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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방화수류정과 영산홍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더니, 봄은 왔건만 푸른 하늘을 볼 수 없고 하루하루가 먼지로 뒤덮인 날들의 연속이다. 동네마다 영산홍이 빨갛게 피어 화성 출사를 벼르던 참에, 모처럼 하늘이 파랗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나갔는데, 아뿔싸, 화성에 활짝 피어 있어야 할 영산홍이 웬일인지 시원치 않았다. 이때가 제 철인데, 때를 잊은 듯 화려한 옛 모습을 잃고 있었다. 그나마 그 혜택도 잠시였다. 햇살이 퍼질수록 하늘이 잿빛으로 바뀌는 탓에 이내 철수하고 말았다. 화성 연무대 부근에선 학생들이 관광버스에서 줄지어 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화성 체험차 단체로 들렸을 텐데, 하늘이 뿌옇게 변해 낭패를 볼 성싶다. 건강에도 좋지 않은 미세 먼지 속에 체험 학습으로 걸어 다닐 것을 생각하니 걱정된다. 

 

  내 어렸을 적에, 우리나라의 자랑이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푸른 하늘이라고 선생님들이 말씀하셨었다. 못 사는 나라에 자랑이 쓸모없는 자연 밖에 없다고 투덜거리곤 했는데, 못살아도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깨끗한 물과 공기임을 늦게서야 깨닫게 되었다. 어린 시절 소풍 가서 목마르면, 강물을 떠먹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수질오염 때문에 정수된 수돗물도 먹지 못하고, 기름보다도 비싼 생수를 슈퍼마켓에서 사다 먹는다. 운동 겸 산책을 나가려고 해도 예전엔 듣도보지도 못한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으로 외출도 못할 형편이다. 미세먼지를 포함하는 스모그, 한 때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중국을 탓했으나 우리나라의 내부적 요인도 많은 실정이라는 것을 보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봄은 왔으되, 기다리던 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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