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돌해변
하필이면 따뜻하고 포근했던 날들을 두고 여행길에 나섰을까. 영동으로 가는 길에 문막 부근에서부터 눈이 날리더니 대관령을 넘을 때까지 눈발이 계속되었다. 간간이 염화칼슘을 뿌리는 트럭을 만나 모래처럼 부딪히는 소금세례를 통째로 받기도 했다. 비상등을 켜며 눈길 속을 조심스레 달리는 차량들과 어울려 대관령을 넘자, 날씨는 변덕스럽게도 쾌청한 하늘을 보여주었다.
이 작은 나라에서 고개 하나 차이에 그토록 다른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푸른 하늘이어서 상쾌하긴 했으나, 매서운 바람이 매몰차게 불어 해변가에 서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바다엔 산맥 서편에서 불어대는 강풍에 맞서 동해로부터 사나운 백두파가 성난 독사처럼 하얀 머리를 빳빳이 들고 해안으로 몰려들었다. 파도의 흰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수평선 너머로 날아가고 있었다. 저리도 맹렬한 파도를 본 적이 없었다.
주문진 쇠돌항 전망대로 파도를 보러 나갔다. 전망대와 방파제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어 들어가진 못했다. 4-5m가 넘을 듯한 파도들이 머리를 번쩍 들고 달려들다가 해안가 바위에, 또는 방파제에 부딪혀 부서지며 물보라로 날아가거나 방파제 제방을 타고 넘어 폭포처럼 둑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태풍 때나 볼 수 있을 법한 장관에 넋을 놓아 물보라를 뒤집어쓰는 것조차 몰랐었는데, 순찰나온 경찰관들이 우리를 불러들였다. 부둣가 안전지대로 나왔음에도 밀려드는 물결이 부두를 넘어 인근 상가까지 밀려왔다. 차갑고 세찬 바람과 무서운 물결에도 불구하고 갈매기들만 분주하게 날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