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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서거차도 가을 6

 가을이라서인지 낚시 넣기가 바쁘게 고기들이 낚시를 물고 줄줄이 달려 나왔다. 미끼 갈아끼기가 바쁠 정도였다. 오후 서너 시쯤에 한 시간 정도 낚시를 하면 10여 수 정도는 기본이었다. 자잘한 새끼들까지 합치면 20여 수는 문제도 아니었다. 초보낚시쟁이라 원투낚시를 주로 했으나, 갯바위에서 멀리 던지지 않고 주로 갯바위 끝에서 낚싯대 길이만큼의 바다에 선상낚시처럼 추를 바닥에 두드리듯 상하로 움직이며 낚았는데, 손맛이 아주 좋았다. 이따금 해초나 바위에 낚시가 걸려 끊기기도 했지만, 낚싯대를 통해 전해오는 물고기들의 힘센 저항이 매우 짜릿했다. 

 

  중간 크기의 노래미나 우럭은 시도 때도 없이 잡혀서 아침저녁 조림반찬으로 민생고를 해결해 주었다. 낚시 중 압권은 50cm가 넘는 광어를 낚은 것이었다.  서거차도 주민인 용남씨가 감성돔 낚시맛을 보여준다고 해서, 햇살이 제법 퍼졌을 무렵, 낚싯대 하나 들고 달랑달랑 따라나섰다. 이 날은 모처럼 감성돔 낚싯바늘을 달고  찌낚시에 도전했는데 초보자라 처음엔 낚시를 멀리 던지기도 어려웠다. 용남씨가 날렵한 솜씨로 감성돔을 낚아 올리는 동안, 나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감성돔과 학꽁치를 한 마리씩 낚았다. 학꽁치가 손맛도 없이 밋밋하게 끌려와서 크게 실망하던 차에 쏙 들어가는 찌를 보고 반사적으로 힘차게 당겼다. 낚싯줄이 팽팽해지고 묵직해서 수초나 바위에 걸린 줄 알고, 릴을 감았더니 무거웠으나 조금씩 끌려 나왔다. 갯바위 가까이 끌었을 때 놈의 저항이 엄청나서 옆에 있던 용남씨에게 낚싯대를 넘겼는데, 물속에서 퍼득이는 놈을 보니 시커먼 것이 크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근처 낚시꾼에게 뜰채를 빌리려 했더니, 그 양반이 직접 뜰채를 들고 달려와, 대물 광어를 건져 올렸다.

 

  평소 어항 주변 수족관에서나 보던 3kg 이상의 대형 광어보다도 더 커서 너무 놀라 입이 떠억 벌어졌다. 족히 5kg이 넘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용남씨가 익숙한 솜씨로 손질해서 뱃살 부분을 회로 조금 떠서 시식을 했는데, 육질이 단단하고 질겼다. 저녁에 주민들이 가져온 토종닭 2 마리를 삶고, 잡은 광어로 회를 떠서 주민들과 함께 7-8 명이 야외 만찬을 즐겼다. 이곳 사람들은 광어회보다 닭고기를 더 선호했다. 섬에서 키운 토종닭은 2년여 묵은 놈으로 족히 2kg 정도는 되어 보였는데, 한 마리 값이 6만 원이란다. 도시의 마트에 가면 1kg 넘는 토종닭은 7-8천 원 정도면 살 수 있는데, 닭 한 마리가 6 만원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이 섬에서 육고기 구입이 쉽지 않은 탓일 것이다. 

 

  감성돔은 구워서 먹었다.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좋았다. 돔을 으뜸으로 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겨울철이면 월척이 넘는 감성돔들이 줄줄이 올라온다니, 가히 그 재미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  서남해 먼바다 섬인 이곳은 물살이 센데, 가까이 보이는 맹골도와 곽도의 물살은 여기보다 더 거세서, 겨울철 돔낚시터로 낚시꾼들로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이곳 물고기들은 거센 물살을 헤집고 다니는 놈들이라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해서 최고의 맛이다.

 

  광어를 낚았던 서거차도 서남쪽 해안 갯바위

 

  갯바위로 끌려온 광어를 뜰채로 떠올렸다.

 

  프로 낚시꾼인 용남씨, 운동도 잘하고 구수한 농담 솜씨 못지않게 회 뜨는 솜씨가 일식집 세프를 능가했다.

 

  크릴새우 미끼 하나 먹으려다 끌려 나온 대물 광어...

 

  왼 손을 아가미에 끼워 들고 오른손으로 꼬리부 부분을 잡아 받쳐 들었다. 녀석은 힘도 셌지만 그 무게감이 대단해서 그 짜릿함이 이루 비할 데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용남씨가 익숙한 솜씨로 손질했다.

 

  이날 잡은 감성돔들과 학꽁치들도 함께 손질하고...

  

  통발로 건져 올린 돌문어, 문어는 숙회맛이 일품이었다. 다리 여덟 개는 살짝 데쳐 먹고, 머리 부분은 잘게 썰어 죽을 쑤었는데, 먹물 섞인 탓인지 검붉어 동짓날 팥죽 같았으나 맛은 더 훌륭했다.

    

 간간히 잡혀 맛도 보기도 좋았던 감성돔...

 

 감성돔! 참 잘 생겼다.

  

 쏠쏠하게 잡혀 조림 반찬용으로 올라왔던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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