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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자연성릉 길, 삼불봉에서 연천봉까지

  지난 계룡산 산행 때, 관음봉에서 문필봉과 연천봉을 바라보기만 하고 하산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맑은 날을 골라 사람이 적은 평일에 삼불봉에서 연천봉까지 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었다. 차를 달려 동학사 주차장에 9시 30분경 도착했다. 하늘에 옅은 구름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날씨가 청명해야 가시거리가 좋아 산정에서 호연지기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늦가을 평일이라 사람들이 눈에 별로 띄지 않았다. 조용히 호젓한 산길을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 번 갔었던 곳이고 곳곳에 안내판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다만 돌길과 급경사 구간이 많아 무릎 압박이 힘들었다.     

 

  천정 지구 등반로 입구, 옛날 국립공원 들어갈 때 매표하고 검사하던 시설 같은데,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길이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고, 동학사 관람료가 없어 등산객들이 선호하는 코스이다. 한 걸음씩 천천히 남매탑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10시 10분경

 

작고 빨간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보기에 좋았다.

 

고인돌처럼 생긴 바위, 역시 옛날 굿당 하던 곳으로 나름 추정해 보았다.

 

삼거리 고갯길 이정표, 남매탑으로 향했다. 오전 11시경. 고갯마루라 넘어오는 서풍이 차가웠다.

 

고갯마루를 넘어 능선 서편 음지로 들어서자, 서늘한 바람과 음기가 스며들었다.

 

고개를 넘어 동편, 햇살 받는 양지로 들어섰다. 

 

동학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동학사에서 올라오는 길은 거리는 짧으나 경사가 급하고 동학사 관람료를 내고 오는 길이다.

 

전설 속의 남매탑과 상원암 

 

남매탑 아래 상원암

 

남매탑의 공식 이름은 공주 청량사지 오층 석탑과 칠층 석탑이었다. 고려 때 세운 탑인데 신라탑 양식과 백제 미륵사지탑 양식이 섞여있다는 안내문이다. 

 

삼불봉이 남매탑에서 500m 거리다. 삼불봉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남매탑에서 언덕길을 조금 오르자 길가에 방치하듯 서있는 남매탑 비석. 지난 번에 보지 못했었다. 남매탑 앞에 세울 일이지, 왜 한적한 등산로 옆에 두었을까... 찬찬하게 읽어보니 1944년 봄 일제 강점기 때 도굴꾼이 도굴하면서 무너져 방치되던 탑을 1961년 가을에 대전 사시는 김선룡 님이 사재를 희사하여 남매탑을 복구하셨다는 중수기였다. 아쉽다면 원형대로 복원이 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동안 불교계나 문화재청에서는 뭘 하셨나.

 

삼불봉 오르는 길도 대단했다. 관음봉보다는 덜하긴 했지만...

 

삼불봉 오르는 철계단 굽이에서 주능선인 쌀개봉과 천황봉이 보였다. 천왕봉과 천황봉의 차이는 뭘까? 자꾸 헷갈린다.

 

삼불봉에 올랐다. 인적 없이 고요한 삼불봉 정상. 사진 안내판과 계룡산 주능선이 관음봉에서 왼쪽 천황봉으로 휘어져 뻗어 있다.

 

표지석 뒷 풍경

 

 한 쉼 쉬고, 뒷 풍경도 돌아보았다. 현충원이 있는 대전 유성의 신선봉과 갑하산도 결국 계룡산 줄기로 보인다. 

 

다시 전방, 관음봉에서 왼편으로 휘어지는 계룡산 주능선, 관음봉 오른편으로 문필봉과 연천봉이 있다.

 

삼불봉에서 내려오자, 삼거리가 나왔다. 

 

금잔디 고개 방향으로 가는 굽이 바위 위에 있는 소나무가 멋졌다. 그 아래 전망이 탁 트여 보였다.

 

소나무 아래 바위로 갔더니 역시 전망이 좋았다. 관음봉에서 오른쪽으로 문필봉 연천봉이 보였다. 그 아래 저수지까지...

 

관음봉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 삼불봉 앞 이름 없는 암봉에 올랐다. 멀리 안개 위로 솟은 산맥들이 파도처럼 흘렀다. 

 

뒷방향, 삼불봉과 대전시 뒤로 흐르는 망망한 산맥들

 

동학사 골짜기 방향

 

천황봉과 관음봉 방향

 

무명 암봉에서 한참을 쉬다가, 내려와 굽이를 돌며 앞에 보이는 관음봉과 문필봉, 연천봉으로 향했다.

 

암릉 위 등반로 전망대

 

쇠울타리 보호대 맨 앞에서 진행 방향

 

다시 걷는다. 남서쪽 방향인 관음봉으로 향한다.

 

앞길, 어찌 보면 닭 벼슬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파충류의 등뿔 같기도 하다.

 

벼랑 위 성벽 같은 자연성릉 길, 등산로를 따라 걷기만 하면 그 모양새를 잘 모른다. 뒤로 물러 빗겨 서서 성벽 같은 수직 암릉을 찾아보았다. 수직에 가까운 성벽 같은 바위 능선 위의 등산로, 그래서 자연성릉 길이다.

 

수직 벼랑 암릉 위의 자연성릉 길

 

뒷모습, 삼불봉 방향

 

삼불봉 아래로 떨어지는 산자락 아래는 동학사가 있는 골짜기이다. 계곡 중간쯤에 동학사가 보였다.

 

앞 방향, 관음봉으로 오르는 능선길

 

관음봉 아래, 암릉길이 끝나고 계단길이 시작되었다.

 

계단 중간에서 한숨 돌리며 바라보는 뒷길, 능선 위를 걷는 길이라 전망들이 시원했다.

 

가파른 계단이 끝나고 정상에 올랐다. 맨 처음 반기는 안내판, 관음봉 뒷 방향(북향)을 안내하고 있다.

 

뒷방향 삼불봉에서 천황봉까지 네 컷...

 

왼쪽 동학사 골짜기와 오른쪽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

 

관음봉 표지석

 

모처럼 인증 샷 하나.

 

관음봉 표지석과 정자, 오른쪽 끝엔 천황봉

 

관음봉 남쪽 끝 전망대, 앞으로 문필봉과 연천봉이 있다. 갑사에서 보이는 세 개의 봉우리가 이곳인 듯...

 

전망대 끝에서 보는 주변 풍경, 연천봉과 그 아랫마을

 

천황봉과 연천봉 사이

 

관음봉에서 보는 왼쪽 천황봉과 오른쪽 연천봉 문필봉 사이

 

내려오며 바라보는 남쪽의 천황봉, 군사 보호 시설이 있어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남쪽 방향으로 천황봉과 연천봉 사이 넓은 벌판, 논산 황산벌로 이어지는 너른 들이다.

 

북쪽 방향, 삼불봉과 동학사 골짜기, 가운데 동학사, 가로 뻗은 산줄기 넘어 멀리 대전시가 보였다.

 

관음봉 바로 아래 삼거리길, 연천봉으로 향했다. 1km 거리니까 왕복하면 2km 되겠다. 

 

인적 없는 산길을 혼자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문필봉 이정표를 찾다 보니, 어느새 연천봉과 신원사, 갑사로 가는 사거리 고갯길이 나왔다. 오후 2시경, 연천봉은 200m 코앞이었다. 문필봉은 봉우리 밑으로 지나쳤나 보다.

 

연천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 돌에 새겨진 글씨

 

바위 글씨 예언에 따르면 조선은 개국 482년 만에 망한다는데, 실제로는 518년(1392~1910) 동안 이어졌다.

 

연천봉 정상 글씨가 새겨진 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천황봉 후측면(서쪽 모습).

 

계룡산 주능선, 좌로부터 삼불봉, 관음봉, 문필봉 오른쪽으로 통신기지 탑이 있는 천황봉 

 

연천봉 정상에서 보는 계룡산 주능선,삼불봉에서 천황봉까지  

 

천황봉에서 남쪽 논산 방향으로 뻗어가는 계룡산 능선

 

연천봉 바로 아래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남쪽 방향

 

연천봉에서 한참을 쉬다가, 되돌아 내려오는 계단에서 멀리 북서방향에 있는 갑사를 발견했다.

 

연천봉 아래 동운암, 

 

동운암 앞 풍경, 천황봉 능선

 

관음봉 아래 갈림길에서 돌아본 문필봉과 연천봉. 문필봉을 오르는 등반로는 없었다. 아는 사람만 가는 모양... 씁쓸하다.

 

관음봉 아래 삼거리를 지나 동학사로 내려가는 길, 지나온 자연성릉 길과 삼불봉, 오른쪽 골짜기의 동학사

 

다시 보는 은선 폭포, 흔적만 보고 이내 떠났다.

 

삼불봉 아래 오는 쪽으로 벼랑 아래 작은 암자가 보였다. 지도로 검색해 보니 심우정사, 처음에는 남매탑이 있는 상원암으로 착각했었다.

 

급경사에 너덜길, 돌계단길을 힘들게 지나 동학사 끝 강설전 아래로 들어섰다. 오후 4시 40분

 

동학사 대웅전 - 동학사 홈페이지에서 연혁을 일어보니 동학사는 처음 신라시대 청량사에서 비롯되었다. 상원 조사가 암자를 짓고 수도하다 입적한 후, 그의 제자 회의 화상이 쌍탑(남매탑)을 건립하였다. 당시에는 문수보살이 강림한 도량이라 하여 절 이름을 청량사라 하였다. 그 후, 고려초 신라 유신이었던 유차달이 신라 충신 박제상을 위해 동계사(東鷄士)를 짓고, 절을 확장한 후 절의 이름을  동학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단종과 사육신 등 충신들의 위패를 모신 숙모전의 정문 인재문이 때마침 열려 있었다.

 

숙모전과 동무 서무

 

숙모전 아래 문도 열려 있어서 들어섰다. 숙모재

 

숙모재 옆에 있는 고려말 충신 포은 야은 목은을 모신 삼은각과 신라 시대 충신 박제상을 모신 동계사

 

동학사 아래 관음암, 규모가 암자 이상이고 건물이 수려했다.

 

동학사 일주문

 

동학사에 충신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어 절 입구에 홍살문이 서 있다. 오후 5시...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인적 없는 호젓한 산길을 완상하며 하루를 보냈다. 계룡산은 돌이 많고 험한 악산(嶽山) 중 악산이었다. 암릉길을 걷는 동안 만난 기이한 봉우리와 탁 트인 전망은 꽉 막힌 가슴을 호쾌히 뚫어주는 청량제였다. 

 

계룡산 능선 산행 : https://fallsfog.tistory.com/840

 

계룡산 능선 산행

오랜만에 계룡산에 올랐다. 20대 때 겨울 비오는 날, 홀로 배낭 하나 매고 갑사에서 남매탑을 지나 동학사로 넘은 적이 있었다. 인적 끊긴 오후였는데 낙엽에 떨어지는 가랑비 소리가 산골짜기에

fallsfo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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