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가로수 이파리들은 대부분 떨어져 가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고르지 않은 날씨에 비만 내리다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반가워 산행에 나섰다. 금년 가을엔 도봉산에 다시 오르려 마음먹었으나, 행선지는 동학사 입구에 있는 장군봉이었다. 장군봉 공영 주차장(무료)에 차를 두고 모텔촌 앞길을 지나 야영장 뒷길을 걸어 병사골을 들머리 삼았다. 장군봉은 해발 500여 m로 높지 않으나 거대한 바위산 봉우리들이 장군처럼 위풍당당하게 머리를 들고 있다. 작년 봄에 오른 적이 있어서 쉽게 생각하고 산에 올랐으나, 계룡산 구간 중 최고로 거친 바위능선이라 가파른 오르막길부터 무릎에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대로 장군봉 정상까진 어렵지 않게 올랐으나, 장군봉을 지나면서부터 뾰족뾰족 솟은 닭볏 같은 산봉들을 오르내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계단이 있는 능선길은 쉬엄쉬엄 통과할 수 있었지만 미끄러운 바위를 밧줄 잡고 오르내리는 암벽 등산은 최악이었다. 때로는 물이 흘러 미끄럽기도 했고, 때론 바윗골에 쌓인 낙엽이 미끄러워 위태로웠다. 가을이 이제 무르익었음에도, 웬일인지 깊고 높은 산에 단풍 보기가 어려웠다. 산 위의 나무들도 여름 더위에 지쳐 계절의 흐름을 잊었나 보다.
급하지 않은 길이라 전망이 좋은 암봉을 만나면 그늘에 앉아 무릎을 진정시키며 계룡의 능선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어지는 바위 봉우리가 많다 보니 체력 소모가 보통이 아니다. 도중에 뒤에서 올라오는 서너 명의 산행객들을 먼저 떠나보내곤 했다. 모처럼 오랜만의 산행에 무릎과 발목이 부담되어 직진을 멈추고 갓바위 삼거리길에서 왼쪽 작은 배재로 돌아서 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산길은 대부분 황톳길이어서 힘은 덜 들었지만 누적된 피로감 탓에 스틱에 의지하며 천천히 내려왔다. 지석골 탐방지원센터 아랫길 울타리 너머엔 작년에 보지 못했던 축대가 놓였다. 빗물에 파인 주변의 골들이 험상궂어 보였다. 이곳도 산밑을 개미처럼 파헤치며 개발하는 사람들 탓에 아름다운 산자락이 훼손되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장군봉 능선
오른쪽 암봉이 장군봉
주차장에서 장군봉에 오르기 위해 병사골로 향했다.
병사골 입구
가파르고 험준한 등산길
왼쪽 뒤로 보이는 계룡산 고갯길, 고갯길을 넘으면 대전 유성이다.
북쪽 공주시 반포면에서 내려오는 계룡산 주능선
나무뿌리가 등산로 계단이다.
갈지자 등산로를 올라 서남향으로 가는 주능선길에 접어들었다.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오른쪽 측면으로 멀리 세종시가 나타났다.
계룡산 품에 안긴 듯 골짜기 속 상신리 마을이 정겨워 보인다. 상쾌한 바람이 땀을 식혀 주었다.
장군봉 이정표, 오르면서 만나는 첫 번째 봉우리가 장군봉이다.
장군봉에서 왼쪽으로 뻗은 반석, 반석 끝에 설치한 안내도가 계룡산 준봉들을 친절히 알려주었다.
오른쪽 첫 번째 봉우리가 삼불봉, 가운데 통신탑이 서있는 봉우리가 주봉인 천황봉이다.
장군봉 앞에 선 또 하나의 피라밑 같은 삼각봉
장군봉 바위에 앉아 한참을 쉬다 장군봉을 지나 앞으로 나가는데, 앞에 있는 우람한 삼각봉을 넘어야 한다.
삼각봉 정상에 잡목이 많아 전망이 좋지 않아 앞으로 또 바위틈의 낙엽들을 헤치며 걸었다. 큰 암봉을 넘었음에도 이어지는 작은 암봉들... 암봉의 생김새도 다양하다. 인적이 뜸한 탓인지 어느 구간에서는 등산로가 낙엽에 묻힌 곳도 더러 있었다.
지나온 뒷길의 바위 봉우리
왼편 뒤측면으로 대전으로 넘어가는 국도가 보였다.
산봉우리 옆 터진 곳에서 바라보는 계룡산의 주능선
바위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숨바꼭질하듯 좁아지는 계룡의 주능선
암봉을 내려가면 닭볏같이 뾰족한 다른 암봉들이 기다렸다.
통신 안테나 옆 삼불봉 끝이 살짝 보였다.
바윗돌을 돌아가는 구조물
바위 봉우리들을 넘고 또 무수히 넘는다. 이 정도라면 설악산 보다 더 심한 악산이다.
이따금 만나는 단풍나무.
철계단을 오르니 앞은 보이지 않고 뒤풍경이 시원하다. 지나왔던 장군봉과 삼각봉이 우뚝 솟아 있다. 오른쪽은 대전시, 왼쪽은 세종시...
바위 위에서 자라는 반송, 생명력이 정말 대단하다.
출발지에서 보이던 장군봉 능선의 이동전화 중계 안테나 시설이 나타났다. 오늘 능선 산행은 여기까지...
이른바 갓바위 삼거리길, 직진하면 신선봉- 삼불봉-관음봉 코스이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학림사가 있는 지석골로 방향을 돌렸다.
내려가는 길은 대부분 황톳길, 양탄자 위를 걷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두 다리가 흔들거렸다. 가는 세월 어쩔 수 있을까. 그야말로 '朝如靑絲 暮成雪'이라. '아침에 푸르던 실이 저녁이 되니 눈이 되었구나.' 인적 없는 산길을 나 홀로 타박타박 걸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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