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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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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부소산성의 가을 부여만큼 슬픈 도시가 있을까? 백제는 고구려의 남진 정책에 밀려 한성에서 웅진으로, 63년간의 도읍지 웅진에서 다시 부여로 도읍을 옮기는 등 국력이 쇠할 때마다 쫓겨 다녔다. 종내 122년을 버티던 사비성에서 신라와 연합한 당나라 군대에게 패망한 후, 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당나라까지 끌려가는 치욕을 당했으니 그 비통함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역사의 부끄러움이라 해도 헛된 말은 아니다. 부여는 여러 번 가본 곳이라 그곳의 지리가 눈을 감아도 떠오를 정도로 친숙한 곳이지만 이번 방문은 계룡시와 논산을 경유하여 갔다. 이른바 황산벌을 가로질러 부여로 갔으니 신라군이 백제로 진격할 때 서진했던 방향과 같은 셈이었다. 논산벌은 들이 넓어, 그야말로 천혜의 땅이다. 농사가 주업이었던 옛날에는 그야말..
부여 낙화암과 고란사 궁남지의 연꽃에 미련이 남아 인근 부소산성에 올랐다. 여름 더위가 시작되어 더운 날씨였으나, 부소산 숲길은 울창한 나무 그늘길이어서 시원하고 상큼했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사자루 가는 삼거리 광장에 밴드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아마추어 밴드에 사람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하는 것이었는데, 노래라기보다 소음에 가까웠다. 귀청을 찢는 듯한 밴드와 노랫소리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숲길을 걸어 밴드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낙화암이 있는 백화정에서 산 아래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굽어보며, 한 때를 보냈다. 그리고 그 아래, 백마강변에 있는 고란사에 들렸다. 옛날 70년대 고란사 옆에 백마산장이 있어서 그곳에서 하룻밤을 자며, 깜깜한 밤에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는 별무리들을 보곤 너무 아름다워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