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시내에서 1박 후 벽골제로 갔는데, 뿌옇던 하늘이 점차 걷히며 햇볕이 들자 더위가 극성을 부렸다. 아침식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벽골제 공원 안내소에 물었더니 인근 식당에 전화로 알아보고 가르쳐 주었다. 장소를 잘 몰라 공원 안 장터국밥집이 준비 중이라 이웃에 있는 명품관으로 갔다. 본디 고급 음식점을 찾는 편이 아니라서 망설이다 들어섰다. 의외로 메뉴들이 소탈하고 서민적이었다. 한우 전문점이라서 설렁탕과 육회비빔밥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전주에서 13000원 하던 비빔밥이 9000 원이었다. 반찬도 제법 맛깔스러워서 전주의 성의 없던 비빔밥을 성토하며 늦은 아침식사를 맛나게 먹었다.
지난 겨울 친구들과 왔던 탓에 가족과 함께 다시 들렸으나, 그 넓은 공원 안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우리 식구밖에 없었다. 뜨거운 지열에 햇볕마저 사정없이 내리쬐는 가운데 타박타박 걸어서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공원 안 미술관과 박물관에 들어가서 옛날의 농기구들을 보면서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구경꾼들도 적당히 있어야 볼거리도 흥이 날 텐데, 텅 빈 공원 광장에서 우리를 쫓는 한낮의 짧은 그림자만 함께 다니니까 심심하고 무료했다.
벽골제 공원 안의 쌍용 조형물, 제방을 허물고 무너뜨리려는 청룡과 이를 저지하려는 백룡 이야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철근 뼈대에 대나무를 엮어 만든 것이다. 조형미가 뛰어나고 사실적이어서 보기에 너무 좋았다.
백제시대 만들었다는 벽골제 수문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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