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고 지고

 며칠 사이로 활짝 피었던 장미꽃이 시들어 간다. 화사하던 모란과 작약은 시든 지 오래되었고, 밤꽃이 제법 한창이다. 계절이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더위 때문에 한낮 외출이 망설여진다. 추웠던 겨울엔 여름이 좋은 것 같더니, 아직 본격적인 더위는 찾아들지 않았음에도 이젠 겨울이 그리워진다. 사람 마음만큼 간사한 것이 또 있으랴 싶다. 그래도 해가 길고 활동량이 많은 여름철이 겨울보다 좋긴 하다. 없는 서민들에겐 여러 가지로 겨울은 고통이 많은 계절이다.

 모처럼 꽃구경을 나섰으나, 봄꽃은 떨어지고 여름꽃들은 아직 필 준비가 덜 되었나 보다. 꽃은 피고 지고 계절은 순환한다. 꽃잎이 말라 떨어진 꽃봉오리들을 보며 또 한 해가 흐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코로나 덕분에 활동적이지 못했던 지난 몇 년을 생각하면 문득 살아가는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끝나지 않은 괴질이긴 하지만 인간의 허약한 생물적 한계에 놀라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이리저리 꽃밭을 돌다가 제풀에 지쳐 그늘에 앉아 한참을 쉬다가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