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에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를 듣고 망설였던 교동도행이었다. 장마가 끝난 지 오래인데 여름 내내 비가 내린다. 한반도는 여름철이 우기라는 말들이 사실인 성싶다. 어쩌면 강열한 뙤약볕보다는 비가 내리는 것이 여행에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다만 폭우가 아니기를 바라며 강화에 접어들었으나, 다행히 잔뜩 흐린 날씨에 구름만 오락가락하며 비는 내리지 않았다. 교동대교 근처에서 경비병으로부터 출입증을 받았다. 밤 12시 통금시간 이전에 나오라는 당부를 듣고, 4.2km에 이르는 교동대교를 건넜다. 한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 보고 있는 서울근교 최북단 섬인 교동도는 최전방답지 않게 평화로운 농촌마을이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대로 대룡시장으로 가서 맛집이라는 식당을 찾아 국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그 허름한 식당의 메뉴는 냉면과 국밥만 팔고 값은 헐해서 각각 6000원이었다. 국밥은 다시 순댓국과 돼지뒷다리 국밥이 있고, 우리가 먹은 돼지국밥은 순대도 몇 개가 들어 있었다. 식사 후, 친구들과 교동도 일주투어에 나섰는데, 교동도는 접경지역에 시골인 탓에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며 좁고 짧은 골목에 형성된 대룡시장을 들어 70년대 옛 시절의 추억들을 반추했다. 그리곤 최북단의 망향단, 그리고 다시 대룡마을을 지나, 작고 아담한 사찰인 화개사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자님을 모셨다는 교동 향교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교동도의 하이라이트인 연산군 유배지를 둘러보곤, 교동대교를 건너 나왔다.
작은 골목 안, 대룡시장
망향단, 내비게이션에 등록되지 않아 물어물어 찾아가선 초라한 모습에 실망했다. 산 위 전망대가 아니고 한강 너머 북녘이 보이는 산자락 어귀에 만들었다. 망원경 두 개가 설치되어 있어 북녘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강 너머 북한 땅
동전 없어도 괜찮다. 무료로 북한을 볼 수 있는 망원경
화개사, 가정집 같은 작은 절이지만 들어가는 숲 속 길이 예뻤다. 남쪽으로 탁 트인 전망이 보기 좋았다.
교동향교, 화개사 이웃에 있다. 고려 때 설립되었는데, 우리나라 향교 중 최초로 공자님 위패를 모셨다고 한다. 본디 화개산 북쪽에 있던 것을 조선 중기에 현 위치로 옮겼다고 전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땐 경내에 CCTV를 설치하고 보수를 위해 통로에 큰 돌들을 부려놓아 보기에 좋지 않았다. 공자님의 위패를 모신 곳도 문마다 자물쇠를 채워 안을 볼 수 없었다. 공사 중이어서 산만한 향교의 건물들만 둘러보고 자리를 떠났다.
연산군 유배지, 포악한 학정을 일삼다가 1506년 9월 2일 반정으로 쫓겨난 연산군은 이곳으로 귀양 와 그 해 11월에 죽었다. 연산군 묘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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