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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우럭 낚시

  모처럼의 바다낚시였다.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서 간단한 준비를 끝내고 6시에 장안구청 앞에서 일행들을 만나 미니버스를 탔다.  낚시꾼 12명 모두 들뜬 마음으로 파안대소하며 어둠 속 서해고속도로를 질주했다.  화성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휴게소 밖으로 나오니 그 사이에 훤하게 동이 텄다. 이윽고, 8시 30분경 장고항에 도착하여 예약한 낚시배를 타고 우럭들이 기다리고 있을 해역으로 출항했다. 구름이 잔뜩 깔린 하늘탓에 아침 날씨가 찼다. 속에 받쳐입은 철이른 패딩점퍼 덕으로 추위는 면했으나, 세찬 바다바람에 귀가 시려웠다. 귀마개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 종내 후회스러웠다. 게다가 파도 때문에 멀미기운이 스믈스믈 올라오고 있었다. 뱃전에 앉아서 낚시도구를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지러워지며 속까지 울렁거렸다. 그덕에 한동안 허리를 곧추 세우고 수평선과 멀어진 연안의 어항을 멀리 바라보며 깊은 호흡으로 배멀미를 달래었다.

 

  뱃머리 좌측면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드리우고 입질을 기다리는데, 고물쪽에선 벌써 난리가 났다. 배 뒤 좌측면에서 우럭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었다. 낚여 올라오는 우럭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환호해주었다. 낚지못해 조바심이 잔뜩 일었는데, 드디어 낚시줄을 통해 '우두둑 우두둑' 우럭의 입질이 전해왔다. 묵직해진 낚시줄을 천천히 당겨 올렸더니, '얼씨구' 우럭이 두마리나 붙어 올라왔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더니, 초보 낚시꾼이 처음으로 일타 쌍피, 쌍나발로 두 마리를 끌어올려 흥미진진하였다. 내게 잡힌 우럭이야 간밤에 꿈자리 사나웠을 재수없는 놈이었겠지만, 우럭의 길목을 꿰고 있을 노련한 선장 덕에 이리저리 이동하며 심심치 않게 손맛을 볼 수 있었다. 잘 잡는 사람은 쉴 새 없이 건져내었으나, 내가 오전에 끌어올린 우럭이 7마리 정도였다. 암튼 잘 잡고 못잡고를 떠나 내 최고의 기록이었다. 중간에 잠깐 쉬며 씨알 굵은 우럭 몇 마리를 잡아 회를 쳐서 맛나게 먹었다. 금방 잡아 올린 우럭이라 육질이 단단하고 식감이 탱글탱글한 것이 맛이 좋았다. 

 

  점심은 국화도에서 먹었다. 선장의 마나님이 점심을 지어 선착장까지 가져와서 선착장 바닥에 퍼지고 앉아 선장댁 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강낭콩 넣어 막 지어온 집밥에 간자미 조림과 소라 무침, 콩나물 무침, 열무김치, 우럭 매운탕을 겯들인 맛나는 성찬이었다. 모처럼 양주 한 잔까지 걸치며 냉큼 두 공기를 비우고서야 포만감이 그득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말로만 듣던 국화도, 당진 장고항이나 왜목항에서 바라만 보던 국화도였는데, 낚시배에 떠밀려 상륙까지 하게 되었다. 방파제 위로 올라와 잠시 국화도 어항 주변을 걸으며 주변 경관들을 감상했다.

 

  오후에는 국화도 주변에서 떠다니며 낚았는데 조황이 더 좋았다. 안타깝게도 나는 연속적으로 낚시추가 돌에 걸려 뜯겨나가 기회를 잡지 못했다. 준비해간 미꾸라지 미끼들과 80g 추도 다 떨어지고 우럭낚시 채비도 몇 개 남지 않았다. 아쉬운 미련감으로 60g짜리 추에 오징어 미끼를 물려 넣었더니, 기분 좋게도 씨알 굵은 놈들이 네 다섯 마리 줄지어 올라왔다. 낚시질도 심드렁해져갈 무렵 동료가 옆에서 건져 올린 양태가 내곁을 스쳐가기에 도와주려고 손으로 덥썩잡았다가 등과 옆구리 지느러미에 엄지와 검지를 찔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피가 흘러 목장갑 밖으로 흘러 나왔다. 특히 등지느러미에 독이 있는지 검지 손가락 끝이 부어 오르며 쓰리고 아팠다. 하는 수 없이 낚시를 마감하고 바닷물에 손을 담가 통증을 삭혔다. 낚아올린 물고기를 떼어낼 때 함부로 손을 대지 말아야한다는 교훈을 몸으로 체득했다니 참으로 미욱한 일이었다.

 

  장고항으로 돌아오는 뱃길에 바닷물 담긴 우럭통에서 생선박스로 옮겼는데 중간에 회쳐먹은 놈 빼고도 80여 마리가 넘었다. 그 동안 바다 낚시 나갔다간 매번 빈 손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이번엔 전리품 우럭을 챙겨 가족들에게도 면목이 설 것이었다.   

 

   장고항 출항

 

  1타 쌍피 쌍나발이란다. 한 줄에 두 마리...  한 놈은 억세게도 재수없이 코가 꿰여 잡혔다.

 

 중간 새참,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이 역시 자연산 우럭이었다. 

 

  갈매기들이 풍요로운 우럭식탁을 엿보며 따라 붙고 있었다. 회뜨고 남은 우럭찌꺼기들을 하늘에 뿌려 이들과도 우럭맛을 나누었다.

 

  국화도 부근

 

  국화도 선창

 

  우리가 타고 다녔던 동진호

 

  국화도 방파제

 

  국화도 해변

 

  국화도 어항 부근 마을

 

  방파제 밖에 떠있는 것은 화성시 궁평항과 국화도를 운항하는 페리 

 

  장고항 좌대 낚시터와 국화도 원경

 

  생선 상자가 넘치도록 잡아올린 우럭.  한 편으론 불쌍하기도 했다.  꿈자리가 사나웠을 녀석들이었다.

 

  장고항으로 귀환

 

  장고항

 

 선장댁 점심값 포함 하루 낚시배 임대료 7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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