트 뜰앞 살구나무 꽃이 만발하여 눈이 부셨다. 집에 되돌아와 카메라를 챙겨 들고 다시 나가 동네 주변을 거닐며 봄꽃 순례길에 나섰다. 살구꽃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그제까지 보이지 않던 제비꽃이 양지바른 언덕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집 뒤 공원의 산수유꽃과 홍매화는 절정기를 맞아 건드리면 원색물이 물감처럼 주루루 흘러내릴 것만 같다. 명자나무는 아직 망울진 모습으로 때를 기다리는 중이고, 양지쪽 목련은 팝콘처럼 터지며 피고 있었다. 길가 개나리는 이제 작은 꽃잎들을 피어내기 시작했다. 동네 뒷산 등산길엔 진달래가 탐스럽게 피어 봄빛을 알렸다. .. 가을 세종 호수 공원 가을빛이 그저 고운 날이었다. 햇빛 따라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노랗게 또는 빨갛게 변해가는 나뭇잎들이 햇볕아래 빛나고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답다. 점점 짧아지는 낮길이 때문에 서러워지기도 하지만, 동지가 지나면, 또 새봄이 다가서니 감상에만 빠질 이유는 없다. 내게 주어진 아름다운 오늘 하루가 빛날 뿐이다. 멀리 구름 아래로 계룡산 능선들이 아득히 가물거리고 있었다. 여주 남한강 영월루(迎月樓) 영월루는 신륵사에서 여주대교를 건너자마자 만날 수 있는 커다란 누각으로 남한강을 굽어보고 있어 누각 위에서 바라보는 남한강 풍경이 그윽하다. 신륵사 방향에서 봐도 벼랑 위 숲 사이에 우뚝 솟은 그림 같은 누각이 남한강의 운치를 한층 더 북돋운다. 여주박물관 신관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카페 안 인공수조에 비친 영월루 풍경은 선경에 가깝다. 이름 그대로라면 달맞이하는 누대인데, 달이 더오른 달밤에 맞이하는 풍경은 더욱 운치 있을 것 같다. 남한강을 따라 오르내리는 황포돛배는 마치 과거로 거슬러 가는 착각을 느낄 만큼 한적하고 여유롭다. 수퍼 블루문 수퍼문은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지점에 위치할 때 뜨는 보름달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보름달인 미니문에 비해 14% 더 크고 30% 더 밝다고 한다. 블루문은 한 달에 두 번 보름달이 뜰 때, 나중에 뜨는 달을 말한다. 수퍼문과 블루문이 동시에 뜨는 경우는 드문 현상으로, 다음 수퍼 블루문은 약 14년 후인 2037년 1월 31일에나 볼 수 있단다. 모처럼 삼각대에 500mm를 얹어 공터에 거치하고 구름을 피해 몇 컷 촬영해 보았다. 내 보기에는 별로 달리 보일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태풍 카눈 전야 오키나와를 덮친 태풍 '카눈'이 갈 '之'자 행보를 거듭하다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하여 한반도를 훑으면서 북진한다. 기존 태풍들과 달리 이번 것은 속도가 느리면서도 강풍과 엄청난 비를 동반한다니 걱정이다. 7월의 호우피해가 아직 복구되지도 않았는데, 강력한 태풍이 들이닥치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예전의 여름은 휴가철이어서 바닷가에서 피서를 즐기는 낭만적이었었다. 그러나, 요즘 여름은 갑자기 쏟아지는 홍수와 주체하기 어려운 폭염, 거기에 태풍까지 몰아치니 인간이 감내하기 어려운 계절이 되어버렸다. 저녁 산책을 나가려다 창밖을 보니 태풍의 전조로 보이는 기다란 타원형 구름 띠가 석양빛에 붉게 물들고 있었다. 아침산책 장마가 그치면서 연일 35도를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방콕하면서 창문을 닫고 블라인드로 햇빛을 가리고 커튼까지 쳤어도 뜨거운 열기를 막을 수 없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 속옷을 적신다. 지구 온난화로 인류의 종말이라도 오려는 것일까. 참고 견디다 할 수없이 에어컨으로 방안의 열기를 식혀보지만 오랫동안 켜둘 수도 없다. 비염 탓인지 에어컨 바람에 흐르는 콧물을 주체할 수 없으니 그것도 어려운 일이다. 한낮엔 더위 때문에 외출하지 못하니까 해 없는 새벽과 저녁시간에 공원길을 산책하는 것으로 하루운동을 대신한다. 호우가 그칠 무렵 예년보다 긴 장마이다. 내 기억으론 작년 이맘 때엔 서울 강남역 부근이 침수되어 길 가던 중년의 남매가 맨홀에 빨려 들어가 유명을 달리했다. 하수도가 역류한 탓에 맨홀 뚜껑이 열려 그곳으로 급류가 소용돌이쳐 흘러들어 간 탓이었다. 길 가다가 비명횡사한 평범하고 일상적 생활을 하던 시민이 뜻밖의 변고를 당한 것이었다. 금년엔 지하도에 진입했던 차량들이 제방이 터지며 흘러든 흙탕물 때문에 열두 분이나 목숨을 잃었다. 하느님도 무심하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는 하염없이 내리더니 오늘은 소강상태를 보이려나 보다. 아침에 눈뜨자 커튼을 여니, 앞산에 자욱했던 구름들이 빠르게 산 위로 올라간다. 창문을 연 후, 동네 한 바퀴를 걸었다. 냇물이 밤사이 빗물에 불어 거센소리를 내며 흐르고, 내를 .. 비 오는 날의 수목원 유난히 여름 장마가 길다. 요사이엔 국지성 호우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린다. 마치 동남아의 스콜처럼 2-30분 정도 폭우를 쏟아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침을 떼고 뚝 멈춘다. 하루에 몇 번씩 그렇게 간헐적으로 폭우가 지나간다. 잠시 시내에 나갔다 10 여분 동안 장우산을 쓰고 걸었는데 바지와 신발이 흠뻑 젖었다. 연일 찌푸린 날씨에 맑은 하늘이 그립다. 산책 삼아 수목원에 들렸다. 오월부터 유료화 한다더니 아직 무료입장이라며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발급해 주었다. 언제 폭우가 내릴지 몰라 조심스레 수목원 안을 걸었다. 장맛비에 꽃들이 많이 상했다. 요즘 피는 꽃들이 비에 물러 뭉그러지고 있었다. 비 때문에 수목원 안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잠시나마 한적한 장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정조대왕(正祖, 17.. 꽃은 피고 지고 며칠 사이로 활짝 피었던 장미꽃이 시들어 간다. 화사하던 모란과 작약은 시든 지 오래되었고, 밤꽃이 제법 한창이다. 계절이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더위 때문에 한낮 외출이 망설여진다. 추웠던 겨울엔 여름이 좋은 것 같더니, 아직 본격적인 더위는 찾아들지 않았음에도 이젠 겨울이 그리워진다. 사람 마음만큼 간사한 것이 또 있으랴 싶다. 그래도 해가 길고 활동량이 많은 여름철이 겨울보다 좋긴 하다. 없는 서민들에겐 여러 가지로 겨울은 고통이 많은 계절이다. 모처럼 꽃구경을 나섰으나, 봄꽃은 떨어지고 여름꽃들은 아직 필 준비가 덜 되었나 보다. 꽃은 피고 지고 계절은 순환한다. 꽃잎이 말라 떨어진 꽃봉오리들을 보며 또 한 해가 흐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코로나 덕분에 활동적이지 못했던 지난 몇 년을 생각하면 문.. 봄꽃 공원 안에 봄꽃들을 심어놨다. 밤 날씨가 추워 얼어 죽을까 염려했지만 저녁마다 덮어주는 비닐때문에 선명한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대부분 꽃이름도 알 수 없지만, 꽃들을 보면 생동감이 넘친다. 어느새 아파트 뜰 앞에 제비꽃이 활짝 피어 지천으로 깔렸다. 드디어 몽우리졌던 살구꽃도 활짝 피었다. 장미 만큼이나 예쁜 명자 꽃몽우리도 한껏 부풀어 올랐다. 이따금 키낮은 노란 민들레도 보이고... 이젠 벚꽃차례인가, 꽃망울이 제법 달렸던데... 공원 안에 심어서 보호하는 예쁜 꽃보다, 마른 풀 사이를 헤집고 솟아난 제비꽃이 대견하다. 야생이 제일이다.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낸 겨울의 승리자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겨울 대전 현충원 두 풍경 한파가 몰아쳐 바람이 찼으나, 하늘빛이 너무 고와, 밖에 나갔다가 산책할 요량으로 현충원에 들렀었다. 날씨가 추운 탓으로 인적마저 끊긴 듯, 걷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준비 없이 나갔던 탓에 휴대폰으로 몇 장 찍어 보았다. 청명한 하늘이었다. 구름 하나 없이 파랗던 하늘이 밤사이 구름으로 덮였다. 아침부터 눈이 내린다. 날씨가 어제보다 조금 풀렸다. 산책나왔던 차에 현충원에 들렀다. 인적은 끊어지고 까마귀 소리만이 감돌았다. 어쩌다 승용차들이 바퀴자국을 남기며 넓은 현충로를 지나갔다. 유일하게 삼각대까지 준비하고 나온 아저씨를 만난 게 전부였다. 오월의 꽃 집 가까운 숲 속에 들어서자 달콤한 아카시아 향이 코를 찔렀다. 꽃향기를 따라 숲 사이를 해쳐 주위를 바라보니 곳곳에 탐스럽게 핀 하얀 아카시아꽃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렸다. 어린 시절 국민학교 저학년 때, 할아버지 도움으로 아카시아 씨를 채취해서 학교로 가져갔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5월이 되면 우리나라 산을 하얗게 물들이는 아카시아꽃, 본디 번식력이 강하기도하지만 산림녹화에 급했던 1960년대 초엔 어린애들 노동력까지 동원해서 씨앗을 채취하여 전국에 뿌렸다. 그덕에 벌거숭이 붉은 산들이 몇 십년만에 푸른 산으로 바뀌었다. 오히려 요즘엔 아파트를 짓느라고 푸른 산을 파헤쳐 위험천만한 벼랑을 만들고 그옆에 주택들이 들어서는 난개발이 한창이니 격세지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땐 학교 숙제가 파리 .. 봄동네 산책 처음 파란에서 블로그를 시작할 때가 좋았던 것 같다. 이따금 파란 우체부가 방문해주기도 해서 나름 비슷한 취향의 블로거들과 교류할 수도 있었으나, 파란이 폐쇄되어 닉네임도 쓰지못해 개명까지 하면서 티스토리로 갈아탄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처음 이곳으로 옮겨왔을 때는 사진을 크게 게재할 수 있어서 나름 만족했으나, 파란의 운영 방식과 달라 실망도 컸다. 그러던 중 금년 3월 말일에 느닷없이 운영자 멋대로 제한적인 스킨을 적용시켰다. 고작 적용할 수 있는 스킨도 달랑 몇 개뿐이어서 원망스럽다.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면, 폼나게 만들어 쓰련만 겨우 사진과 글을 업로드하는 정도인 대중들에게 전문가적 수준을 요구하는 횡포가 대단하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티 에디션도 일방적으로 없애버리고... .. 봄소식 주변 지인들이 하나 둘 확진되어 자가격리 중이라는 소식들을 전해 왔다. 점점 코로나 포위망이 옥죄어 들고 있다. 하루하루 세계 최고의 확진자 수를 기록한다며 언론들은 언제나 하나같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미국에선 오미크론의 하위 종인 새로운 변이가 나타났단다. 이 시국에 평화로운 남의 나라 쳐들어가 민가를 폭격하여 죄 없는 시민들을 살상하는 정신병자 독재자까지 납시었다. 어제는 눈과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안개가 끼고 날이 흐렸다. 한적한 길을 걷는 도중에 바람이 차가워 마스크 속 코끝에 콧물이 맺혔다. 문득 뒷 공원에서 노랗게 핀 산수유를 바라보곤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음을 느꼈다. 앞뜰 양지 녘엔 보랏빛 제비꽃들이 언 땅을 비집고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홍매화도 피기 시작하고, 명자나무도 꽃망울이.. 기흥 호수 둘레길 이따금 기흥호수 둘레길을 걷는다. 금년초에 서쪽 둘레길을 완공하고, 들어가는 초입에 작은 주차장까지 만들어 놓았다. 걷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 여러 상념에 잠기며 호젓하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지난 시월에 갔을 땐 남쪽 제방으로 가는 끝자락 부근에 나무다리 공사를 하더니, 그것도 완공이 되었다. 덕분에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덜었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제방 끝까지 걸어갔다 되돌아왔다. 빠른 걸음으로 약 8000보 정도... 가을의 끝자락에 떨어져 내리는 참나무 잎새들을 바라보며 코로나 시대에 시들어 가는 무상감을 느꼈다. 남쪽 제방 끝에서 바라보는 풍경 본디 농업용수를 쓰기 위한 저수지였으나, 논들이 사라져 버린 지금, 저수지 물든 기흥 반도체 공장의 공업용수로 사용되는 것 같다. 정면.. 가을 산책 금년 가을은 유달리 짧게 지나는 것 같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들이 흩날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져 뒹굴며 날아간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길이 미끄럽다. 행여 넘어질까 조심스레 걸음을 옮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동네를 한 바퀴 걸으며 시간이 지나가는 소리를 바라본다. 모든 것이 어설프게 지나간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삶의 여정도 뒤죽박죽 굴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이터에선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놀이터가 코로나 이전처럼 붐비진 않아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 그저 귀엽기만 하다. 문득 외국인이 다가온다. 피부색과 상관없이 나도 모르게 긴장하며 한 발짝 떨어져 걷는다. 이런 것이 이른바 인종차별일까.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집에 들어와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며 별 의미도 없는 하루.. 벚꽃 시대 동네 곳곳에 벚꽃이 만개했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인적 뜸한 길가에서 몇 장면으로 본격적인 봄날을 기념했다. 명자나무 꽃도 따라 활짝 피었다. 봄꽃 어느 사이 봄이 왔다. 코로나가 극성을 떨어도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한다. 발코니의 동백은 꽃피운지 이미 오래다. 매화꽃도 산수유도 활짝 피었다. 인간들만 바이러스 때문에 움추려 산다. 내년 봄에는 마음껏 호흡하며 봄꽃들을 마주할 수 있을런지... 이전 1 2 3 4 ··· 6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