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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산정호수

 

  가을비가 간간히 뿌리는 유원지는 그야말로 파장무렵 시골장터와 같았다. 강원도 철원의 명성산 아래 저수지로 아름다운 산세와 어울리는 포천의 산정호수는 그야말로 흥청거리는 유원지였다. 만차로 더이상 들어갈 곳 없는 주차장, 이곳저곳 어지럽게 주차한 차들을 헤집고 간신히 한 자리 차지했으나 호수 주변의 풍경은 내리는 비때문에 을씨년스러웠다. 호숫가 조각공원에 들어서자, 위락시설에서 뿜어내는 요란한 노랫소리가 빗방울에 산란되어 낙엽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고즈넉한 풍광을 감상하겠다던 생각은 엄청난 오산이었다. 그저 떼로 몰려와 어울려 먹고 취하고 떠들고 고성방가하며 일상의 무게를 방출하는 일탈의 공간같아서 내 기분은 스산하게 뿌리는 가을비처럼 구겨져 내렸다. 

 

  왕건의 쿠테타때문에 궁예가 이 산으로 내쫓겨 태봉국의 몰락에 통곡해서 산이름도 명성산이 되었고, 해방후 인공시절엔 김일성이 별장까지 지어 휴양했다는 이 아름다운 풍광이 흥청거리는 일탈의 유원지가 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서글프다. 배고픈 시절은 이미 지났으련만 가난하게 살아왔던 한국인의 굶주렸던 DNA가 남아있는 탓일런지, 도처의 명승지마다 먹고 마시고 취하고 떠드는 풍속들이 그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능을 억제하며 욕망들을 다스릴 수는 없을까. 자존심과 체면을 조금만 더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떨어지는 빗방울 만큼이나 가득 밀려들었다.  

 

 

 

1. 산정호수       

 

 

 

 

 

 

 

 

 

2. 자인사

 

 

 

  옛날의 절터에 1960년대 들어 새로 세운 산정 호수 위의 자그마한 절이다. 절을 바라보며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중국의 배불뚝이 포대화상의 거대한 석상이었다. 유서깊은 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 배불뚝이 포대화상은 우리나라 사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대체로 새로 지은 절에 많이 모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배금주의사상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 배불뚝이 화상에 많이 벌게 해달라는 소망을 발현해보라는 의미 같기도 한데, 너무나 노골적이고 천박해 보인다. 어찌해서 우리나라에 흘러들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중국에서도 이 화상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과거 70년대 잘 나갔던 금복주의 트레이드 마크가 바로 이 화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절에서는 이 화상을 미륵불로 모시고 있었는데, 그 의미가 통할 것 같지는 않다. 미륵불 뒤의 극락보전은 마치 불국사의 청운교와 연화교처럼 양쪽에 계단을 두었다. 그리고 법당인 극락보전 네 귀퉁이에 희한한 목상을 세웠는데, 목상의 모습이 난해하여 그 의미를 모르겠다.  

세 번째 방문이었는데, 변한 것은 없어보였다. 다만, 내리는 비 때문에 명성산 산봉우리를 휘감으며 떠나는 구름들만이 스산한 가을기운을 돋구어주었다.  

 

 

 

 

 

니 뭐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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