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방문은 이번이 두 번 째, 이번은 도보 여행이라 걸어서 시내를 이동했다. 차를 타고 다니면 주마간산격이라 숲만 보고 달리는데, 걸어서 다니니 낯 설고 새로운 풍경들이 신기했다. 단지 다리가 피곤하다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길을 물어도 시민들이 친절하게 일러 주어서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다. 비 온 다음날이라서인지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가득해서 운치를 도왔다. 바람이 제법 쌀쌀해서 자켓 하나에도 땀이 줄줄 흘렀다. 할 수 없이 웃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터미널에서 진동까지를 걸었다. 3km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꽤나 먼 길이었다. 초행이고 낯선 길이라서 더 멀게 느껴졌나 보았다. 이동하는 도중 시장 구경도 하며 처음 대하는 도시의 풍물들을 바라보며 타박타박 걸었다. 가로수에서 은행알들이 보도에 떨어져 역한 냄새를 풍겼으나, 그것도 가을의 정취라 생각하니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드디어 나타난 진동한옥마을과 풍남문 이정표, 먼저 풍남문으로 달려가 한바퀴 돌아 보았다. 수원에 살다보니 성곽이나 성문에 관심이 많이 간다. 성문 위에 누각만 있는 게 아니라 좌우에 각각 세 칸 짜리 팔작지붕의 두 채를 더 올린 것이 이채로웠다.
임진왜란 때 파괴된 것을 영조의 명으로 개축했는데, 다시 화재로 소실되자 관찰사 홍낙인이 다시 짓고 풍남문이라 이름하였단다. 성문의 안쪽에는 호남제일성이란 현판을 달았다. 호남제일문, 호남제일성... 전라도의 수부다운 명칭이라 싶다. 성밖으로는 옹성을 둘러 성문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성 둘레에 무궁화를 돌려 심어놓은 것도 보기에 좋았다.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이라면서도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는 것 같은데... 아무튼 풍남성은 이웃에 있는 유서깊은 진동성당과 함께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단지 아쉽다면 성 둘레의 도로에 자동차들이 어지러이 주차되어서 무질서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렌즈의 시선을 가리니 촬영에 애로가 있었다. 부근에 넓은 공영주차장이라도 마련하면 좋지 낳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