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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가 그칠 무렵

 예년보다 긴 장마이다. 내 기억으론 작년 이맘 때엔 서울 강남역 부근이 침수되어 길 가던 중년의 남매가 맨홀에 빨려 들어가 유명을 달리했다. 하수도가 역류한 탓에 맨홀 뚜껑이 열려 그곳으로 급류가 소용돌이쳐 흘러들어 간 탓이었다. 길 가다가 비명횡사한 평범하고 일상적 생활을 하던 시민이 뜻밖의 변고를 당한 것이었다. 금년엔 지하도에 진입했던 차량들이 제방이 터지며 흘러든 흙탕물 때문에 열두 분이나 목숨을 잃었다.  

 

 하느님도 무심하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는 하염없이 내리더니 오늘은 소강상태를 보이려나 보다. 아침에 눈뜨자 커튼을 여니, 앞산에 자욱했던 구름들이 빠르게 산 위로 올라간다. 창문을 연 후, 동네 한 바퀴를 걸었다. 냇물이 밤사이 빗물에 불어 거센소리를 내며 흐르고, 내를 건너던 징검다리는 물에 잠겼다. 습한 바람이 불어왔으나, 흐린 탓에 제법 시원하다. 이 비가 그치면, 폭염이 찾아들려나.  35도로 상승하는 기온도 두렵다. 이러나저러나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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