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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의 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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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오천성 보령시 오천항을 굽어보고 있는 오천성, 충청수영성이다. 날씨가 추웠으나 하늘이 맑아 사진 찍기 좋은 날이었다. 겨울을 지내다 보니 날씨와 기온이 필수적 상관관계임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기온이 뚝 떨어지면 날씨는 맑다. 반대로 기온이 올라가면 대부분이 흐린 날씨이다.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던 시베리아 고기압, 날씨를 맑게 하는 고기압으로 내겐 반가운 존재이다. 추운 건 싫지만, 흐린 날씨보다 햇빛이 쨍한 날씨가 더 좋다. 이곳은 서해에서 내포평야로 들어가는 바닷길의 길목이다. 방조제가 없던 옛날에는 이곳을 통해서 충청도 내륙 깊숙한 곳까지 바닷물길이 닿았다. 그렇기에 바닷길로 들어오는 왜구들의 노략질을 막기 위한 충청도방어 전초기지가 바로 이 오천성이었다. 조선시대 3대 수영중 하나로 ‘충청수영성은 보령 ..
공주 공산성 무료해서 떠난 여행길에 들렸던 공산성. 예전 방문 때보다 달라진 건 없었으나 성벽 둘레에 황색 깃발들을 세우고 서문(금서루)으로 들어가는 도로에 블록을 새로 깔았다. 그런데, 차량통행을 위해 고증 없이 사각문을 만든 것이 부실공사였었는지 문 안쪽 귀퉁이마다 철골 기둥으로 떠받쳐 놓고는 민망했는지 짚을 엮어 가려 놓았다. 애초에 잘 만들었다면 공주 시민들 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뿌듯한 문화 유적지가 되었을 텐데... 그러나, 성 아래 주차장을 마련해 둔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성으로 오르는 입장료는 따로 받고 있었지만, 공주 시내 곳곳에 이런 무료 주차장들이 이용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었다. 백제시대 축성된 산성으로 백제 때에는 웅진성으로 불렸다가 고려시대 이후 공산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백..
해미읍성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가 해미 이정표를 보곤 나도 모르게 IC를 빠져나와 읍성을 찾아들었다. 교황 다녀가신 이후 해미읍성 주변이 많이도 변했다. 주변 상가들도 더 말끔하게 단장된 모습이었다. 무질서하던 간판들도 작고 예쁘게 정리되니 한결 더 상큼해졌다. 맑은 날씨였으나, 바람이 몹시 찼지만 읍성에 들어서면 조선말기에 처형된 천주교 순교자들 생각에 저절로 숙연해진다. 성안에 들어서니 작년에 방문하셨던 프란체스코 교황 성하의 캐릭터 인형이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왜구들을 막고 주민들을 보호하던 읍성이 천주교 신자들을 학살하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자고로 백성들은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한다. 읍성의 남문인 진남문 작년 교황성하 방문을 기념하여 캐릭터 인형을 세웠다. 관아인 호서좌영..
남한산성 날씨조차 을씨년스러웠다. 오랜만에 들렸던 남한산성. 남문을 통과하려니 했더니, 그 사이 남문 아랫녘에 터널을 뚫어 정문 격인 남문은 보지도 못했다. 구름이 가득한 저물 무렵에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가볍게 입은 옷차림이 부담이 되어 자동차 밖으로는 얼마 나가지도 못했다. 휴일을 맞아 사람들도 많아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았고... 산성 안에 복원해 놓은 행궁도, 지휘소인 수어장대도 가지 못하고, 로터리 부근의 식당에서 저녁만 먹고선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되돌아왔다. 치욕의 한이 서린 이곳 남한산성. 그저 과거의 일로 치부하고 말 것인가. 임진왜란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맞은 두 번의 호란에 조선군은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삼천리강산을 오랑캐들에게 내주고 말았다. 임란 이후 44년 만인 병자호란에 인조임금은 산..
보령 충청 수영성 파란 하늘에 구름들이 스물스물 나타나더니 삽시간에 희뿌옇게 바꾸었다. 봄철의 꽃잎처럼 나풀거리며 날리던 눈방울들이 함박눈처럼 펑펑 떨어져 지상을 덮고 있었다. 다행히 날씨가 포근해서 걸어다니는 것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카메라에 떨어져 빗물처럼 흘러내려서 조심스러웠다. 보령의 오천항의 1선에는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고 2선에는 요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여름 풍경이라면 아름답겠다. 아쉽게도 앙상한 겨울철, 그것도 눈내리는 풍경이라 모처럼 찾아온 바다가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다. 오천만을 반 바퀴돌면서 바다풍경들을 바라보며, 옛날에 왜적들을 지키던 수영성에 올랐다. 몇 년 전 이곳을 들렸을 때보다 주변이 정리되어 보기에 좋았다. 몇 년 전엔 오천성이라 불렀던 것이 이제 ..
서산 해미읍성 어려서부터 城에 관심이 많았었다. 우리나라의 城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돌을 적당히 쪼아서 쌓아 올린 石城이 대부분이라 더더욱 익숙하고 정감이 간다. 마치 어려서 살던 옛집의 돌담처럼 정겹기만 하다. 그리 높지도 않아 중국의 벽돌성처럼 거대하지도 않고, 일본의 오사카성처럼 큰 돌로 위엄을 부리지도 않는 그저 아담한 성들이 대부분이다. 돌담에 멋을 내어 성문 위에 누각을 올려놓은 것이 우리 성들의 호사라면 호사겠다. 요즘들어 지자체마다 공들여 퇴락한 마을의 성들을 복구해 세우는 일은 참으로 잘하는 일이다. 언제 누가 해도 해야 하는 일로 우리의 뿌리를 찾는 일이다. 성들은 우리 마을들을 지키고, 백성들의 생명을 보호하며 행정의 중심이기도 했기에 우리 민족과 흥망성쇠를 함께해 온 민족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
고창 읍성 우리나라 읍성 중 5월에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 고창읍성을 첫째로 들겠다. 복원된 성곽 아래 영산홍들이 활짝 피어 붉은 꽃동산 위에 세워진 읍성이 여간 예쁜 게 아니다. 여기에 고창 사람들의 애향심이 듬뿍 담겨 온갖 정성이 다 배어 있다. 읍성 앞이 아름다운 쉼터와 배움터로 공원화되어 있다. 도서관 소리박물관, 미술관들이 한데 어우러져 지역문화의 중심을 이루기도 한다. 게다가 구전하는 판소리를 정리하여 6마당을 오늘에 남긴 신재효선생의 생가가 읍성 입구에 자리한 것도 고창의 예술혼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읍성 방문이 두 번 째임에도 처음의 감동이 전혀 지워지지 않았다. 재작년 이맘때 갔을 때도 붉은 영산홍이 만개한 꽃밭 속을 한 바퀴 돌아 나왔었는데, 봄날씨가 변덕스러웠던 금년에도 붉은..
화성시 당성 잘 알려진 이야기로, 신라시대 원효와 의상스님이 불교를 배우기 위해 당나라로 가는 도중 산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 갈증 때문에 한밤중에 일어난 원효스님은 근처의 우물을 찾아 바가지로 물을 떠마셨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물을 떠마신 바가지는 사람의 두개골이었다. 이에 깨달음을 얻은 원효스님은 중국 유학을 포기하고 국내에서 스스로 정진하며 민중중심의 해동종을 열였다. 당나라 유학을 마친 의상대사는 귀국하여 귀족중심의 불교를 널리 전파하였고... 그래서인지 현재까지 전하는 많은 사찰은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되어 있다. 원효스님에게 깨달음을 준 곳이 바로 이곳 당성 근처다. 신라인들은 내륙의 충주로 올라와 죽주산성을 거치고 용인의 처인성을 지나서, 오산의 독산성(세마대)으로, 옛수원읍성을 통과하여 화성시 서..
가을 찬가, 죽주산성 가을의 색깔은 오묘하다. 가을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색깔은 무엇일까. 산을 불태워버릴 듯 맹렬하게 번지는 단풍나무의 원초적 빨강, 참나무들이 내뿜는 주황, 태고적부터 살아왔다는 화석식물인 은행나무의 노랑 등 등... 형형색색이 서로 섞여, 이 가을을 수놓는다. 그래서 예부터 우리 산하를 금수강산이라 했나 보다. 내가 보기에는 비단에 수놓은 것보다도,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오묘한 색상들의 배합이 더 아름답다. 다시 말하면 미려한 금수강산이란 말보다도 우리의 가을 산천은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곳, 죽주산성에는 노랑색의 향연이었다. 산성에 서식하는 나무들의 주류는 낙엽송이었는데, 노랑 낙엽송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파랑 하늘빛과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허물어졌던 옛 성을 최근에 보수해서 구불구..
창녕 화왕산과 화왕산성 억새숲으로 유명한 화왕산. 이곳에서 2009년 2월 9일 설날에 창녕군 주최로 달집 태우기 행사를 하다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에 불이 번져 7 명이 죽고 80여 명이 부상하는 대참사가 일어났었다. 진달래와 철쭉 군락지로 봄철에 보는 경관 또한 수려하다고 한다. 청명한 가을날 이름난 화왕산 억새숲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강원도 정선 민둥산이나 포천 명성산 갈대숲만큼이나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곳이라 기대감이 사뭇 컸다. 산행 코스는 창녕군 학생야영장이 있는 곳을 들머리로 해서 화왕산을 지나 허준 세트장을 경유하여 관룡사로 하산하는 경로로 약 5시간 정도를 예상했다. 창녕은 우포 늪지로 유명하기도 해서 한 번 다녀가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차제에 화왕산부터 등반하기로 했다. 들머리에서 화왕산으로 가는 코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